[Review] 운명을 가로지르는 삶의 투쟁을 그리다 - 원청 [도서]

글 입력 2023.01.23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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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토록 외치는 ‘위화적인 순간’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하나의 고유어로 만들고, 그 고유어가 세상에서 불린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위화 작가가 8년 만에 선보인 <원청>은 ‘위화적인 순간‘이 무엇인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해보는 나로서, 그것은 중요한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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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은 청나라가 저물고 중화민국이 시작하는 대격변기를 시대 배경으로 한다.

 

약탈집단 토비의 무자비한 횡포로 혼란스러웠던 중국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 린샹푸와 그의 아내 샤오메이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농사를 지으면 토비한테 약탈당하거나 죽고, 토비가 되면 약탈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운명. 딸을 두고 떠난 샤오메이를 애타게 찾지만, 린샹푸와 딸 린바이자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던 원청이라는 잡히지 않는 뜬구름은 서사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 무게감으로 인해 ‘잃어버린 도시’ 원청을 찾아가는 린샹푸의 마음을 헤아리고 몰입하게 된다. 마치 내가 린샹푸가 된 것처럼, 그리움이라는 감정 하나로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그저 지켜보는 일이 불가능해 따라가게 된다.

 

 

"눈이 언제 그칠까요?"

 

린샹푸는 고개를 저었다. 그도 알지 못했다. 딸을 안은 채 린샹푸는 시진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문을 하나하나 두드렸다. 시진의 여자들은 눈에 뒤덮인 세상에서 남자들보다 대범하고 평온했다.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을지언정 예전과 똑같이 집안일을 했다. 그녀들이 집 안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린샹푸는 얼어붙은 시진에 아직도 사람 숨결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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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을 찾다가 ‘시진’에 다다르면서 그곳이 사실 아내의 고향임을 직감적으로 느낀 린샹푸가 정착하여 살아가지만, 토비들이 들이닥쳐 또 다른 난관을 맞닥뜨린 주인공의 삶에는 복합적인 희로애락이 함축되어 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을 향해 걸어가던 한 사람의 발걸음은 어딘가로 나아갔던 것일까 생각했다.


아내 샤오메이의 삶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일렁였다. 만날 수 없는 남편과 딸에 대한 죄책감은 샤오메이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은 운명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기폭제가 된다.


그 야속한 운명을 지켜보니,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행동이 소설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이해되었다. 그녀도 삶에서 원청이라는 닿을 수 없는 이상향,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미지의 도시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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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라고 서문에 적혀있던 내용이 떠올랐다.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었고, 아무리 헤매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다른 국면을 맞이해 인생의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것이 진정 그들의 운명이었음을 그들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한 개인의 탄생은 곧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음을 의미한다. <원청>의 인물들도 처음과 끝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혼란의 시대를 살아갔다. 


그러나 끝이 보여도 계속해서 싸웠고, 어떻게든 일어나려 고군분투했다. 위화 작가의 필력에 눈앞으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삶에 대한 투쟁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500페이지 넘게 써 내려간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위화적인 순간’은 시대, 국가를 불문한 모든 사람의 일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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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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