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아하고도 야성적인, 고결하고도 파괴적인 - 작은 아씨들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0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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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방영 전부터 신선한 제작진의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작년 가을에 방영되었던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다. <작은 아씨들>은 <헤어질 결심>의 정서경 작가, <빈센조>를 연출한 김희원 감독, <헤어질 결심>·<박쥐> 등의 미술을 담당한 류성희 미술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감각적으로 유명한 제작진에 더불어 고전 <작은 아씨들>의 재해석이라니, 영화 같은 드라마가 감히 기대됐다.


뿐만 아니라 주요 제작진이 여성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 앞서 언급한 세 분야와 더불어 책임 프로듀서까지 성별이 모두 여성이다. 또한,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 역시 세 자매라는 점에서, 드라마의 주요 구성원이 여성으로 이루어진 것은 흔하지 않았으며 그래서 새로운 시너지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작은 아씨들>은 배우 캐스팅까지 합치면 드라마 구성에서 여성이 70%에 육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선한 제작진의 조합에 한 숟가락 더해, <도깨비>·<유미의 세포들>로 너무나 좋아했던 김고은 배우의 캐스팅으로 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나의 가장 기대작이었다. 그리고 방영 후에는 2022년 내 최고의 드라마가 되었다. 따라서 이 글은 <작은 아씨들>에 대한 분석 글이자 내가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백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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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기획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동명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소설을 모티브를 한다. 더불어 ‘분홍신’의 분홍신, ‘푸른 수염’의 아내 등 동화에서도 많은 원형을 따 왔으며, 푸른 난초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블랙 달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등 다양한 소설을 전고(典故)로 해 드라마의 기반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고전을 원형으로 해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높이고 시청 동력을 얻었다.


주된 소재 역시 ‘돈’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의성을 띠었다. 경제 불황으로 주식, 비트코인 등 돈에 대한 높아진 청년들의 관심사에 적중한 것이다. 특히 이 소재를 세 자매를 통해 풀어내며 세대 간 불균형의 문제 역시 짚었다. 자매라는 가족 관계 내에서 다르게 책정되는 정의의 순위와 분배의 문제를 10대, 20대, 30대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자매 캐릭터로 표현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즉 ‘돈’의 문제와 이를 세대별로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을 그려내며 현재 한국 자본주의 사회를 재고할 기회를 주었다.


또한 현대사적 측면에서 베트남 전쟁에서 역사에 남지 못한 수많은 민초들, 일명 ‘서발턴’(subaltern)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며 깊이 있는 기획의 면모를 드러냈다. 전쟁 이후에도 전쟁의 아픔을 가지고, 국가와 사회 혹은 공동체에서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아래 자기들이 먼저 견고한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여전히 전쟁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현재 자본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역사의 아픔까지 짚어내며, 드라마에서 현재의 유희나 오락성에서 그치지 않고 과거까지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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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사회에 꼭 맞는 완벽한 재해석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 ‘작은 아씨들’의 기본 설정을 충실히, 그러나 완벽하게 현대 사회에 알맞게 재해석한다. 부잣집에 시집가고자 했던 첫째 메그는 이미 그런 결혼을 한 번 겪은 후 이혼한 오인주로, 직업인이 되고 싶었던 둘째 조는 주체성을 살려 세상을 파헤치는 기자 오인경으로, 재능을 가져 유학을 가는 에이미는 특출난 재능으로 혼자 유학의 길을 찾는 막내 오인혜로 재해석됐다. 또한, 원작에서는 자매들이 가난을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냈다면, 드라마에서는 ‘원령 그룹’과 ‘정란회’라는 부의 상징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가난을 이겨내고자 노력한다. 현대 사회의 직업적 특징과 극적 구현으로 적절히 재해석 되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원작에서 사랑을 위해 몸을 던졌던 메그가 드라마에서 우정을 위해 몸은 던지는 오인주로 재해석 된 점이다. 요즘은 멜로드라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현대인들이 너무 바빠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던질 만큼 사랑할 시간이 없고, 이에 따른 공감 약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오히려 관계성에서는 동성 간의 깊은 우정이 과거 사랑만큼이나 주요한 요소로 떠오른다. 여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는 설명을 위한 캐릭터인 시대는 지났다. 러브라인이 주요가 되는 드라마도 등장인물 간 우정 역시 촘촘히 짜여있다. 남성 투 톱, 여성 쓰리 톱 드라마들도 심심찮게 보이며 시청자들은 그 관계성에서 오히려 따뜻함과 공감을 느낀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소위 ‘걸 크러시’가 캐릭터들은 이미 드라마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작은 아씨들>의 서사는 인주와 화영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죽으면서도 인주를 위해 돈 20억을 남긴 화영과, 그런 화영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고 말겠다는 인주의 다짐으로 드라마는 막을 연다. 둘의 성애적 사랑을 뛰어넘는 거대한 애정이 대서사의 시작을 알리고, 결국엔 끝까지 가장 중심의 플롯이 된다. 둘의 깊은 우정, 심지어 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유일했던 친구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기꺼이 위험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그 우정은 우리가 여지껏 보지 못한 관계성이었다. ‘목숨을 거는 사랑’이라는 문구에서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 우정으로 바꾸었는데, 드라마의 기저에 깔린 스토리는 진부함에서 새로움으로, 그리고 시대에 발맞춘 신선함으로 재탄생 되었다.


특히 메인 빌런으로 거듭나는 상아의 관계성이 자극과 함께 흥미를 유발했다. 상아와 재상은 부부지만 어딘가 어긋나 보인다. 재상이 상아를 구속하는 과정에서는 둘의 관계가 기형적으로 보인다. 수평적이지 않아 보이는 부부관계는 긴장감을 높인다. 그러나 사실 그 기울어진 관계의 우위를 재상이 아닌 상아가 점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우리는 반전과 함께 새로운 사랑을 읽는다. 낡은 플롯이라고 생각했던 ‘목숨을 거는 사랑’이 이렇게 눈앞에서 펼쳐지는데 전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목숨을 걸 만큼, 모든 걸 걸 만큼 큰 사랑이 그려지지만, 그것이 그릇된 방향으로 흐르는 순애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청자는 놀라움과 함께 캐릭터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다. 이 드라마에 더 파고들어 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비단 메인 플롯이 되는 인주-화영의 관계성, 가장 큰 반전의 요소였던 상아-재상의 관계성뿐만 아니라, <작은 아씨들>은 탄탄한 관계성들이 맞물리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인주-도일의 아슬아슬한 신뢰 사이에서 구축되는 믿음과 사랑, 인경을 향한 종호의 올곧고 변하지 않는 사랑, 인혜와 효린의 나이를 뛰어넘는 견고한 우정, 상아와 화영의 어긋난 진심에서 비롯된 가장 가까운 내 편에서 가장 먼 연적이 된 관계 등. 등장인물 간의 관계성이 여러 겹 겹쳐있을 때에도 관계성들이 모두 강렬하고 단단하여 극의 진행에 헷갈림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인물 간의 관계 변화를 살피고 느끼는 것이 드라마의 묘미로 느껴졌다.


결국, 마지막에 어떤 돈이든, 권력이든 계획했던 모든 일을 그르치는 건 ‘진심’이라는 메시지도 좋았다. 재상과 상아의 발목을 늘 붙잡았던 건 가장 기저의 순수한 감정이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화영이 700억을 횡령할 다짐을 했던 것도 자신 어머니의 죽음을 값싼 물건으로 동정하는 상아에게 분노했기 때문이다. 이후 상아와 재상을 가로막았던 변수들은, 세 자매의 깊은 우애를 바탕으로, 목표를 향한 뚜렷한 인경의 정의감, 인주를 향한 도일의 사랑, 인주와 화영의 애정, 인혜와 효린의 우정 등, 그들이 전혀 값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가장 높은 것은 결국 가장 기저의 진심이었던 것. 값을 매길 필요도 없었던 것들, 역으로 값을 매길 수도 없었던 그 본연의 감정들이 결국은 이 극 전체를 이끌고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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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이고 뚜렷한 캐릭터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모두 욕망과 결핍이 뚜렷하다. 따라서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주인공인 세 자매 역시 장단점이 극명하다. 보통 장점만 극대화되어 시청자가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들에서 한 발 나아갔다. 인주는 허영심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하고 솔직하다는 평을 받는다. 인경은 너무 무모하다. 목표를 향해서라면 유혈 사태도 마다치 않고 앞만 보고 직진하기에 오히려 시청자가 우려를 표할 때도 있다. 인혜는 사랑받고 자란 막내에서 비롯된 자기중심적인 면이 존재한다. 나이뿐만 아니라 생각도 어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캐릭터들은 호불호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이 캐릭터들의 단점들까지 모두 사랑스러웠다. 인주의 돈 욕심은 우리도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이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인경은 정의와 이성을 대변하여 이 드라마의 현실감을 상기시켜주고, 추진력을 통해 극 안에서 진행을 가속한다. 인혜 역시 어린 나이에도 자신의 영혼을 값을 매겨 사주는 사람이 있다면 영혼을 팔아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다른 면에서는 애어른으로 자라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 세 자매의 단점에는 모두 우리도 한 번쯤 내면에서 겪은 감정이 투영되어 있다. 인간은 누구나 결함이 있고, 그 결함이 이야기와 결부되어 전개가 휘몰아칠 때 더욱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종 빌런인 원상아 캐릭터 역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빌런이자 삶을 연극으로 꾸미기 위해 살인도 마다치 않는다는 전에 없던 새로운 서사로 눈을 사로잡았다. 물론 상아에게도 서사가 있다.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슬픔, 그리고 가족에서 소외되었다는 아픔.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악행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작가의 인터뷰 말처럼 상아의 폭력은 유희를 위한 것으로 느껴진다. ‘여성의 폭력도 즐거움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고수임 캐릭터도 있다. 고수임 역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사람을 때리는 인간성과 도덕성이 일부 결여된 캐릭터다. 이유 없는 폭력을 유희의 도구로 쓰는 것을 간접적으로 상아를 통해, 직접적으로는 수임을 통해 드러냈다. 기존의 사이코패스 캐릭터나 범죄 캐릭터는 주로 남성이었던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새로운 악역의 그림이었다.


또한, 드라마 내에서 주요 캐릭터들이 변화의 곡면을 맞을 때가 많다. 인주는 돈이 목적이었다가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도일은 인주를 사랑하게 되고, 인경은 자격지심을 버리고 종호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혹은 반전의 요소로 재상이 사실은 원상아의 사랑만 갈구하던 사람이었던 게 밝혀질 때도 시청자에게는 캐릭터 원형 자체를 아예 뒤집는 큰 변화의 순간이다. 그럼에도 캐릭터들의 일관성이 유지되며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 캐릭터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남성 캐릭터들은 그 여성들을 배신 없이 사랑한다는 서사 역시 돋보인다. 이는 전통적 드라마 플롯의 남성 역할과 여성 역할의 반전임과 동시에, 서로 믿고 사랑했던 관계에서는 전혀 배신이나 반전이 없다는 것에 오히려 더 반전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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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연출


 

특히 <작은 아씨들>은 화면 연출·미술·음악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아름다운 연출로 유명하다. 미술적으로 닫힌 방, 푸른 난초를 비롯하여 원상아의 집 벽지 하나하나까지 화면구성이 매우 아름답고 훌륭하게 그려졌다. 특히나 극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닫힌 방’은 모형 작품뿐만 아니라 화영의 옷장, 상아의 집의 숨겨진 방으로 더욱 크게 구현되며 그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던 푸른 난초가 정란회의 표식이자 죽음의 흔적의 오브제로 변모할 때의 그 파괴력은 푸른 난초의 디자인만으로도 설명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원상아의 집 벽지 디자인만 배경화면 사진으로 배포할 만큼 시청자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연출 역시 흡입력 있다. 유려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잔혹 동화의 느낌과 더불어 드라마 전체의 복선과 이야기를 함축해서 드라마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특히 가장 강렬했던 1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 드라마의 깊이를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영을 잃은 인주의 슬픔을 베이스로, 돈을 발견한 후 당황함, 순간의 기쁨, 환희, 그러나 이후 몰려오는 당혹스러움과 무너지는 마음. 김고은 배우의 웃음과 울음이 혼재하는 연기뿐만 아니라 돈을 가졌음에도 세상의 암흑에 혼자 남은 느낌을 나타내는 롱샷은 이 드라마의 연출이 드라마를 얼마나 섬세하게 구현하고 있는지 느끼게끔 한다. 그리고 함께 나오는 배경음악까지 긴장감을 유발함과 동시에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감정을 끌어올린다.


가로 화면이 주된 비율인 드라마의 화면 비율에서 화면을 90도로 회전하여 연출하는 세로 화면도 인상 깊었다. 수직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인주와 도일을 90도로 회전하여 수평적인 시선으로 표현하고, 수평적인 시선에서 마주 보는 상아와 재상을 90도로 회전하여 상아의 아래에 재상이 위치한 수직적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세로화면 연출 자체가 구도와 미적으로 시선을 빼앗는데, 그 연출을 통해 관계의 권력 구도를 암시하는 것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연출로 복선이 암시된 것은 원상아의 캐릭터 변화에 따른 의상 색상 변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계획대로 진행된 싱가포르에서는 싱그러운 노란색 원피스를, 반면 마지막 난초와 함께 죽는 곳에서는 푸른 난초 그 자체의 푸른 드레스를 입고 있다. 복선 암시가 연출로 이루어질 때 시각적 만족감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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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과 연출의 완벽한 페어링


 

짜임새 있고 완성도 높은 대본, 그리고 그런 대본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연출로도 구현할 수 있는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시각적으로도 만족하고 음미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와중에 휘몰아치는 전개로 드라마에 거의 빨려들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부작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꾹꾹 눌러 담아 재미있는 부분만 압축되어 세상에 나타난 드라마 같았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곱씹고 회자하는 시간은 짧지 않으니,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전개만 바라보면 내용은 오락성도 놓치지 않은 스토리. 그럼에도 미학적 아름다움, 선한 기획의 의도, 내면을 찌르는 대사, 몰입할 수밖에 없는 전개, 야성적이고 강한 캐릭터들을 지닌 드라마라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드라마가 열린 결말로 끝났다는 점이다. 보통의 열린 결말은 방향성 정도는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끝나지만, <작은 아씨들>의 경우에는 그 방향성조차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에게 가장 주인공으로 다가왔던 인주의 이후의 삶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인경은 종호와 결혼해서 미국에서 공부할 것 같고, 인혜는 효린과 핀란드 오두막에서 그림 그리며 행복하게 살 것 같은데. 인주는 화영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자 했던 목적을 이뤘고, 인주가 가장 지키고 싶었던 동생들을 무사히 지켜 웃으며 떠나 보내주기까지 했다. 인주가 이루고자 했던 것은 다 이루었는데, 역설적으로 다 이루어 이제 목적이 없는 것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드라마의 사랑했던 캐릭터의 앞날이 어떤 방향으로도 구체화되지 않는 것은 못내 아쉬운 일이다. 인주 캐릭터를 너무 사랑한 탓에 이게 소위 말하는 ‘메리 배드 엔딩’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 배드 엔딩’은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목적을 달성했지만, 그것이 제삼자가 보기에 비극적인 엔딩일 때를 말하는 것이니, 해피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인주는 제 3자가 봐도 행운을 얻었으니까. 원하는 목표도 이루고, 돈도 얻었다. 그러니 인주가 잘 살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어쩌면 이후에 도일의 말처럼 돌아온 도일과 또 만날 수도 있고,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며 가족에 헌신했던 첫째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도 있다. 인주가 행복하다면 인주에 함께 울고 울었던 시청자인 나도 행복할 것이기에. 덧붙여, 사실 인주만큼 인경 캐릭터도 정말 사랑했는데, 인경은 스스로 성장을 바탕으로 그녀의 평화가 되어 줄 종호가 옆에 있기에 행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나 작고 낮았지만, 이제는 단단하고 높아진 세 자매의 행복을 빌며. 나도 다시금 이 작은 아씨들의 세 자매처럼 정말로 지키고 싶은 소중한 감정이, 열망이, 꿈이 있는지 재고해본다. 그리고 세 자매처럼 단단하고 강하게 살아보겠노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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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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