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끔 죽이 먹고싶은 이유 [음식]

죽이라는 음식 속에 들어있는 그리운 마음
글 입력 2023.01.19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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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일주일 동안 나의 식탁에는 어떤 음식에 올라왔었나. 내 뱃속으로는 어떤 음식들이 들어왔는가에 대해 말이다. 아마 맵고 기름지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 특히 배달이나 인스턴트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한 식사를 한다. 우스개 소리로하는 말들 중에 학생들은 만날 때마다 마라탕, 떡볶이, 매운 라면 중 하나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내가 겪었던, 또 보고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정확하게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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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매운 음식을 즐겨 먹고, 짠 음식을 더 짜게 만들어 먹고는 한다. 하지만 가끔 정 반대되는 음식이 강렬하게 끌릴 때가 있다. 새하얗고 따뜻하고 순수한 맛을 가지고 있는 음식. 바로 '죽'이다.


얼마 전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늦게 집에 돌아와 매운 라면을 끓여 먹고 기절하듯 쓰러져 잠에 들었다. 그러고 일어나니 속이 화끈하게 아려오기 시작했다. 한참을 누워서 끙끙 속앓이를 하다가 문뜩 따뜻한 흰죽이 먹고 싶어져 몸을 움직였다.

 

밥솥에 얼마 남지 않은 밥을 박박 긁어모아 냄비에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끓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꼭 약한 불에서 아주 천천히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냄비 바닥에 눌어붙거나 다 타버려 메케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며 손만 휘휘 젓고 있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죽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정성과 사랑 아닐까"하는 생각 말이다.

 

한참을 약하게 끓어가는 냄비 앞에 서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음식을 먹을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이 이걸 먹고 조금은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과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진심 어린 걱정,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함께 끓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렇게 한참을 누군가의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나서야 따뜻하고 새하얀 죽이 그릇에 담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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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쫄깃하거나 아삭한 식감이 있는 것도 아닌 죽이라는 음식에는 그 어느 음식보다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고 힘들 때, 혼자인게 서러울 때 찾게 되는 음식이지 않을까?


오늘은 직접 죽을 끓여보는 건 어떨까. 천천히 냄비 속을 휘저으며 생각해보자. 이 음식을 같이 먹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오늘도 지치고 힘든 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사랑하는 나 자신을 생각하며 아주 오랫동안 마음을 담아보자.

 

별것도 아닌 특별해보이지 않는 음식이지만 분명 그 안에 가득 담긴 마음이 답답하고 외롭던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다.

 

 

[조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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