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장의 사진에 반대 의미를 담다 – 마리아 스바르보바: 어제의 미래 展

감정과 통제, 자유와 경직, 색상의 대비, 어제와 미래
글 입력 2023.01.1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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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 [어제의 미래: FUTRO RETRO]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된다.

 

전시는 ‘1. 노스텔지아’ ‘2. 퓨트로 레트로’ ‘3. 더 스위밍 풀’ ‘4. 커플’ ‘5. 로스트 인 더 벨리’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름다운 색감과 구조에 홀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완벽히 구상된 듯한 색감과 포즈도 아름다웠지만 “어제의 미래”라는 모순적인 전시명처럼, 이중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사진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 즐거웠던 전시이다.

 

그중 인상 깊었던 시리즈 몇 개를 소개한다.

 

 

 

정육점 시리즈: 관객에게 이야기 공백을 내어주는 단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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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a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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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lict, 2015


 

정육점 시리즈는 사진들이 스토리로 이어져 꼭 단편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했다.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가 등장한다. 남자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단골손님으로 보이는 경찰이 나타난다. 경찰과 여자의 거리가 가까워질 때 남편이 재등장하여 그 광경을 지켜본다. 남자의 손에는 정육점 칼이 있다.

 

인물들의 감정의 부재와 경직된 자세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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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Love II, 2015

 

 

뒤이어 ‘순수한 사랑 II’에서 여자는 고기 칼을 든 남편을 감싸 안고 있다.

 

그저 단골손님이었을 뿐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듯이. 둘의 관계가 진짜 순수한 사랑이었는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처럼 작가는 관객이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 넣도록 상상력을 자극한다.

 

경직된 자세로 표정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은 그저 주어진 임무만 하는 마네킹 같다.

 

이는 곧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는 사회주의 비판하는 듯했다. 동시에 적은 양의 고기만 판매하는 정육점은 과소비로 인해 쓰레기가 넘쳐나는 현재와 다른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면도 함께 비춘다.

 

 

 

스위밍 풀 시리즈: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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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 2016

 

 

옅은 파스텔 톤의 색채와 채도 높은 색의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이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로 잰 듯이 반듯한 선과 정지된 포즈는 무슨 일이 일어날 듯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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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2022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초상화 Portrait'이다.

 

빨간 수영모를 쓴 여성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수영장 물의 경계선이 교묘하게 입에 닿아 입을 막는 듯 보인다. 그러나 카메라를 응시하는 강렬한 눈빛은 통제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쟁취할 것 같아 오랜 시간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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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NEHERA, 2016

 

 

스위밍 풀 시리즈에서는 인물을 대칭으로 배치해 기하학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다. 그중에서 특히 여러 금지사항들이 눈에 띈다.

 

모델들의 포즈가 만든 “X” 표시는 “다이빙 금지”를 뜻하는 "Zakazskakat!" 팻말과 중첩되며 통제적인 분위기의 사회주의를 연상시킨다.

 

 

 

아이들: 유일한 감정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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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ing Elastic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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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Top, 2017

 

 

작가의 사진에서 아이들은 유일하게 표정이 있는 존재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아이들이 약간 인상을 쓰고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함께 고무줄놀이를 한다. 그러다가 함께 벽 위로 올라갔을 때 서로의 꿈을 얘기하는 듯 미소를 띠고 있다.

 

미래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꼈다. 자아를 느끼고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더 극대화되어 보였다. 이 아이들만은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어른이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감정과 통제, 자유와 경직, 색상의 대비, 과거와 미래. 한 장의 사진 안에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은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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