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품과의 거리 10cm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코 앞에서 보는 전시
글 입력 2023.01.0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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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한 통창의 전경에 압도되는 63빌딩의 전시장 63아트에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展>이 한창이다. 입구를 장식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일러스트와 내려다보이는 서울 야경의 화려함이 닮았다. 63아트는 그의 대표적인 일러스트와 잘 어울리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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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키워드는 '향수, 빈티지, 디테일'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그림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도, ‘디테일이 재미있’고, ‘빈티지한 색감’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덧붙여 내가 느낀 감상의 키워드로 그의 전시를 소개한다.

 

  

# 가까이 보아야 재밌는


사람들이 작품 앞에 다닥다닥 모여있다. 그림의 코앞까지 가서 눈싸움하듯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조망하는 시선으로는 맥스의 그림을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일러스트는 가까이 다가설수록 재밌고, 그와 영화 취향이 비슷하면 두 배는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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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의 귀여운 당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좋지만 손은 안된다)

 

 

# 한 권의 책으로 선물받고 싶은

 

전시를 본 뒤에 시간이 여유로우면 한 번 더 돌면서 좋았던 작품을 눈에 담는 습관이 있다. 근데 그의 그림은 그렇게 하고도 전시장에서만 감상하기는 아쉬웠다. 어린 시절 빳빳하고 매끈한 종이에 삽화가 가득한 책을 선물받으면 한동안 그 책은 보물이 되었다. 그림 안에 볼거리가 많으면 가치가 더 올라갔다. 맥스 달튼의 그림이 딱 그런 느낌이랄까.

 

전시장의 작품을 한 권의 멋진 책으로 선물 받았다고 상상해봤다. 아끼는 만화책을 보듯 엎드려서 한 장을 꼼꼼히 구경하고, 한참 뒤에 그 다음 장을 넘겼을 것이다. 그렇게 꼭꼭 씹듯이 감상하고픈 그림들이다.

 

 

# 유머러스 한

 

그의 그림은 유머러스하다. 그의 작품 중 자신이 아는 영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이 있다면 디테일을 찾아보다가 웃음이 나올지도 모른다. 직접 보면 무슨 말인지 와 닿을 것이다. 가기 전 그가 어떤 영화를 오마주 했는지 훑어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

 

그럼, 코 앞에서 보는 전시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을 맛보기로 소개한다. 감상자 1과 2의 대화와 독백은 덤이다. 댓글로 당신의 감상도 들려준다면 좋겠다. 이런 전시는 같이 나누어야 제 맛이니까.

  

1막에서는 70년에서 2000년대를 아우르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레옹>, <이터널 선샤인>, <티파니에서 아침을>, <아멜리아>와 같은 따뜻하고 빈티지한 채도의 영화부터 <007>, <스타워즈>, <킹콩>, <왕좌의 게임> 등 SF와 액션을 넘나드는 영화까지. 한 시대를 풍미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영화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레옹

L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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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 마틸다의 동생이 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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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아파트에 모아놓은 영화 레옹의 등장인물들. 이들을 둘러싼 중심적인 사건은 레옹과 마틸다가 거주하는 낡은 아파트, 높은 빌딩, 빌라 등 그 시절 뉴욕의 건물에서 벌어진다. 그래서인지 맥스는 레옹과 마틸다가 살던 아파트를 무대로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계단을 아파트의 가운데 떡하니 배치하고 2층부터 6층까지 가로지르도록 구성한 것이 재밌다. (영화 속 그들의 아파트 계단은 네모난 벽면을 따라 사각형을 그리는 구조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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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으로 차곡차곡 위치한 작은 방을 들여다보자. 대부분은 반갑지 못한 얼굴이다. 레옹과 마틸다가 위치한 꼭대기는 더 이상 도망갈 공간이 없고, 복도의 끝에는 마틸다의 4살짜리 친동생이 서 있다.

 

계단의 난간을 장식하는 장미 넝쿨 모양은 얼마나 정교한 지. 레옹의 방에 있는 익숙한 물건들과   1층 상가에 보이는 토니의 레스토랑, 레옹이 우유를 사러가던 슈퍼 등 그림의 요소를 하나씩 뜯어보고 있으면 영화가 머릿 속에서 재생되는 기분이다.

 

 

 

초콜릿 천국 

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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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씨가 온화하게 그려진 것 같아.”

 

 

윌리 웡카! 윌리 웡카!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어린 시절 좋아하던 소설 중 하나다. 특히 로알드 달의 문체와 퀸틴 블레이크의 삽화는 완전 찰떡이었다. 조금 더 커서는 팀 버튼의 영화로 보았다.


어린이에게 ‘초콜릿 공장’은 수많은 상상과 설렘을 가져다주기 충분했는데, 영화의 비주얼은 내가 소설을 보며 상상한 것보다 더했다. 그래서 무척 좋아했고, 나와 동생은 연말이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았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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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웡카씨와 움파룸파족 사람들의 얼굴은 영화와 소설에서 느낀 바와 달리 온화하고 순둥해보였다.

 

"웡카씨 얼굴이 너무 착해 보이는 것 같아. 작가만의 스타일로 해석한거겠지?"

"응. 그것도 그렇고. 움파룸파족도 눈썹이 희진 않았어."


뭐지? 이유 없이 저렇게 그렸을 리는 없는데. 알고 보니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Willy Wonka & the Chocolate Factory)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영화화된 작품이 있었다. 그가 영감받은 작품은 최초작인 '초콜릿 천국'이었던 것. 영화 속 움파룸파족은 흰 눈썹이 맞았고, 웡카씨도 조니 뎁이 연기한 캐릭터보다는 비교적 푸근한(?) 인상의 마스크를 가진 배우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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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안의 공간을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말 안 듣던 어린이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먹지 말라는 껌을 집어삼키고 블루베리처럼 부풀어 오른 바이올렛과 초콜릿 강을 손으로 마시고 파이프로 빨려 올라간 아우구스투스가 보인다. 찰리와 찰리의 할아버지만이 신나는 표정으로 공중에 둥둥 떠 있다.

 

 

 

기생충

PARA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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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간은 ‘봉준호 관’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영화 <기생충>, <설국 열차>, <괴물>, <살인의 추억> 등을 모티프로 작업한 일러스트로 가득했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전시인만큼 봉준호 감독 컬렉션을 완성하는 신작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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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영화<기생충>의 대저택을 묘사한 일러스트에서 볼 것이 많다. 보통 맥스의 그림에서 인물은 눈을 감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눈동자가 묘사됐다. 영화에서 인물간의 위계와 심리상태가 중요한 만큼 그것이 표정에 잘 드러나게 살린 것일까? 저택의 주인인 박 사장 가족과 달리 기택과 충숙의 표정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지하 통로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문광과, 지하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그의 남편까지. 세 가족이 한 장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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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와서 나송이 방 좀 봐봐.”

 

 

개인적으로는 방을 구경하는 것도 매우 재밌었다. 나송이 방에 적힌 ‘나송아 사랑해’라던지, 거실 가운데 걸려있는 문제의 나송이 그림, 부엌의 식기류와 다혜의 방 책장 등이 그렇다. 그 와중에 빠지지 않고 작게 그려진 대저택의 강아지들은 씬스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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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전시관에는 사방과 아래가 유리로 된 포토 스팟이 있다.

서울 한복판에 떠 있는 괴물과 함께 사진을 찍어보자.

 

 

 

웨스 앤더슨 컬렉션 

The Wes Anders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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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에서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일러스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는 팬으로 알려져있다. 팬심 만큼이나 아티스트로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그런 마음이 작품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포스터와 컬렉션 북은 대중적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으며 유명해졌다.

 

제 2막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비롯하여 <다즐링 주식회사>,<벨라폰데>, 웨스 앤더슨의 최근작 <프렌치 디스패치>등을 맥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그림을 보랏빛이 강렬한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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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 뒷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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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폰테

 

 

 

Fantastic Mr.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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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째그만한 쥐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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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타스틱 Mr. Fox>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그림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무집 꼭대기에 있는 위협적인 쥐와 좌측의 총을 든 남자 셋은 악역일 것이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아래 동물들이 춤을 추고 있다. 평화로운 동물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인터넷 검색창에 영화 제목을 쳤다. 원작 소설이 있는데 표지가 익숙하다. 한국어 제목이 ‘멋진 여우 씨’다. 아, 로알드 달의 소설 <멋진 여우 씨>였다. 성격이 괴팍한 세 농부와 그들의 음식을 훔쳐갔던 여우 씨와 동물들. 내용이 어슴푸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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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본 것처럼 맥스 달튼은 영화를 한 장의 그림으로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그림 자체도 입체적이기보다는 평면적이다. 케익이 썰린 것처럼 단면이 훤히 보이는 지하 나무 굴에는 동물들이 살고 있다. 너구리, 토끼, 두더지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춘다. 동작은 큼직한데 표정은 평온하다.


그가 그리는 인물들은 보통 눈을 살포시 감고 입 모양은 무표정하거나 옅은 미소를 띄고 있다. 특별히 그런 표정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을까?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드렁하거나 무관심 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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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리는 캐릭터의 표정을 보면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생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반면 <판타스틱 Mr. Fox>의 춤추는 동물들은 고민이 없어 보인다. ‘인생 아무것도 아니야! 우린 문제없어!’라고 말하는 듯한 저 도도한 표정과 직각 형태의 움직임. 어느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그리는 표정에는 그의 인생관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따뜻한 시선으로 작은 것을 포착하고, 경쾌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떠올렸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아레나> 인터뷰에서 이것을 두고 감상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정을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꿈보단 해몽이다. 인터뷰를 읽고 나니 내 바람을 들킨 기분이다.

 

 

 

아티스트 맥스의 뮤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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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그림을 제외하고도 많은 재능, 직업이 있었다. 음악을 전공했기에 기타와 피아노, 더블 베이스를 연주할 수 있으며 한때 재즈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다. 실험적 영화의 대본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로, 음악가로, 작가로. 그가 걸어온 길을 보니 참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음악은 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였다.


3막에서는 그의 영혼을 이루는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애정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좋아하는 록밴드의 LP앨범을 그렸다. 그의 뮤즈가 된 뮤지션과 화가를 그려낸 작품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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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그가 좋아했던 화가의 작업실을 상상하며 그린 일러스트가 좋았다. 한 편에는 그가 그린 그림책 삽화도 한 장씩 전시되어 있는데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짧은 내용이지만, 매우 귀엽고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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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한 장. '아임쏘리~~~~~' 라고 화통하게 노래로 사과를 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과는 단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가끔은 우리의 실수가 저런 노래 하나로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혼자가도 외롭지 않을 전시다. 대신 혼잣말을 많이 하거나 피식 피식 웃음을 터뜨릴 수도 있다. 공감가는 부분을 발견하면 소울 메이트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발을 들였다가 작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곳. 영화의 순간들 63은 올해 10월 29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그 외 소소한 전시 TIP

 

1. 2월 2일까지는 월요일과 목요일에 도슨트 투어도 진행한다고. 자세한 운영시간과 정원, 미운영 날짜는 63아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전시장 내부가 생각보다 훈훈하고, 두꺼운 외투를 보관할만한 곳은 마땅치 않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3. 63아트는 63빌딩의 60층이다. 전시만큼이나 멋진 전망도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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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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