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도 소원 한 줄기를 쏘아올렸다 | 김영소 - UTOPIA [음악]

난 이제 무질서한 행복을 빌지 않는다
글 입력 2023.01.03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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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마지막 날도, 새해의 첫날도 영 특별하지가 않다.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이런 날만큼은 세상의 부정과 절망, 갈등과 비난보다 긍정과 희망, 화합과 응원이 승리하는 것. 오늘만큼은 "잘 될 거야", "행복해지자" 따위의 표현들에 인색하지 않기로 한다.

 

혼자 그려본 불완전한 미래, 타인의 차가운 시선. 1년 365일 중 수개월, 수일을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오늘은 1월 1일'이라는 단순한 명제 하나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게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게 모순적이고 어리석은 것이 또 우리의 매력인지라.

 

케이크 위로 뚝뚝 떨어지는 촛농, 팔이 아프다며 어서 '짠'하라고 야단인 사람들의 성화와 점점 옅어져 가는 종소리. 이 모든 것들 사이에서 몇 초 안에 양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뒤 해내기에 '소원'이나 '새해 다짐'같은 건 너무 복잡한 과제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기에 이제 나는 현실을 좇고, 그렇다고 어느 큰 회사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기에 나에겐 낭만이 남아 있다. 너무 상투적이라고, 이 정도면 소원을 들어주는 이도 지긋지긋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또 행복을 빈다.

 

나는 정리되지 않은 바람들을 한 상자에 대충 욱여넣고 까만 매직으로 '행복'이라 대충 휘갈겨 적어 두곤 했다. 나조차도 그 의미를 모르는 '행복'이라는 포장지를 남용하면서. '진짜' 소원을 빌지 못한 거다. 아까운 기회를 지금껏 몇 번이나 날렸을까.

 

좀 더 찾아보고 싶다. 진실되게 빌어보고 싶다. 나의 소원.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혹은 필요한 것. 나의 바람. 나의 꿈. 나의 유토피아.

 

 

 

 

닿을 수 없기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를 매일 꿈꾸게 하는 그런 것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간절한 욕망이 꿈에서 넘쳐흘러

현실로 쏟아져 나오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그 세상을

 

THE PLACE THAT WE DREAMED

 

Youngso Kim - The Place That We Dreamed, ‘UTOPIA’ M/V 

 

 

저마다의 소원들이 한 줄기씩 하늘로 솟아오른다.

 

어디서 쏘아 올렸는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끝내 어디에 도착할지 모르는 소원들이 허공에 흩뿌려진다. 유난히 밝은 달은 두툼한 겉옷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한기에도 날 우뚝 멈춰 서게 하고, 구형의 빛은 셀 수 없는 빛줄기들의 종착지같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종착지를 알 수는 없다. 끝없이 직진할 그 줄기들을 바라보며 또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한번 쏘아 올린 뒤에는, 언제 닿을지 모를 그곳을 한없이 소망하고, 쫓아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한 줄기를 쏘아 올릴 새해가 온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다. 점차 지도는 완성된다. 나의 '진짜' 소원, 나의 '유토피아'까지. 기타리스트 김영소의 'UTOPIA'는 그 시간들과 닮아 있다.

 

나만의 유토피아를 향해 한 발 발걸음을 내딛는다. 설렘과 긴장으로 점점 크게 들려 오는 심장 소리와 계속해서 간질거리는 마음은 강한 북소리와 조심스레 움직이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 소리로. 기타 줄 위로 손가락이 부드럽게 유영하며 내는 쇳소리는 마치 산새들의 소리 같고, 바람이 몸을 휘감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피아노 소리는 적어도 난 길을 잃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준다.

 

이제 마음을 놓고 멜로디를 따라가 본다. 내가 가장 빛났을 때, 내가 가장 크게 웃었을 때, 내가 가장 편안했을 때. 그리고 마침내, 내가 가장 자유로웠을 때를 발견한다. 난 어떤 모습이었고, 어디에 있었으며 무얼 하고 있었는지. 깊은 곳에 있던 장면 장면들이 봄 냄새를 맡고 앞다투어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 무리처럼 피어난다.

 

점점 절정을 향해 가는 피아노와 기타의 합주는 마치 내 앞에 다리를 놓아주듯, 이 여정을 응원하듯 경쾌하다. 도통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이제 그 발음조차 어설펐던 행복을 찾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적어도 나의 유토피아에서는 '자유'가 '행복'이라는 글자의 틀보다 훨씬 컸다.

 

*

 

마침내 눈을 떴을 때는 모든 게 흩어져 있지만 여전히 쿵쿵 뛰고 있는 심장 소리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발자국 하나가 남아 있다. 지난 여정의 소소한 전리품이다. 그래. 난 이제 적어도 무질서한 행복을 빌지 않는다. 이번에는 평안한 자유를 빌어보기로 한다. 올해도, 무운을 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

파랑새 이야기처럼, 미지의 어딘가로

발걸음을 망설임 없이 내디딜 수 있는 바로 지금

어쩌면 이 순간이 진정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Youngso Kim - The Place That We Dreamed, ‘UTOPIA’ M/V 

 

 

[이건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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