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실용서가 시집이 되는 과정 - 안무가의 핸드북

조나단 버로우스의 『안무가의 핸드북』
글 입력 2022.1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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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도 괜찮다. 안무는 당신이 방법을 찾지 못할 때 하는 것이다.

 

 

『안무가의 핸드북』은 안무가이자 무용수, 교육자인 조나단 버로우스가 춤과 안무를 둘러싼 여러 개념을 통해 예술 작품 창작을 위한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책이다.

 

재료, 반복, 주제, 자기표현, 리허설 스케줄, 협업, 관객, 독창성 등의 다양한 키워드가 상호작용하며 논쟁하는 동안, 독자는 이 책의 내용을 추상과 실용 둘 중 하나로 구분함은 이 책을 이해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임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목차를 둘러보고 끌리는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도 좋다. 가령 주제 파트의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고 착각하기란 매우 쉽다’는 문장은 독창성 파트의 ‘우리는 모르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아는 것을 과소평가한다’는 문장과 40페이지 가량의 거리를 두고 연결될 수 있다.

 

‘핸드북’이라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짧은 문장이 메모처럼 기록되어있는데, 이들은 서로 덧대어지며 독자의 안으로 몇 가지의 묵직한 질문들을 보낸다.


 

당신이 춤추는 방식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 춤추기

 

 

생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춤추기, 글쓰기, 운동, 악기 연주, 마트에서 생필품을 구입하기.


 

질문은 이것이다 : 당신이 원하는 작업에 딱 맞는 방법은 무엇인가?

 

- 즉흥

 


저자는 책 속에서 자주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작업 방식인지,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기를 원하는지 묻는다.

 

이러한 물음은, 저자가 책을 통해 조언하는 모든 아이디어와 작업 방식은 독자 개인에 따라 유효할 수도 잊어버릴 수도 있는 선택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것인 동시에 독자 스스로 답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던져야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쉽게 오는 것을 받아들여라.

 

- 재료

 


춤을 출 땐 완전히 기울어져볼 수 있다. 몸의 균형을 중앙보다 왼쪽으로 두어 힘이 쏠린 모양새가 더 완전한 상태인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점프를 할 땐 중력을 의지적으로 밀어내고, 손끝 대신 손바닥에 힘을 주는 방법을 반복해 체화하고, 몸의 무게를 짊어진 채로 마지막 2초를 견딘다. 잘 쓰지 않는 근육에 의식을 써 움직여 생경한 감각을 경험한다.

 

 

당신이 움직이는 방법은 당신이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 일상적 실천

 


춤을 출 때 우리의 몸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팔이 원을 그리려면 동시에 어깨를 함께 굴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자세에서 고개를 아주 살짝 비틀면 전혀 다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턱 끝이나 목 근육은 보기와 다르게 움직임이 둔하다. 그건 춤을 출 때 떠안고 있는 생각의 무게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생각은 때때로 큰 폭의 움직임을 막는다.

 

거울을 통해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동작을 이어갈 필요도 있지만, 거울을 등지고 추는 것이 더 명료한 움직임에 도움이 되는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건 단지 바보 같은 춤일 뿐이다.

 

- 위험

 


책을 읽는 동안, 일이었던 적은 없지만 제법 오랫동안 시간과 마음을 기울여온 나의 춤추기와 그리고 나의 글쓰기, 또 거창하게는 나의 삶과 예술, 작게는 오늘과 내일 어떤 자세와 태도를 견지할지에 대하여 생각했다.

 

안무가가 집필한 책이다 보니, 나 또한 이 글에서 자주 ‘춤’이라고 쓰고는 했는데 춤이 아닌 다른 단어로 대체되어도 이상하지 않도록 쓰고자 했다. 이 책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가령 ‘오직 당신의 습관만 이용한 작품을 만들어 보라(습관)’던가 ‘당신의 지루함을 믿(훔치기)’으라는 말, 비슷하게는 ‘당신이 가만히 멈춰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무엇(지루함에 대한 두려움)’이냐는 물음, ‘때로는 의식하여 추상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다른 주제에 도달하는 최고의 방법(추상적 춤)’이라는 말이 그렇다.

 

설명적이면서 정돈된 형식의 줄글 대신 함축적이고 중의적인 표현으로 쓰인 파편 같은 생각들은, 끊임없이 반전되고 이전의 생각을 무효화시키거나 환기하고 질문하고 또 답한다.

 

여담으로, 친구와 이 책에 대해 대화하며 어릴 적 했던 놀이처럼 ‘현재 나의 마음 상태는?’ 같은 질문을 묻고 무작위로 책을 펼쳐 메시지를 확인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건 꽤 재미있는 시도였는데, 나는 미래에 대한 조언을 책에 구하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 춤들을 보여 주었는데, 많은 의견을 들을수록 오리무중에 빠졌다(쇼잉)’는 답을 얻었다.

 

아이디어나 작업 방식에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 삶이 권태롭거나 그저 시간을 때우고 싶을 때 이 책을 집어 드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책의 가장 앞에서 저자가 권하듯 집어 드는 것만큼이나 놓아 버리는 것 역시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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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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