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넘기는 힘' : 역동성에서 피어난 지성과 문화 - 도서 '서점의 시대'

글 입력 2022.1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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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우리에게 서점은 어떤 곳일까.'

 

<서점의 시대>를 집필한 강성호 저자가 머리말 제목으로 쓴 문장이다. 그 문장을 보고 서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책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는 곳, 눈에 띄는 책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볼 수 있고 구매하는 즉시 책장에 꽂아 언제든지 들여다보는 것을 가능케 해주는 실마리가 되는 공간, 영감의 집합소 등 여러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저자에게 서점은 어린 시절 아지트였고, 대학생 시절에는 헌책방 순례를 했던 여행지였으며, 결혼 이후에는 독립서점의 주인으로서 멋진 일들을 벌여 나갔던 찬란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는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서점의 역사를 정리하는 유의미한 기록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써 내려간 서점의 역사는 총 2부로 나누어진다.

 

1부 <서점탄생 : 세상의 수많은 지식은 서점에서 유통되었다>에서는 서점에서 지식의 생산과 유통, 소비가 이뤄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2부 <서점본색 : 한 시대 문화의 중심에는 서점이 있었다>는 서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살피면서 그 공간성을 집중적으로 탐색해나가는 장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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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부에서는 근대 전환기에 인쇄술의 유입에 따라 새로운 상품 아이템으로 부상한 책과 함께 태동한 서점이 당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추적한다.

 

지식의 구심점으로서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인지한 이들이 일군 새로운 지식산업이자, 당대 계몽운동을 자처한 사람들의 중심에 서점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한가운데에 '책'과 '서점'이 자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점에서 쏟아져나온 수많은 지식은 미움을 받기도, 무거운 탄압을 견디기도 했다. 시대를 앞서갔다는 이유로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금서로 지정되어 문화투쟁이 벌어졌다.

 

일제 식민치하에서는 조선의 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민중서관을 차려 국어사 연구에 매진한 방종현, 활자 연구에 필요한 문헌 자료를 수집한 화산서림의 이성의가 역사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서점을 지었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대에는 저항 공동체의 중심에서 어둠 너머의 미래를 꿈꾸는 한 줄기 빛이 바로 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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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대를 이끌고, 부정한 시대에 저항하여 정의를 되찾고, 과거를 잊지 않은 채 미래로 나아갔던 우리 민족의 당찬 발걸음을 책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뻗어 나온 텍스트의 강력한 힘이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서점은 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지만 사실 그 어떤 공간보다도 깊이 있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근대 서점은 ‘종이’라는 물성에 새로운 지식과 대중성이라는 ‘가치’를 부여하면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양한 책을 보고, 만지고, 느끼고, 읽고 큰 부담 없이 구매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 서점은 지식의 유통에 매우 큰 변화를 불러온 셈이다. (31~32쪽)

 

 

이어지는 2부에서는 서점들이 성장하고 모여 하나의 거리를 이루던 '서점 거리'를 조명한다. 종로에서 시작된 서점 거리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부터 동대문에 이르는 넓은 범위를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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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가득 메운 서점 곳곳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콘텐츠가 더불어 생겨났는데, 서점은 토론과 감상, 운동, 그 외 다채로운 활동이 벌어지는 확장된 공간이 되었다. 그러한 독보적인 살롱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드나들기도 했다.

 

선도적인 예술 저작이나 관련 외서를 보유한 마리서사, 40년간 명맥을 유지한 명동 문예서림, 제주도 우생당, 5·18항쟁 당시 계엄군을 피하려던 시민들의 대피 장소이자 항쟁의 상황실 역할을 했던 광주의 헌책방 녹두서점이 그곳이다.

 

 

책 자체가 좋아서 책의 자취를 따라가는 유락(愉樂)의 독서가, 서점과 서점 사이에서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여행가, 서점의 시층(時層)에서 비밀을 간직한 책을 발굴하는 책 수집가 등이 서점 거리를 활보한다.

 

일견 서점은 매우 적막한 정적의 공간으로 비춰지지만, 그 이면에는 이윤의 추구, 책읽기의 즐거움, 지식욕 등 다양한 욕망과 생각이 얽혀 있다. 이때 서점의 입지 조건은 도시의 공간 구조와 문화를 보여준다. 또한 서점이 몰려든 거리의 풍경은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166쪽)

 

 

살롱 문화로 한 차례의 틀을 깬 서점은 '독립서점', '북카페'와 같이 책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신생 공간을 열어 또 한 번의 틀을 깨기 시작했다. 이는 서점의 주체인 책과 사람을 하나로 잇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돼 2000년대 후반부터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독립서점의 계보를 그대로 증명한다.

 

그 계보는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대형서점보다는, 특색있는 독립서점만의 분위기와 큐레이션 된 책들을 자연스레 찾아다니는 움직임이 책 문화의 당연한 트렌드가 된 것이다.

 

고서점, 전문서점을 거쳐 규모가 확장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 그리고 독립서점까지. 다양한 형태를 드러내기까지, 서점은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을 같이하며 가볍지만은 않았던 발걸음을 묵묵히 내디뎠다.

 

 

 

'넘기는 힘' : 역동성에서 피어난 지성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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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시대>를 읽으면서 책장을 '넘기는 힘'이 내포하고 있는 무수한 가치를 느꼈다. 그 가치는 목차마다 언급된 우리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폭발적으로 뿜어나오는 역동성은 지성과 문화로 전환되어 역사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단서가 되는 지혜의 열쇠로 시대를 전전해왔다.

 

'진열된 책의 집합소에 지나지 않는, 정적인'이라는 형용사를 서점의 이미지로 품어왔다면, 그동안의 관념을 뒤바꿀 커다란 변화의 계기가 이 책 속에 있다.

 

이제는 오랜 시간 가려져 온 서점의 본모습을 '지성과 문화를 꽃피운, 역동적인'이라는 참된 형용사를 통해 마주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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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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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형섭
    • 잘 봤습니다!ㅎㅎㅎ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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