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버리기 위해 글을 쓰다 - 신의 문장술 [도서]

글 입력 2022.11.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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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하나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기고, 고민이 사라지고, 심지어 대인관계도 좋아져 삶 전제가 밝아지는 행동이 있다? 얼핏 듣기에 너무 좋은 효과만 가득해 멈칫하다가도, 이렇게 좋다는데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행동은 바로 ‘쓰기’이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위의 효능이 다 이루어진다니,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근거를 착실히 설명해준다. <신의 문장술>이라니, 언뜻 거창하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내용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이 책은 아주 작은 글도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파워 블로거가 된 작가의 말이니 확실히 신빙성도 생긴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막연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을 많은 사람에게 지침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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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

 

 

 

썼으면 버려라!


 

이 책에서 설명하는 ‘쓰기’의 첫 단계는 ‘버리기’이다. 글을 썼는데, 버리라니. 처음 듣는 지침이다. 글을 처음 쓸 때부터 완성도 있고 밀도 높은 글을 추구하며 계속 수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글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쓰고 버리기’의 방법

1. 종이에 쓴다. (이면지도 괜찮다)

2. 남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3. 지우개나 수정액으로 지우지 않는다. (삭제는 선을 그어서)

4. 반드시 버린다. (남이 볼까 걱정되면 꾸깃꾸깃 구겨서 버린다)

 

p.28

 


두 줄을 그어 삭제할지언정 내 생각의 발자취를 지우지는 말 것. 그리고 다 쓴 후에는 망설임 없이 버릴 것. 우리는 손에 남는 결과가 없으면 무용한 일을 했다고 생각이 들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손으로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머물러 있던 생각을 밖으로 표현했고, 다른 각도에서 상황을 보는 방법을 익혔다. 오늘 이 글을 쓰고 버렸다면, 내일은 한 단계 더 발전된 생각의 글을 쓰고 버리게 된다.


또한 발전할 수 없었던 생각이라면 내 생각을 토해내는 행위를 하며 나의 잡념 해소가 되었음과 동시에, 이미 버려진 글이기에 미련 없이 보내줄 수 있다. 버리는 것도 용기다. 내 글이 주저 없이 버려질 때, 소중한 생각과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명확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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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글을 쓴다는 것은 명확화하는 과정이다. 모호했던 생각과 감정에 윤곽을 부여해 선명한 아웃풋을 내는 것이다. 알맞은 단어와 적절한 문장으로 구조화된 생각은 내 세계관 축적의 양분이 된다. 정보가 숙성되며 ‘글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나의 사고와 감정을 체계화해서 정리할 수 있음과 동시에 세계관의 확장도 꾀하며 자아의 전반적 발전을 지향한다. 미련 없이 단순한 행동 하나로 나의 질적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쓰기이며, 그 첫 단계의 버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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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3

 

 

 

흔들리며 사는 법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3장 ‘글쓰기는 인생의 나침반이다’ 부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안정을 추구하고, 흔들리는 삶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 그 원인을 주로 자신에게 찾고 이게 괜찮은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나 작가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삶 쪽이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쓴다고 생각했을 때, 혹은 글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단조로운 직선의 삶보다 굴곡의 삶을 더 다채롭다고 느낄 것에는 이견이 없다. 우리가 열광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은 굴곡 없는 무난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갖은 굴곡을 겪으며 성장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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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1

 

 

흔들리되, 제대로 흔들리면 된다. 느슨해도 좋으니까 방향성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방향을 잡고 있다면 어떤 흔들림이 와도 모두 궁극적 목표의 양분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업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지게차 업무를 하더라도, 이 경험을 영업에서 고객에게 경험담으로 풀어줄 생각을 하거나, 현장 업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설명의 책임을 다하면 거시적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 이해하게 되어, 결국 배움의 효과도 극대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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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3

 

 

이 과정에서 쓰기의 효과가 나타난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심을 찾을 때. 부정적 상황에서 긍정의 전환이 필요할 때 ‘쓰기’를 통해 차분히 정리할 수 있다. 쓰기를 통해 나의 세계관을 구축하면 다른 의견과 관점도 받아들일 수 있다. 우선 내 생각부터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하면, 주변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나를 둘러싼 환경, 그것이 상황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그 사람의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인지하지조차 못하는 것이다.


쓰기는 싫어하는 분야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본래의 자신’과 ‘현실’을 놓고 글을 쓴다고 해보자. 이 괴리가 클수록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가는 되려 차이가 클수록 성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말한다. 도망갈 장소로서 본래의 자신을 설정하고, 현재의 나와 비교한다. 나만 볼 수 있는, 언제든지 미련 없이 버릴 수 있기에 가장 솔직하게 적을 수 있는 나의 글을 통해 나의 치부를 직면한다. 차분히 나의 싫음을 관조할 수 있다. 슬퍼할 필요도 없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가능성으로 여기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작은 좋은 것이 쌓여 결국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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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4

 

 

 

‘쓰기’의 선순환


  

이 책의 좋은 점은 굉장히 긍정적인데 무책임하게 낙천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말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와 거리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쓰기’의 힘을 길러주기 위해 구성적이고 내용적인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끊임없이 제시해준다. ‘쓰기 하나만 하면 인생이 운수대통!’ 이런 바이브를 가지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예시와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독자는 납득한다.


글의 작가가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참 귀엽게도, 6장까지 글쓰기의 기초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을 7장에서 ‘잼 아저씨의 글쓰기 수업’이라는 단편 소설을 통해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의 여섯 장 내용이 혹여나 어려웠을까 봐 픽션의 형태로도 요약을 해주는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글을 왜 써야 하느냐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도구적으로 필요한 글쓰기를 따스하게 가르쳐준다. 비약적인 발전이 아니더라도 내 삶의 작은 전환점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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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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