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폴:600M

에펠탑 2배 높이 상공, 피자 박스만한 공간에서 만난 아찔한 상황
글 입력 2022.11.22 03:5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파트 100층 높이의 에펠탑, 그보다 두배 더 높은 600m 상공.

 

눕지도 못하는 작은 공간에 고립되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

폴:600미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폴:600미터 / 줄거리


 

[크기변환][포맷변환]다운로드 (1).jpg

 

 

베키, 댄, 헌터. 영화의 시작은 이 셋이 아찔한 높이의 암벽을 오르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베키와 댄. 서로를 믿으면서 한 발 한 발 내딛고, 절벽 사이를 뛰어넘어간다. 그런 둘을 보며 헌터는 실없는 농담을 던지고, 셋은 즐겁게 웃으며 암벽을 오르기 시작한다.

 

잔뜩 쪼그라들어있던 심장이 셋의 웃음소리에 조금 풀어질 때 쯤, 사건이 발생한다.

 

댄이 발을 헛디뎌 얇은 줄에만 의지한 채 허공에 매달리게 되고, 안전장치를 끼워둔 암벽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며 결국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떨어져 사망한다.

 

시간은 흘러 1년 후, 사랑하는 댄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베키의 삶은 엉망이 되어있다. 쌓여있는 쓰레기, 엉망인 몰골. 당장이라도 댄을 따라 절벽 밑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삶을 살아갈 의지는 단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때,

 

똑,똑. 작은 노크소리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3915.jpg

 

 

아주 오랜 여행을 떠났던 헌터가 베키를 찾아온다. 헌터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베키가 기운을 차렸으면 좋겠다는 위로를 전한다. 베키가 높은 곳을 등반하면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조금은 철없는 제안을 던진다.

 

"철거 예정인 600m의 송신탑을 올라갈 거야. 같이 갈래?"

 

물론 베키는 못 하겠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끝없는 헌터의 제안과 긍정적 기운에 베키도 무언가를 깨닫게 된 것일까. 결국은 600m 꼭대기에서 댄의 유골을 뿌려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함께 목적지로 향하게 된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726.jpg

 

 

딱 보기에도 아찔한 탑에 도착한 두 사람. 베키는 계속해서 "못 하겠어"라는 말을 하지만 헌터는 계속 "할 수 있어"라며 결국 꼭대기까지 베키를 이끈다. 마을의 건물들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아찔한 높이. 둘은 겨우 피자 박스만 한 곳에 서서 거친 숨을 정리한다.

 

이곳에 올라오길 잘했다며 처음으로 생기있는 얼굴을 보여주는 베키. 관객이 그런 모습을 보며 졸였던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또 다시 아찔한 상황이 시작된다.

 

송신탑을 내려가는 유일한 방법인 사다리가 부러져 버린 것이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805.jpg

 

 

물도, 식량도, 편하게 앉을 곳도 없는 아파트 200층 높이의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장 떨리는 생존 스릴러. 반전의 반전까지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만약 당신이 심장을 뱉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폴:600미터 속 숨겨진 이야기


 

1.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긴장감

 

앞서 말했던 것 처럼, 영화는 시작부터 아찔한 높이의 암벽을 오직 줄 하나에만 의존해 오르고 있는 세 사람을 비춘다. 이미 여기서부터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히익' 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여주는 작은 돌들이 굴러떨어지는 불안한 장면, 귓가에 웅웅 울리는 무서운 배경음악, 딱 봐도 위험할 것 같은 상황. 이 모든 게 절묘하게 합쳐진 탓일까, 영화 시작 단 5분 만에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두 손에는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638.jpg

 

 

새빨간 피, 날카로운 비명소리, 갑자기 튀어나오는 대형 트럭. 시각적인 요소에서 주는 자극은 물론 끼익 거리는 불안한 소리, 철근이 떨어지는 우당탕 소리처럼 청각적인 자극까지 더해져 관객이 느끼는 불안함은 배로 커진다.

 

그러는 와중에 영화는 '심리적 불안함'이라는 요소까지 관객에게 부담한다. 베키와 아빠 사이의 불안한 관계, 또 댄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헌터의 비밀까지. 위험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시청각적 자극으로도 이미 터질 것 같은 심장은 심리적인 불안 요소까지 더해져 정말이지 심장을 뱉어내고 싶게까지 만든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3840.jpg

 

 

영화가 진행되는 1시간 47분 중, 단 1분도 빠짐없이 말이다.

 


2.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떡밥과 소름 끼치는 반전

 

이 영화를 두 번 이상 봐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당연하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떡밥 때문이다. 이 내용에는 엄청난 스포일러가 있으니 만약 영화를 온전한 긴장감을 가지고 즐기고 싶다면 잠시 뒤로가기를 눌러주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찾아낸 떡밥과 이 내용을 비교하며 들으면 재미가 배가될 것이다.

 

01. 영화 시작부터 뿌려진 떡밥: 앞서 말했다시피 영화는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에서 누군가가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모두 담고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사람, 그곳에서 생기는 위기 상황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5136.jpg

 

 

02. 클리셰 범벅: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연출 중 너무 진부하게 쓰여 이젠 예측이 가능한 내용을 "클리셰"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이러한 클리셰가 이곳 저곳에 덕지덕지 묻어있다.

 

: 불안한 꿈,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 금지구역, 동물의 사체, 삐걱거리는 소리,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작은 나사. 그리고 이 모든 위험한 상황을 무시하고 나아가는 주인공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신기하게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제발 가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극대화 하고, 이후에 있을 위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예측하게 만들어 영화에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013.jpg

 

 

03. 이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고립, 조난 영화의 절정이 시작되면 영화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극히 좁은 공간으로 제한된다. 특히 폴:600미터의 경우는 피자 박스만 한 발판이라는 공간으로 사용 가능 범위가 아주아주좁다. 때문에 영화는 위기 상황이 시작되기 전, 이곳저곳에 떡밥을 잔뜩 뿌려둔다.

 

: "물이랑 음식은 잘 챙겼어?" "물은 잘 챙겼고, 음식은 반나절이면 돌아올 테니 필요 없어. 걱정마"

 

베키와 헌터가 600M 등반을 시작하기 전 나누는 대화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면 알겠지만 이들의 선택은 정말 어리석었다. 음식을 챙겨가지 않은 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고립된 상황에서 허기를 느낄 테니 말이다.

 

: 전구를 빼내고 그 안에 충전기를 넣으면 충전이 가능하다. 핸드폰 충전할 곳을 찾는 베키에게 헌터가 알려준 생활 속 꿀팁이다. 이 장면을 굳이 왜 넣었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고립된 둘 위에서 반짝이는 붉은 조명을 보자마자 맞다! 그거!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902.jpg


 

: 143. I LOVE YOU의 글자 수를 숫자로 나타낸 신호로 베키의 남편 댄이 사용하던 표현이다. 베키는 이 표현을 고립된 극한의 상황에 의지할 유일한 친구인 헌터의 발목에서 발견한다. 선명하게 새겨진 143. 우리는 이 숫자를 보자마자 머리를 뒷통수로 한 대 맞은 듯 멍해지게 된다. 헌터가 댄과 그런 사이였구나라는 걸 깨닫는 순간, "왜 헌터는 댄이 죽자마자 그곳을 떠났는가.", "헌터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베키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말했을까."하는 엉켜 있던 의문들이 가위로 잘라낸 듯 한 번에 풀려버린다.

 

04. 소름 끼치는 반전: 영화의 중반부에서 고립된 둘은 물이 들어있는 가방을 밑으로 떨어트려 버린다. 다행히 중간에 걸쳐 줄을 타고 가면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 있는 상황. 헌터는 베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자신이 내려가겠다고 하며 줄을 타게 되고, 떨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있었지만 결국은 무사히 올라온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영화가 만들어낸 거짓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

 

: 사실 헌터는 떨어질 뻔한 상황에서 정말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다만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베키가 만들어낸 환상의 헌터가 베키와 관객 모두를 속이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눈앞에 헌터가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힌트를 준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215.jpg

 

 

헌터가 떨어질 뻔한 상황에서 들렸던 쿵. 하는 무거운 소리, 떨어지는 가방을 잡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헌터의 모습, 바짝 말라가는 베키와 달리 너무나 멀쩡한 헌터 등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도 계속해서 정신 차리고 현실을 깨달으라는 메세지를 던진다. 아마 반전을 알고 이상한 점을 찾는 재미도 쏠쏠해 몇 번이고 영화를 돌려보게 될지 모른다.

 

 

3. 영화 속에서 찾아내는 의미

 

베키는 원래 죽음을 선택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 베키는 환상 속의 헌터를 만들어낼 만큼 혼자 고립된 상황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헌터가 환상임을 깨달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화면 캡처 2022-11-21 144848.jpg

 

 

우리는 이러한 베키의 모습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삶이 위기에 몰려 낭떠러지에 있을 때,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기만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일한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런 말들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를 도와야 하는 사람도 '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환상을 깨고 나와 나라는 존재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일 테니까.


 

[조은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7.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