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친근하면서도 독특하고, 심오하면서도 유쾌하다 -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전시]

장 줄리앙의 첫번째 대규모 회고전, '그러면 거기' 방문기
글 입력 2022.11.1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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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란듯한 동그란 눈에, U자 모형으로 길쭉한 코, 올라간 입꼬리. 붓으로 그린 듯 질감이 느껴지는 얼굴은 단순하면서도 유일하고, 친근하면서도 독특하다. 바로,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셀렙들과 브랜드 상품들에서 사랑받는 ‘장 줄리앙’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 [그러면 거기]는 장 줄리앙의 첫 번째 회고전으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날 수 있었다.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전시 내 작품은 100권의 스케치북으로 시작해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과 오브제, 미디어아트 등 그가 어릴 적부터 작업하며 보관해온 작품들에서 부터 최근의 작품들까지 그가 쌓아온 미술 인생을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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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에 들어가기 앞서, 필자는 전시를 설명하는 글을 통해 전시 관람의 방향성을 잡았다. 바로, 이번 전시에서 생각해볼 세 가지 질문에 관한 답을 찾아가보는 것이었다. 세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 질문, 작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두 번째 질문, 머릿속 아이디어가 작가의 손끝에서 종이 위로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세 번째 질문, 일러스트에서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는가

 



1. 작가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는가 


 

장 줄리앙은 항상 작은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즉흥적인 드로잉과 스케치로 기록했다.  공개된 스케치북만해도 자그마치 100개다. 그는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여타의 예술가가 그러하듯 장 줄리앙 또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지나치지 않고 관찰하고 그림에 담았다.

 

이렇게 기록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은 장 줄리앙에게는 작품을 탄생하는데 영감이 되었다. '100권 스케치북'에서는 시간별 변화된 색감과 인물의 모습, 표정 그리고 다양한 공간 속에서의 인물 모습 등을 담았다. 사실 전시된 스케치북은 장 줄리앙에게는 개인 일기장과 같은 것이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번에 최초로 선보였다 한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을 스케치북 속 그림들을 또 최초로 보았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공간을 빙둘러싸며 전시된 스케치북을 감상하며 무엇보다 뭐든지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라 차근히 쌓아오는 과정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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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감상하다 전시된 스케치북 위로 보이는 꼭 붓으로 그린듯한 그림체와 글씨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스티커를 붙인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직접 적은 것이었다. 실제로 전시장 곳곳에 그려져있는 작은 전시 안내 문구부터 벽면 가로 공간을 빼곡히 채워넣은 대형 벽화까지. 이 모든 그림과 글들은 장줄리앙이 직접 손으로 그린 작업물이라 한다. 작가가 직접 채워 넣은 드로잉 작업들은 전시된 작품들과 어우러져 이것 또한 작품처럼 보였다.

 

 


2. 머릿속 아이디어가 작가의 손끝에서 종이 위로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장 줄리앙의 습작들로 가득 찬 공간 ‘드로잉’에서는 장난스럽고 유쾌해보이지만 촌철살인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드로잉은 또 다른 언어이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인 즉슨, 어떠한 설명이나 통역 없이도 드로잉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작품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가 작품을 단순하게 작업하는 이유라고 한다.


이곳에는 2008년에서 2022년 현재까지 장 줄리앙의 드로잉 작품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장 줄리앙의 드로잉 스타일 변화와 드로잉 작품들이 어떠한 작품으로 완성되었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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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벽면을 가득채우는 드로잉 작품들을 보면 친근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시선으로 관찰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대체로 라인 드로잉 작업을 주로 작업했으나 이후에는 색감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드로잉 작업을 하며 발전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 줄리앙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먼저, 디지털에 중독된 세태를 풍자하거나 디지털이 일상에 스며든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눈에 띈다. SNS 올리기 용으로 밥 먹기전 찍는 사진과 공연에서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정신없는 모습, 지하철 안 휴대폰만 보는 사람들의 모습, 노트북이 책을 대신해버린 모습, 남자가 아침에 보는 신문이 스마트폰에서 테블릿으로 변화하는 모습, 이제는 이름조차도 어색해진 공중전화부스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화하는 남자의 모습 등을 그렸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또한, 월요병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도 있다. 우리가 매번 만나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의 풍경과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눈 밑으로 내려온 다크서클한 인물을 그렸다.

 

그 밖에도, 남자가 웃으며 바라본 창 밖이 다른 건물 벽돌로 가득한 모습, 점원이 있는대도 셀프계산대에서 계산하는 모습, 강아지와 사람의 역할이 바뀐 듯한 모습, 심드렁한 표정인 카페 주인과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집을 장만한 것인지 당당한 걸음걸이와 뿌듯한 표정을 한 남자의 모습 등과 보면 웃음을 짓게하는 턱수염을 남자와 머리 긴 여자의 모습, 코끼리가 코로 선긋는 그림과 와인잔과 병을 거꾸로 들어 와인잔처럼 보이는 그림 등도 있었다.

 

장 줄리앙 작품의 특징은 현대인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간단한 그림체로 그 안에 핵심적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복잡한 그림보다 때론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장 줄리앙은 단순하면서도 핵심만을 담아냈고 심오하면서도 유쾌함을 동시에 주었다.

 

 

 

3.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가는가


 

다음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매체와 기법을 통해 작품에 다채로움을 준 점에 대해서다. 하나는 '영상의 재료들' 테마에서 보게되는 영상 또는 설치 작업을 통해서 작품 세계를 확장해나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브젝트'에서 만날 수 있는 즉, 책과 잡지, 의류, 다양한 생활 소품, 서핑보드, 스케이드보드 등 다양한 형태로 콜라보레이션해 작품을 선보인 점이었다.

 

먼저, 장 줄리앙 전시 중에는 자신의 그림을 애니메이션 작업해 영상물로 남겼다. 이는 전시회 내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10여 개가 넘는 영상에서는 간혹 의미를 해석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으나 동물 권리나 환경 오염 개선 등에 목소리를 내는 영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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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8년 학생이었을 때부터 이러한 수많은 실험적인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하나의 방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도전하면서 작품의 세계를 넓혀나갔다. 그리하여, 분야를 넘나드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그의 동생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작품을 창조해낸다고 한다.

 

특징적인 것은 영상 작업은 스톱모션과 같이 만들어진 점이었다. '영상의 재료들'에서는 그가 촬영한 영상 내 그림을 전시해놓은 공간이 있다. 장 줄리앙 만의 강한 색채와 단순하면서 귀여운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다.

 

한편, '오브젝트' 공간에서는 그의 작품과 콜라보레이션한 다양한 제품들로 가득했다. 그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게해주는 것과 동시에 필자 또한 소장 욕구가 드는 물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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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급한 것 이외에도, 장 줄리앙은 여가생활과 휴가를 소재로 회화 작업한 작품들과 가족과의 행복한 추억을 담아 표현한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한창 선선한 가을 날씨에 주말이다보니 전시회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입장하는데도 대기 시간이 꽤 있었고 전시를 감상하는 데도 사람들이 많아 작품을 보려면 간혹 줄을 서야 하기도 했다. 편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주말보다는 평일을 추천한다.

 

친근하면서도 독특하고, 심오하면서도 유쾌한 장 줄리앙의 작품 세계에 흠뻑 빠져보시라!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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