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으로부터의 예술 - 장 줄리앙 [전시]

글 입력 2022.11.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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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다가 내 수준이 너무 답답해서, 교수님께 “글을 잘 쓰려면 어떡해야 하나요.”라고 여쭌 적이 있었다. 교수님의 답은 간단했다.

 

“일단 쓰세요.”

 

나는 비겁하게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그분’이 오셔서 어느 순간 프로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다. 뛰어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월이 흐른 ‘흔적’이 필요하며 그 흔적이 바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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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안은 그 흔적을 아주 훌륭하게 남기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그는 언제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렇게 쌓인 수많은 작품은 다시 새로운 작품의 배경이 되어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수많은 스케치북 중 100권의 스케치북이 공개되었다.

 

노력하는 천재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는 장 줄리앙의 작품을 보면서 그 말을 부정하고 싶다. 최소 100권 이상의 드로잉 스케치북이 쌓인 작가라면 당연히 천재 같은 예술가가 될 것이다.

 

예술이 일상이 된 작가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그의 수많은 드로잉을 보며 그의 우직함에 감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한참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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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초반에는 그의 스케치북과 드로잉으로 그의 일상으로부터의 꾸준함을 보여주었다면, [모형에서 영상으로]에서는 장 줄리앙의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일러스트, 회화와 같이 자기 작품을 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조각으로도 나타낸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한 작가의 말이 고스란히 드러난 섹션이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단순히 방 안에서 벽만 보고 앉아있다고 해서 나오지 않는다. 무수한 상상력의 바탕에는 수많은 시도와 경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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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은 상상력은 일상과 가족에 있다. 이는 그의 형제와 함께 작업한 영상물과 뒤이어 [가족] 섹션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족과 느끼는 일상의 행복은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특히나 노란 테이블이 있는 공간은 작가에게 끊임없이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기게 해주고, 무한한 영감을 일으키는 특별한 곳이다.

 

전시 속 테이블이 인상 깊었던 이유도 나에게도 ‘노란 테이블’과 같은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쓸 때면 근처 카페를 주로 배회하는데 유독 한 카페의 특정한 테이블에서만 마감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았다.

 

그다지 쾌적하지도, 취향인 노래가 나오지도 않는 그 공간에서만 유독 손가락이 풀려 여러 가지 소재를 쏟아낼 수 있었다. 아마 장 줄리앙에게도 노란 테이블은 그런 의미였지 않을까. 떠올리기만 해도 안정이 되는 공간이라고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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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의 인상적인 점은 현대 매체를 활용하는 날카로운 눈이었다. 전시회에서는 그의 작품들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처럼 전시에는 관람객들이 즐길 요소가 많았다.

 

뒤이어 그의 여러 오브젝트가 등장한다. 특히나 독특한 디자인의 보드에 시선이 가장 빼앗겼는데 보드를 탈 줄도 모르면서 당장 그것을 꺼내 타고 달리고 싶었다. 그 외에도 화려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같이 다양한 오브젝트들이 있는 등 대중들의 취향을 고려한 재밌는 구성들이 돋보였다.

 

마지막으로는 그의 회화 작품들이 떠오른다. 사실 장 줄리앙의 작품을 떠올린다면 단순한 그림체의 캐릭터들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그림이 마치 지문 같다고 할까. 그러나 그의 회화는 예상외로 아주 정교했다.

 

공간을 멀리서 그린 것처럼 묘사된 회화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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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천천히 둘러볼수록 ‘너도 계속 해봐야 하지’라는 말이 귀에 울리는 듯했다.

 

고작 몇 작품 썼다고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기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 그의 100개가 넘는 스케치북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도전을 바라보며 졸업 작품 준비로 답답했던 마음이 풀렸다. 장 줄리앙도 수많은 도전과 실험을 이어갔는데 내가 뭐라고 벌써 좌절한단 말인가. 이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노력하는 천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은 틀렸다. 노력의 극한을 따라가면 어느새 그 흔적으로 작품이 쌓이고 그것이 완성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무언가 남아있지 않을까, 그런 유쾌한 희망을 품게 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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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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