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원래 그곳에 경계가 있었을까? - 초월

글 입력 2022.11.0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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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초월 포스터(10.18-23).jpg

 

 

<초월>은 전통연희를 통해 오감을 넘어선 초월의 세계로 관객을 이끌며, 한국인의 초월적 미의식과 세계관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공연이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연희집단 The 광대, 김윤수 무용단이 함께 참여하여 만든 작품인 만큼, 풍성한 시각적 볼거리와 청각적 들을 거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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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을 낚싯대에 달고 한 명의 연희자가 무대 위에 등장하여 장구 소리에 맞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현실 세계에서, 저 너머의 초월 세계로 넘어가자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극이 시작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전에 놀고 가자고 이야기하고, 이에 사물놀이패가 등장하여 사물놀이를 신명 나게 연주한다. 대개 사물놀이에서는 꽹과리, 장구, 북, 징 총 4개지의 악기로 연주되는 반면, 이 장면에서는 궁중 음악(종묘 제례악, 대취타)에 사용되는 태평소가 등장한다.

 

태평소가 농악에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질적이지 않으며 본래 가지고 있는 효과처럼 사물놀이를 즐기는 연희자와 관객 모두에게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사물놀이패는 단순히 사물놀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접시돌리기와 같은 여러 연희를 선보인다. 한국 전통연희에서는 줄타기, 인형놀이, 땅재주, 방울받기 등의 온갖 놀이가 행해진 만큼, 본 장면은 단순히 청각적인 즐거움 뿐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이때 접시돌리는 네 명의 연희자들이 각각 두 명으로 짝을 이루어 서로 평행하게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을 하다가 서로 엇갈려서 X자를 그리며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서로 일직선상에 선다. 이를 통해 서로 달랐던 두 개가 서로 겹쳐지는 시간을 통해 일원화되는 것을 보여준다.

 

연희자들의 옷은 기본적으로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 포인트 색상으로 노랑, 빨강, 파랑, 검정, 흰색을 사용하고 있어 오색을 차용하고 있다. 이렇게 가장 원초적인 색깔을 사용하고 있으며, 원의 형태로 돌아가는 접시와 그들의 계속되는 움직임이 지속됨으로써 점점 초월의 세계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사물놀이가 끝나는 순간 무대는 암전 되고 암흑 속에서 달과 태양이 공존하는 초월의 세계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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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속에서는 달에서 해를 보는 느낌이 나며, 가운데 원이 점점 커지며 공간의 확장성이 느껴진다. 성가와 같은 성악곡이 나오며, 빨간색 옷을 입은 무용수가 춤을 춘다. 무용수가 원이 그 크기를 점점 확장하는 순간 속에서 자신의 춤을 더욱더 강렬하게 이끌어 가며 달과 해가 동일한 크기에 다다르는 순간 춤을 멈추고 마치 자신의 에너지를 다 쓴 양 쓰러진다. 그러고 나서 흰색 옷을 입은 무리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외에도 전반적으로 본 공연은 현실의 세계와 초월의 세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현실의 세계일 때는 사물놀이패들이 등장하고, 여러 초월의 세계에서는 다양한 초월자들이 존재한다. 현실의 세계와 초월의 세계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언어의 직접적인 사용’이다.

 

언어는 인간의 것으로서, 인간의 규칙이기 때문에 오직 현실 세계 속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 이에 사물놀이패들만이 입으로 소리를 내뱉어 언어를 구사하며, 초월의 세계는 성악곡을 통해서만 언어가 전개될 뿐 연희자의 입을 통해서는 어떠한 소리(언어)도 분출되지 않는다.

 

한국무용은 직선이 아닌, 곡선의 움직임을 띠고 있고, 초월의 세계는 보통 시작점과 종착점을 알 수 없는 원의 형태로 상징화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두 개는 ‘원’으로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공연에 등장하는 모든 움직임은 원을 향해 가고 있으며, 강강술래와 같은 동작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원은 순환성을 가지고 있으며, 끊임없는 순환을 통해 서로 다른 요소들이 하나로 일원화시킨다. 이에 본 극에서도 서로 대비되는 것들 또는 다양한 것들이 시간을 가지고 평행을 이루던 직선에서 점차 교차함으로써 하나의 직선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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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조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을 표현하는 조명은 확실하게 표현되며, 선이 아닌 다양한 요소들이 점차적으로 자신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며 하나로 되는 과정에서는 하나의 개체들이 일렁거리며 점차적으로 하나 되는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은 초월 세계의 신비로움을 더욱 극적으로 고조시킨다.

 

동양에서는 하늘은 원, 땅은 사각형으로 인지했던 것처럼, 사각형은 점차 원이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맨 처음 광대가 현실 세계를 넘어 초월의 세계로 가는 과정을 직접적인 연희자의 몸짓이나 대사가 아닌, 몸짓과 조명으로 보여준다. 초월의 세계로 넘어가기 직전 사물놀이의 장단은 가장 빠르게 진행됨으로써 긴장감을 조성한다.

 

결론적으로, 본 공연은 다양한 움직임과 형태를 통해 혼재되고, 대립되던 것들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어떻게 속세에서 벗어나 초월의 세계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초월은 ‘어떠한 한계나 표준을 뛰어넘음’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즉, 본 공연은 뚜렷한 경계선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어떻게 흐려지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평상시에 대비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비교 기준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가능하게 해준다.

 

경계 지음과 경계 짓지 않음의 경계선은 무엇일까?

 

그리고 경계라는 것은 실존하며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극복할 수 없는 것인가?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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