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질투는 나의 힘 [영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마데우스>
글 입력 2022.10.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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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라이벌로 알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 시간에 무조건 한 번씩은 봤던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가 이렇게 오래된 영화였다니. 그런데 지금 봐도 하나도 촌스럽지 않은 연출과 스토리는 3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모르게 했다.


영화는 노년의 살리에리가 자살 시도 후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그를 찾아온 신부에게 모차르트와의 일화들을 풀어나가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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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리고 황제 앞에서 피아노를 치는 어린 모차르트

 

 

타고난 천재성을 보이며 엘리트 음악가 코스를 밟고 유년 시절부터 황제 앞에서 연주를 한 모차르트와 시골에서 나고 자라며 오로지 하나님만을 찬양하고자 해서 뒤늦게 음악을 시작한 살리에리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지만 음악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살리에리는 오스트리아의 궁정악장이 된다. 꿈을 이룬 걸로도 모자라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 살리에리 앞에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모차르트라는 새로운 음악가의 등장은 살리에리를 불안하게 한다.


살리에리 눈에 비친 모차르트는 유흥을 즐기고 씀씀이가 헤프며 웃음이 경박하고 교양 없는 사람인데, 저런 사람이 나와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고 노력도 하지 않는데 작곡하는 것마다 히트를 친다? 이만큼 부러움과 동시에 열 받고 짜증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


황제마저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하는 듯하자 살리에리의 시기, 질투는 극에 달하고 대부분이 이탈리아 출신이었던 궁정 악장들의 텃세 속에서 모차르트를 도와주는 듯하면서 그의 입지를 위협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천재성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그의 천재성을 인정하기 싫어 발버둥 치는 것에 불가했다. 모차르트의 악보를 보며 머릿속으로 음을 그려나가는 살리에리는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모차르트가 죽기를 누구보다도 바라지만 막상 모차르트가 진짜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작곡을 의뢰받고 작업하다 건강이 악화되어 쓰러지자 제일 먼저 달려 나간다. 노력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타고난 게 아닌 이상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시기, 질투가 애증이 되어버렸다는 걸 잘 표현해 주는 장면 아닐까.


모차르트를 그의 집까지 데리고 와 침대에 눕히고 그 맞은편에 앉는데, 여기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향하는 것이 왜 그냥 애가 아닌 애증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레퀴엠의 의뢰자가 왔다 갔고, 오늘 밤까지 레퀴엠을 완성하면 돈을 더 주겠다고 했다며 열에 취한 모차르트에게 말한다. 니가 길바닥에서 죽는 건 보기 싫지만 니가 죽기 전까지 작업했던 악보는 보고 싶다고 육성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말한 것처럼 느껴졌다.

 

 

[크기변환]화면 캡처 2022-10-22 145313.jpg

 

 

음을 말해주면 그대로 악보에 옮겨 적어내리는 살리에리의 신들린 듯한 손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반짝반짝 빛나는 눈빛, 멈추지 말고 계속 말하라며 흥분한 모습은 이를 회상하며 신부에게 말하는 노년의 살리에리에게도 보여 기분이 묘했다.


몇 십 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눈빛이 되살아날 정도로 원동력이 되었던, 나의 경쟁자라고 생각했던 이가 무너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의 그 허탈함과 무력감이란.


어릴 적 음악 시간에 봤을 때는 그냥 모차르트의 전기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본 <아마데우스>는 노력형 천재의 눈으로 보는 태생부터 천재,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재능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에 대한 영화였다.


영화 내내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도 누군가를 저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살리에리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누군가가 나를 봤을 때도 저렇게 느껴졌을까 싶어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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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으로 모차르트가 죽고 난 이후 후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생을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과 희열감, 죽었음에도 따라잡지 못할 그가 남긴 작품들을 짓밟기 위해 아등바등 살다 결국 그 광기에 정신병원에 수감된 말로는 잔인했다.


다행히 실제 살리에리와 모차르트는 경쟁자이기는 했으나 공동 작곡한 음악도 있는, 서로의 원동력이 되는 경쟁자였다는 것이 이 기분 나쁜 여운을 없애줬다.


이렇게 거울 치료가 되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보고 시기, 질투하기보다는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내가 몰랐던 것을 배우는 그런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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