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삶은 살아내는 게 아니라 탐험하는 거야!

제가 애정하는 공간 <파이키>와 그 곳을 지키고 있는 키퍼들에 관하여
글 입력 2022.10.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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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서순라길을 아시나요?


 

서울 중에서도 새 것과 옛 것의 공존을 잘 보여주는 곳은 바로 종로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곳이죠.

 

거리를 걷다 보면, 아주 고즈넉한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너도 나도 sns에 업로드 하기 위한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현대사회 냄새가 물씬 나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종로구의 정수를 느끼기 가장 좋은 곳은 종로3가역 근처의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로 위로 늘어진 포장마차와 갈매기집이 모여있는 골목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잔을 기울입니다. 또 다른 골목에서는 포토부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연인들도 있죠.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적인 모습입니다.


종로3가역 7번 혹은 8번 출구로 나오면, 앞서 말한 것들을 등지고 걷게 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전에 말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공간이 펼쳐집니다. 타임슬립을 한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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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을 따라서 아름다운 길이 나있고, 돌담 너머에는 종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길 왼편에는 귀금속 가게와 카페, 음식점들이 쭉 들어서 있어서 볼 거리가 많은 것이 장점입니다. 종로구만이 가지고 있는 옛스러운 느낌 또한 아주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산책하기 제격입니다.

 

아름다운 길의 이름은 '서순라길'입니다. 참 예쁘지 않은가요?

 

조선시대 당시 범죄나 화재를 막기 위해,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순라군'이 걷던 종묘의 서쪽 골목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수도 없이 하차했던 종로3가역 근처에 이러한 길이 있는 줄은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여유로움과 정겨움. 그리고 아주 귀한(?) 돌담뷰까지 갖춘 길 위에, 필자가 요새 가장 애정하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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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이름도 귀여운 <파이키(Fikee)>인데요.

 

안 지는 몇 달 되지 않았지만, 매일 같이 커피를 먹는 제가 지속적으로 방문한 몇 안 되는 카페입니다. 여러 차례 방문할 만큼, 공간과 공간을 운영 중인 사장님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은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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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카페에 홀로 방문하는 편인데요. 바(bar)자리에 앉은 시간이 쌓이다 보니, 사장님들과 안면도 트고 대화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알면 알수록 멋지고 흥미로운 분들이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project 당신-지인 인터뷰]는 <파이키>를 지키고 있는 키퍼(keeper)들을 인터뷰이로 모셔 보았습니다. 홍보 목적이 전혀 아닌, 순전히 팬심에서 우러나온 인터뷰임을 미리 밝힙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철학이 이만큼이나 뚜렷한 분들은 제 인생에 처음이였거든요! (혹시라도 오해를 살까봐 일러둡니다.ㅎㅎ)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대화인 만큼, 구어체 그대로 전달드리겠습니다.

 

 

 

서순라길의 발견 창고, <파이키(Fi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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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자기 소개 부탁할게.


- H : 안녕? 나는 사람이 모이는 공간과 커뮤니티 조성을 사랑해서 <파이키>의 키퍼가 된 장하나라고 해.

 

- C : 반가워. 나는 사람과 세상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키퍼, 구창모라고 해!

 

- T : 나는 아이스 라떼와 먹태와 맥주를 사랑하는 키퍼, 이태정이야. 만나서 반가워!

 

* 파인더(finder) :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 / 키퍼(keeper) : 파이키의 일꾼

 

 

▶어쩌다 함께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어?

 

- C : 나랑 T는 오랜 친구야. 대학 동기거든. (웃음) 우리 둘은 예전부터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어. 그 덕에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것 같아. 어쩌다 보니, 함께 서울로 상경해서 사는 사이가 되었지 뭐야.

 

서울 살이를 하던 중, T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물건을 전시하는' 전시회에 참가하게 되었어. 그리고 거기서 H를 알게 되었어.

 

- H :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T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었어. 전시회를 준비하고 또 뒷풀이에도 자리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전시회 이후에 있었던 네트워크 파티에서 T 그리고 T의 지인과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어. 그리고 그 지인 덕분에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

 

- C : 그 때까지만 해도 T와 H는 안면 있는 사이에 지나지 않았어.

 

몇 달이 지났을까. 당시 우리가 살고 있는 구에서 T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00북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H가 활동 신청을 해서 오프라인 모임 때 만날 수 있었어. 그게 H와 나의 첫 만남이였어!

 

 

▶와, 이 정도면 운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인연인 걸!

 

- H : 맞아 그랬어. 독서 모임은 카테고리가 총 4개였는데, 그 중 한 카테고리의 리더와 친분이 있었어. 그 분이 "이런 활동이 있으니 해보지 않을래?" 라는 말에 신청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알고 보니 T와 C가 운영 중인 모임이였지 뭐야!

 

당시에 00구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모아 책을 만드는 청년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었어. 활동 중에 청년 공간 홍보 인터뷰 영상 촬영을 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걸 우연치 않게 T가 진행하게 되면서 더욱 가까워졌어.

 

친해진 이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지.

 

- T : 사실 나랑 C는 아주 예전부터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했어. 그래서 우린 늘 이런 저런 것들을 구상하곤 했지.

 

그런데 H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신기할 만큼 우리랑 뜻이 맞는 사람인 거야!

 

- C : 그래서 독서 모임이 끝나갈 무렵에 T가 H에게 제안을 했고, 뜻이 맞아 함께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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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이 인상적이야, 파이키(Fikee). 이렇게 귀여운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어?

 

- T : 오픈을 준비할 때, 컨셉에 대한 고민을 아주 많이 했어. 수많은 회의를 통해, 우리가 공간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메세지를 어떤 단어로 표현할 지 끊임없이 공유했지.

 

카페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건 맞지만, 우리가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 그리고 책이 가진 가치'였거든.

 

흔히 '서점'이라고 하면 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더라고. 우리는 책을 올드하고 정적인 이미지로 가둬두는 '책방'이나 '서림'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생각하는 책은 즐거움과 에너제틱함을 선사하는 '역동적인' 이미지로서의 책이였거든. 젊은 층에게 책이 그렇게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도 했고.


그리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굉장히 다양하잖아. 어떤 사람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어떤 이는 영감을 얻으려고 읽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책으로부터 얻는 위로가 좋아서 읽기도 하니까. 그 중에서 어떤 단어로 설명할 지 고민 되더라고?

 

회의 끝에, 우리 셋이 책으로부터 얻은 것은 '발견(find)'이라는 키워드였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독서를 통한 시야 확장으로 보이게 되는 경험 말이야. 그래서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발견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그 다음 회의에서, H가 *'finders keepers'라는 속담을 들고 왔어. (*"Finders keepers, losers weepers."라는 표현에서 파생된 속담으로, "찾는 사람이 임자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말이 너무 좋아서, 어떻게 조합해볼까 하다가 <파이키(fikee)>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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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 안에 책과 술과 차와 커피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야. 여러 음료를 책과 함께 취급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

 

- T : 사실 그것도 모두 '발견'과 '탐험'이라는 키워드에서 비롯된 거야. 공간 안에서 '탐험'하고 '발견'하는 일은 심리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 면에서, 책도 그렇지만 다양한 음료들이 '탐험'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장치로써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지. 대체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우리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하잖아. 따뜻한 차와 술은 긴장감을 낮추어 주고.

 

이처럼 다양한 음료들과 함께라면, 비로소 '발견'할 준비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준비해 두었어.

 

 

▶와, 모든 이야기가 결국 파이키가 지향하는 가치로 이어지네!

 

- T : 회의 할 때마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책을 배치하는 일, 메모장 같은 것들을 둘 때에도 늘 염두하는 문장이지.

 

같은 맥락으로, 와인 등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술이 아닌 전통주를 취급하는 것도 가치 체험을 위한 거야. 평소 마셔보지 않았던 술을 '발견'할 수 있거든!

 

어떻게 하면 술을 더 재밌게 소개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 고민 끝에 기왕이면 스토리가 있는 술이 좋겠다고 생각 했고, 마침 그 때 전통주에 관심이 많아서 '이거다!' 싶었지.

 

다양한 맛의 차를 준비해둔 것도 같은 이유야. (무려 5종의 차가 준비되어 있다. 필자가 느끼기엔 평소 마셔보지 못한 맛이 많았다.)

 

 

▶운영 철학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걸 가장 중점에 두고 있는 지가 궁금해.

 

- H : '삶은 살아내는 게 아니라 탐험하는 거야' 라는 문구를 공간에 적어둔 것처럼, 파이키에 방문하는 모든 파인더들의 머릿속에 작은 느낌표가 뜨기를. 일상 속에서 작지만 특별한 순간을 발견하기를 바라거든!

 

일상은 사실 반복의 연속일 때가 많잖아. 지치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 공간을 찾아와서 편안한 시간을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

 

- C : 가게를 찾아주시는 '파인더'들의 감정을 세심히 느끼고 공감하는 '키퍼'가 되자는 게 철학이야.

 

쉽게 말해, '접객'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친절함 이상의 무언가를 파인더들이 느끼셨으면 좋겠거든. 아 물론 파인더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우면 불편하니까, 담백하게!(웃음)

 

말하지 않아도 캐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 이를 테면 내부 온도가 낮아서 추워하는 것 같다던지, 주변에 나무가 많은 탓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벌레)이 들어온다던지 하는 것들. 그런 것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


- T : <파이키>라는 브랜드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가 얼마나 드러나냐였던 것 같아. 오픈한 이래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지향하는 가치는 '멋드러짐'보다 '편안함' 이야.

 

의자로 예시를 들어 볼게.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으면 "아, 지금 나 불편하네."라고 인식하게 되잖아.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편한 의자에 앉았을 때에는? "아 나 지금 편하네?" 이렇게 곧바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 않아? 소파처럼 정말 폭신한 게 아니라면 말이야.

 

우리 공간에서는 편안함 속에서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야. 목적이 있다면 목적 달성을 하고, 그게 아니라면 편안함 속에서 쉬다 갔으면 하는 바람!

 

 

▶제가 느낀 파이키가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 언제 돌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느낌이요. 신기하네요.

 

- T : 아까 공간에 방문한 모두가 편안한 상태에서 이루고자 했던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했잖아.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러기 어렵다고 생각해. 불편은 몰입을 방해하거든. 왜 영화에서 '*리얼 타임'을 지양한다고 하잖아.(*리얼타임은 영화 상의 시간이 아닌 실제 시간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관객은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몰입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험을 파인더들이 했으면 싶어.

 

우리의 목표는 불편함을 최소화 해서, 파인더들이 최대한 공간을 즐겁게 즐기다 갔으면 좋겠다는 거야. 한 마디로 '림이 없는' 상태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겠네.

 

그래서 내부 공사를 할 때부터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이 '파인더들의 동선'이였어. 어느 쪽으로 움직이고 나갈지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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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통해 쭉 들어오면, 바로 정면에 우리가 운영 중인 독서모임 선반을 볼 수 있어. 거기에는 모임에 참여 중인 파인더들의 책을 고른 이유와 함께 배치해뒀지. 그리고 선반 옆에는 주문 공간이 있어서, 바로 음료를 주문할 수 있어.

 

북카페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들어오자마자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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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동선은 옆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을 했어. 벽면에 책장이나 베이스 캠프 등 구경거리를 많이 만들어 둠으로써, 벽면을 따라 가게 전반을 둘러볼 수 있도록 말이야.

 

공간 앞 뒤로 움직이다보면, 들어오고 나가는 파인더들끼리 부딪힐 수도 있고 공간을 더 좁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앞서 말한 대로, 움직이기 편하려면 걸리는 게 없어야 하지. 그래서 평평한 바닥을 위해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모두 없앴어.

 

같은 맥락으로, 독서모임(데일리 파인드 클럽, 이하 데파클)도 신청 과정부터 오프라인 모임까지 진입 장벽을 낮추어 운영하는 것을 가장 염두하고 있어.

 

그러나 운영을 하면서,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불편한 점들이 생기기도 하더라고.


이를테면, 실제로 착석을 해보니 자리마다의 간격이 생각보다 좁은 거야. 그래서 동선이 나오질 않았어. 벽에 있는 볼 것들을 따라 움직이면서 가게를 구경하고, 다양한 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공간이 넓지 않다보니 쉽지 않더라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가게 중앙에는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타원형 테이블과 바테이블이 있어. 여기는 자유롭게 합석하는 자리인데, 첫 방문 시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경우도 있더라고. 자리에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데! (웃음)

 

그래도 방문을 하다 보면, '비어 있는 자리에 그냥 앉으면 되는 거네' 하고 자연스레 생각해주셔서 감사했어.

 

가게 한 켠에 있는 원형 3인용 테이블도 조만간 바꿀까봐. 그 곳은 두 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자리 차지도 많이 하고, 어쨌든 인원 제한이 있다는 건 제약 즉 '불편함'이 있다는 거니까!

 

이처럼 키퍼들은 파인더들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공간 안에서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우리의 가치가 온전히 전달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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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가 참 좋은 카페라고 생각해. 올 때마다 가게가 거리랑 찰떡이라고 생각했어.

 

- T : 사실 서순라길에 왔다가, 이 길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기에 꼭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잘 어우러진다고 느꼈을 수도 있겠다.

 

말한 것처럼 풍경이 참 예쁘잖아. 그래서 창을 크게 냈어. 창이라는 프레임 안에서의 사계절을 담고 싶었달까?(웃음) 그래서 자세히 보면 왼쪽의 창과 오른쪽 창의 모양이 조금 달라.

 

왼쪽은 낮은 의자와 테이블을 배치하면서 창을 길쭉하게 냈어. 의자에 편히 기대서 보면 돌담을 따라 시선이 올라가는데, 시선의 끝에는 하늘이 자리할 수 있게끔 말이야.


오른쪽은 서재에 있을 것 같은 책상을 뒀어. 책을 보면서 필기도 할 수 있고, 가끔은 풍경을 감상하라는 의미로 말이야. 책상 높이를 고려해서 창을 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왼쪽에 비해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아. (이런 섬세함에 필자는 공간에 반했다.)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재밌는 일들이 많을 것 같은데, 혹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 H :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무래도 파이키에 오신 단골 파인더들이 각자 들어왔다가, 다른 파인더와 인사를 나누고 모두 바 테이블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 아닐까 싶어! 그 모습을 보면서 마치 파이키가 사랑방이 된 듯한 느낌에 뭉클해졌지 뭐야.

 

공간 안에서 또 다른 공간(테이블)을 공유한다는 것이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 T : 가장 흥미로운 일화로는 우리 가게 알바생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파이키에 자주 오는 단골 손님이 계셔. 그 분은 공간의 분위기와 일하는 키퍼들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고 이해하는 아주 감사한 분이야. 

 

종종 우리 가게를 좋아하겠다 싶은 친구들을 데리고 오시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친구도 그렇게 방문하게 되었어.

 

그 친구 역시도 우리의 에너지와 파이키의 분위기에 취해서(?)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지.

 

자주 방문을 하다 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잖아. 자연스럽게 서로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키퍼들과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함께 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선뜻 하겠다고 해서 단골손님에서 지금은 동료가 되었네!

 

- C : 친구에게 카페를 열었으니 한 번 놀러오라고 오랜만에 연락을 했어. 그런데 이미 1달 전에 왔다 갔다고 하는 거야!

 

친구인 내가 사장인 줄 몰랐던 거지. 가게에 방문했을 때, 서로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알아 보지 못했나봐. 친구는 주변 사람들한테 파이키 좋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대! (웃음)

 

그 말을 들으니까 어렴풋이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것이... 너무 웃기고, 또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

 


▶파이키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파이키의 팬으로서 궁금하네요.

 

- H : '탐험'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일상을 생경하게 느낄 만한 여러 꿍꿍이(기획)들을 이어갈 생각이야.

 

지금까진 파인더와 키퍼 간의 소통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파인더들이 다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들을 자주 마련하고 싶어

 

우리 키퍼들은 머릿속에 번뜩인 그 어떤 일들이라면 모두 실행할 거야!

 

 

 

열정의 에너지로 가득한, 따뜻하고 소박한 '미지의' 공간


 

키퍼들의 섬세함 그리고 멋진 가치관으로 무장하여, 찾는 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 공간 <파이키>.

 

부지런한 키퍼들 덕분에, 파인더들은 방문할 때마다 끊임없이 '발견'을 할 수 있습니다.

 

맛있고, 멋있고, 편하기까지 한 여기가 진정한 "힙 플레이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멋진 가구들을 잔뜩 들여놓고, 영어가 즐비한 메뉴판을 가져다 놓은 가게가 아니라요.

 

언젠가 키퍼들과 멋지고 힙한 가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정말 멋지고 힙한 가게는 로컬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젊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공간이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운영 중인 키퍼들에게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행복은 도처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다면 알 수 없는 것. 그런 점에서 파이키라는 공간은 주중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여유롭고 따뜻한 곳이면서도, 살아가는 기쁨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입니다.

 

공간을 운영 중인 키퍼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갖춘 삶의 태도나 공간을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어서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더 좋은 공간을 선보이는 그들의 열정이 여러분들께도 꼭 전해졌기를 바라요.

 

종로3가역 근처에서 약속이 있으시다면, 가을이 지기 전에 꼭 한 번 서순라길을 따라 걸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산책 하다가 <파이키>를 발견하신다면, 한 번 들려 보셔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럿이 가지 않아도 좋아요. 혼자 방문해도, 키퍼들이 밝게 맞이 해줄 거니까요. 저에게 해주셨던 것처럼요.

 

아, 서순라길은 낮에 정말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리에 있는 수많은 카페들이 만석인 경우가 종종 있으니, 참고하셔서 여유로움을 잔뜩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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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찾는 사람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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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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