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인공'이어야만 완벽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일까? [만화]

서브 캐릭터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글 입력 2022.10.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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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삶을 구성하면서 여러가지 상상을 한다. 이 세상이 무대라면 자신이 주인공이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땀 흘리는 하루 끝에 원하는 것을 손에 쥐며 자신이 주인공인 ‘인생 드라마’를 그려내는 이도 있겠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쥐지 못 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세상은 성공하는 이의 삶엔 강력히 주목하지만, 성공하지 않는 이의 삶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성공’의 의미가 무엇이냐 물으면 모호하게 대답하면서도 좋은 직장을 얻거나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들을 주목하며 우러러본다. 이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다. 부와 명예가 있는 것만이 ‘성공’인 것인가? 학생 시절 못 하던 2단 줄넘기를 성인이 돼서 하게 된다면, 그것 나름의 성공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무심결에 성공하지 않는 삶은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로 여기며 낙인 찍어버린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도 그렇다. 주인공의 삶이라면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들의 연애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는지. 사소한 것까지 전부 다 궁금하지만 주인공이 아닌 서브 캐릭터에게는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 서브 캐릭터라 해서 타인이 기대를 가지지 않는 만큼 불필요한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의 메인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빛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불필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서브 캐릭터 멜로니를 통해 우리의 삶은 주인공이어야만 완벽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서브 캐릭터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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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달빛천사>는 12살의 나이지만 시한부에 걸린 주인공 루나가 저승사자인 타토와 멜로니의 도움으로 가수의 꿈을 이뤄가는 모험적 성격의 판타지다. 저승사자는 죽음과 가까워진 인간의 영혼을 회수해간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이에게는 악마와 다르지 않게 비춰지지만, <달빛천사> 속 저승사자는 천사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판타지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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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천사>는 주인공인 루나와 타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애니메이션이다. 죽음을 앞에 둔 루나를 안쓰럽게 여겨 가수의 꿈을 이루게 도와주자는 말을 먼저 꺼낸 것도 타토였으며, 루나가 위험에 처할 때면 언제든지 나타나 구원해 주던 것도 타토였다. 이승에 미련을 두며 루나를 돕고자 하던 타토와 다르게 숙련된 저승사자였던 멜로니는 타토에게 불만이 많았다. 저승사자의 임무를 다 하지 않고 마법을 통해 루나를 돕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멜로니는 타토를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토가 보이는 루나에 대한 애정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자신과 데이트를 해주지 않고 루나만 찾는 타토에게 질투를 하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멜로니는 서브 캐릭터의 자격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질투, 짝사랑, 라이벌, 도움 등의 키워드들을 가지고 있는 멜로니는 주인공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기 위해 나타난 서브 캐릭터의 표본이다. 남주인공인 타토를 좋아하면서도 이뤄질 수 없고 뒤에서 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어찌 보면 주인공 루나보다 더 안타까운, 주인공 뒤에 있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다. 그림자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는 어두운 밤길에는 그림자를 통해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브 캐릭터인 멜로니는 뒤를 돌아 사람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누군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그림자처럼 해답을 주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



천방지축, 사고뭉치에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말을 내뱉는 멜로니를 보고 있으면 진중함보다 웃음이 터져 나와서 자칫하면 오락성 캐릭터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멜로니는 성장형 캐릭터다. 애니메이션을 루나와 타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서브 캐릭터인 멜로니를 중심으로 바라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질투 많은 캐릭터처럼 비춰졌던 멜로니가 타토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인공인 루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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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루나를 ‘저승에 데려가야 할 영혼’으로 보고 대하지만, 루나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누구보다 루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타토의 능력이 약해져 루나를 변신시킬 수 없을 때도 멜로니는 손수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잘라 가지고 있던 능력을 나누어 주기도 하였으며, 저승으로 루나를 데려가려는 ‘어둠’이 나타났을 때도 멜로니가 자신의 몸을 해쳐가면서 루나를 지켰다. 진정한 히로인이 된 멜로니는 사랑의 유형은 다르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루나를 지키고 있던 것이다.


저승사자 임무를 다 하기 위해 감정보단 이성적으로 행동하던 멜로니는 루나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인정하고 루나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서브 캐릭터의 키워드로 멜로니를 보았을 때는 루나에게 이로울 것이 없어 보였지만, 멜로니는 사랑하고 배우며 자신이 받은 애정을 갚기 위해 루나의 삶을 연장시킨다. 자신이 사랑하던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지만, 그 여자 또한 사랑했기에 멜로니는 목숨까지 바치며 루나의 삶을 연장시켰고 후회없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삶도 그렇다. 우리라는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서브 캐릭터라 거나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숨을 다 해서 삶을 지킬 자신이 있는지,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는지, 살아가는 어떠한 이유가 있는지였다. ‘인생’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느냐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었다. 좌절을 맛보는 것은 도약을 하기 위한 발판이지 실패를 했다는 증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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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속 멜로니는 타토에게 고백해서 차이기를 반복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사랑을 이어간다. 타토가 루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둘의 사이를 훼방 놓을 법도 하지만, 멜로니는 오히려 둘의 재회를 도와준다. 애니메이션 속 마지막 장면에는 목숨을 앗아가도 좋을 정도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또한 스스로의 삶을 사랑한 멜로니에게는 저승사자가 아닌 천사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 멜로니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완벽한 결말을 맞이한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며 친절히 대하라는 말은 아니다. 좌절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말은 더욱 아니다. 그저 눈앞에 어떤 시련이 와도 견고하게 그 시간을 견뎌내면 좋은 날이 올 수 있다고, 꼭 인생을 드라마로 비유하며 주인공과 서브 캐릭터로 나누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우리의 삶은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무언가를 이루어내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멜로니의 결말, 우리들의 결말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우리를 가둘 때, 화려한 빛에 비해 빛나지 않는 스스로가 작아 보일 때가 있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네온사인이 우리를 가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명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무거운 네온사인 빛이 가끔을 두려울 때도 있겠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간다면 과정은 사람마다 달라도 결국은 멜로니처럼 완벽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나 성공을 쫓는 삶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욱 알아갈 수 있는 삶을 그릴 때, 비로소 우리들의 삶이 완성될 것이다.

 

달빛천사 마지막회 엔딩곡이자 루나가 가수로 데뷔해 첫 발매했던 노래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렸을 적, 이 노래를 듣던 때는 주인공인 루나의 사랑 이야기를 가사에 대입하며 들었지만, 십 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 들으니 사랑하던 타토에게도, 멜로니에게도,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건네는 말인 것 같아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는 곡이다.

 

숨이 있는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우리들의 삶은 노래 속 가사처럼 웃으며 살아가면 된다. 스스로가 하는 일에 대해 불확실함을 가지지 않고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보게 됨은 분명할 것이다.

 

 

다신 울지 않을래

모진 시련 앞에도

나 언제나 당당히 웃을 수 있게

 

...

 

다시 만날 운명을 내 가슴 속에 새겼죠

시간이 지나도 꼭 그대가 볼 수 있게


- 달빛천사

 

 

 

 

[견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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