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웃랜더 - 시대를 뛰어넘는 로맨스 소설

글 입력 2022.10.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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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랜더>는 넷플릭스 추천 알고리즘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2022년 9월 기준 넷플릭스에서 시즌 6까지 서비스 중이다. 대략 1시간짜리로 기본 10개 정도의 에피소드라 전부 보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든다. 더군다나 시대극 특성상 <아웃랜더>는 광활한 자연과 채도 낮은 영상미, 어딘가 자꾸 씻겨주고 싶은 인물들의 행색, 그리고 느린 템포가 그대로 담겨있다. 이런 이유로 보통 시대극은 진입장벽이 높긴 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시대극을 선호하여 빠져들기 좋은데, 방대한 시즌이 주는 시간적 압박이 익히 들려오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감히 시작하지 못했기에 이번 <아웃랜더1> 소설 판이 끌렸을지도 모른다. 드라마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와 디테일을 담았으면서 언제든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는데, 이는 사실이었고 시대극이지만 SF 로맨스 소설이다 보니 번역이어도 쉽게 읽혔다.

 

진보적인 여성 캐릭터, 시대적 상황 등의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작품에 자부심이 넘쳤으며 이는 실제로 그러한지 책을 시작으로 내 모든 시간을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 시작하지 못한 넷플릭스 <아웃랜더>까지 달리게 만들더라. 오랜만에 순전히 재밌다는 이유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사라진다.

아무 경찰이나 붙잡고 물어보라.

아니, 기자에게 묻는 게 낫겠다.

실종 사건이 있는 곳에는 으레 기자가 있는 법이니.

 

어린 소녀들은 가출한다.

부모의 곁에서 벗어난 어린아이들은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주부들은 장 볼 돈을 들고서 택시를 잡아타고 기차역으로 향한다.

국제 금융가들은 이름을 바꾸고 수입산 시가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그래도 실종된 이들은 언젠가 발견될 때가 많다.

살아 있지 않다면, 죽은 채라도.

 

결국, 사라진 데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대개는 말이다.


- 아웃랜더(Outlander) 프롤로그

 


 

팩트 속의 픽션


 

<아웃랜더1>은 역사 실제 사건을 바탕한 소설이다. 소설은 총 2권으로 1권 기준으로 말하자면 때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의 시기로 200년 전 스코틀랜드의 1743년으로 타임슬립한 주인공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사이에 끼어 자코바이트 운동(Jacobitism, 스코틀랜드의 스튜어드 왕조의 복위를 지지한 반 잉글랜드 운동) 직전을 배경으로 민족 간의 갈등을 20세기와 18세기 있어 현대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딱 우리가 재밌어야 할 정도까지 역사를 배경 삼아 조선왕조실록의 야화처럼 보여주니 역사 덕후에겐 팩트를 따져보는 재미가, 그리고 일반인에겐 세계사에 흥미를 느끼는 계기를, 그사이에 애매하게 위치한 나 같은 사람에겐 추천작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를 준다.

 

캐릭터 설정 또한 작가가 의도한 세계관을 전달하기 좋다. 주인공 클레어 비첨(Claire Beauchamp)은 1918년생으로 어린 시절 고고학자인 삼촌을 따라 성장했으며, 이후 역사학자인 프랭크 울버튼 랜달(Frank Randall, 1906)과 결혼하였고, 부부는 2차 세계 대전에 군인과 종전 간호사로 참전한다. 그들의 환경은 역사를 풀어내고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종전 이후 하일랜드로 떠난 여행에서도 단편적인 역사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클레어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18세기 스코틀랜드로 떨어지는데, 프랭크의 6대 선조이자 잉글랜드군 대위인 조너선 랜들(Jonathan Randal, 1705)과 스코틀랜드의 메켄지 족인 제이미 프레이저(James Fraser, 1721) 사이에서 스파이로 의심받는 아웃랜더(이방인), 새서내크(Sassenach, 스코틀랜드 식의 영국인, 잉글랜드인) 클레어와의 사랑, 계략, 모험을 마치 두툼하고 큰 붓으로 역사라는 도화지 사이로 얇게 펴 바른 물감처럼 우리를 스며들게 한다.

 

현재 책에서 나오진 않지만 이후 OTT에서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인데, 클레어가 20세기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말하는 200년 전 역사를 프랭크가 역사적 사료로 고서에서 발견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를 통해 프랭크는 그녀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 사실임을 알아차린다. 이는 넷플릭스 시즌2 이후 볼 수 있으며, 실제 스코틀랜드인의 복장을 하고 3년 만에 나타난 부인을 보며 반신반의하는 프랭크의 에피소드 이후의 얘기다. 개인적으로 후세기의 사람으로서 역사의 큰 흐름에 존재했다는 사실과 현재와 과거의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에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1권의 1장 중, 하일랜드의 여관 창문을 바라보던 킬트 차림의 남성이 클레어를 기다리는 제이미 프레이저였다는 사실은 책을 읽다 깨달았을 때, 이 초반 장면의 당위성을 위해 거대한 스토리로 증빙했다는 사실을 보며 작가의 역량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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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혹은 오리지널리티



작가는 아웃랜더는 뻔하지 않은 소설이라 자부한다. 당시 18세기를 생각하면 ‘클레어 비첨’은 굉장히 진보적인 여성으로 우아한 사건 해결 방식과 본능에 충실하며 이성적인 사고관을 바탕으로 소설 속의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신세대 여성으로 어린 시절부터 현장에 노출됐고, 종전 간호사로 거친 환경에서도 무던히 적응한 어엿한 여성으로, 흔히 말하는 디즈니의 PC<다양성과 평등 등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가깝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향을 유독 강조하는 연출을 불호하는데, 원작가의 출생 연도(1952년)와 첫 출간 시기(1991년)를 생각하면 ‘클레어’라는 인물이 상당히 오리지널리티를 보유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도 당시의 카피 문구로 적절했을 테다. 그런 설정이 만연해진 지금 시기와는 단지 맞지 않았을 뿐. 예쁘지만 거친 여성 캐릭터와 시간여행, 로맨스, 시대극이란 요소가 과연 색다른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아웃랜더>는 시리즈물로 우뚝 섰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출간 연도 때의 파격적임에 있을 수 있으나 이후를 결정지은 것은 클리셰를 품은 스토리의 규모와 역사 속 틈새를 파고든 서사력에 있다. 클리셰는 작품의 흐름이 어느정도 예측됨에 따라 독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는데, 거기에 아웃랜더만 진정한 묘미인 디테일한 상상력이 더해진다. 이 지점에서 클리셰를 극복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일련의 상상을 촘촘히 엮어 거대한 서사를 만든다. 소위 말해 작가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 말하고 싶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문장으로 독자를 홀리기보단 말맛이 좋아 그 자체로 독자의 흥미를 끌어 혼을 쏙 빼놓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이를 영리하게 규모를 키워 커다란 세계관을 만들었다. 작가가 만든 아웃랜더의 오리지널리티에 사로잡힌 독자들은 거대한 팬층을 만들었고 이는 세계적인 팬덤으로 성장했다. 작품이 롱런할 수 있는 정석적인 이유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흥미를 느낀 것도 앞서 말했지만, 후반부까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만의 세계관, 즉 오리지널리티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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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드라마



출판사 오렌지디에서 출간한 <아웃랜더1>은 시즌1의 중반쯤의 이야기다. 2까지 포함하면 시즌 1정도라 예상된다. 인물간의 대화가 살아 움직이는 점이 가장 매력이었다. 인물의 대화와 관계 중심적으로 이어지니 대중적인 소설로 자리잡을 수 있었겠지. 더군다나 소설을 읽는 가장 큰 재미는 글자를 통해 독자가 그리는 상상이 매번 다르다는 점이 아닌가? 그리고 상상이 끝이 아니라 실제 미디어로도 서비스 중이다.

 

<아웃랜더>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장점은 드라마도 있다는 점이다. 순서는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 책은 635쪽 분량이나 순식간에 몇백페이지를 읽을만큼 흡인력이 좋고 독자가 만족할만한 전개 속도와 디테일을 가지고 있다. 드라마는 구멍없는 연기력과 18세기의 비주얼틱한 면모를 느낄 수 있고 지루하지 않게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당연히 드라마다보니 소설에 비하여 생략된 부분이 있어 갑자기 저런다고?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만 책을 읽으면 충분히 의문이 풀릴법하다. 소설의 여운을 달래기 좋다. 그리고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보기 거북한 요소들이 미디어로 그대로 노출되니 청소년관람불가다.

 

책을 시작으로 결국 미루고 있었던 <아웃랜더> 시리즈를 보고 있다. 여전히 시간 압박으로 인해 조금씩 건너뛰고는 있다만, 추천 알고리즘에 떠 있는 이유를 체감할만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글자가 아니라 미디어로 접하기 때문에 더 거칠고 자극적이다만,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참기 어려웠다. <아웃랜더>는 클리셰를 따라도 따른 것 같지 않은 오리지널리티가 시리즈의 충실한 독자로 만들어 다음을 기다리게 만든다. 웰메이드 시리즈물의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물론 기대감이 넘치는 만큼 혹평도 따르지만, 그 혹평마저 흥미진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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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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