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은 내 기억들을 끌어안고 있다 [공간]

바깥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방
글 입력 2022.10.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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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방 하나쯤은 있으니


 

어렸을 때 방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분홍색 커튼에 레이스가 잔뜩 달린 방. 푹신한 침대 주변에 귀여운 인형들이 가득하다.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실눈을 뜨며 일어나면 솜사탕처럼 향긋한 냄새들이 주위에 일렁이고 있을 것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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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켠에는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수납함이 있어 언제든지 꺼내 놀면 좋을 것이다. 꿈 많은 여섯 일곱 살 아이의 머릿속 생각 주머니에 든 방의 모습이었다.

 

내 방은 지극히 평범했다. 책상 하나에 책을 꽂을 수 있는 수납함이 있었고, 장난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창문 앞 제일 안쪽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그 위에는 당시 내가 뽑아온 인형들이 줄지어 일렬종대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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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주변 친구들 집에 많이 놀러 다니며 친구들의 방을 구경했었다. 내 방은 단출했지만 그렇다고 깔끔한 편도 아니었다. 맞벌이 집안이었기에 엄마가 청소를 한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할머니가 집안일을 도와주었지만 내 물건은 건들면 안 된다는 확고한 나만의 철칙이나 규칙이 있었기에 함부로 만지는 걸 싫어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방에 대한 로망이 아직도 있다. 바로 나만의 멋있는 작업실을 갖는 것, 서재가 있는 방, 번듯한 글 쓰는 공간을 얻어 사용하는 것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내 글을 쓰는 것, 아마도 평생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책과 미디어 속 나타난 방


 

나는 내게 의미 있는 공간인 방을 책 혹은 드라마에서 드러난 상징성과 연결지어 살펴 보기로 했다. 내게 ‘공간’적인 의미의 방이 글을 쓰는 작업실 같은 방, 편히 몸을 뉘는 방이라면  내적인 방은 ‘글쓰기’다. 자, 그럼 책과 드라마 속에 나타난 방에 하나씩 노크를 해 보자.

 

 

■ 신경숙 「외딴방」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은 누구나 인생의 한 시기쯤 침묵으로 일관하게 되는 절망의 순간이자 마음 한편에 쌓인 슬픔의 방이다. 또한 소설가인 주인공이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닫아놓았던 외딴방의 문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여는 모습을 보여준다.

 

 

■ 사르트르의 「닫힌방」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방」. 타인은 지옥이다 라는 명대사를 남긴 닫힌 방은 영혼이 된 세 남자가 출구 없는 방에 들어오게 되며 극이 시작된다.

 

"닫힌 방(No Exit)"에서 사르트르는 아주 색다른 지옥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그곳의 인간들은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다름 아닌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방에 속한 각각의 인물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들을 공간적으로 분리시킬 어떠한 장치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은 철저하게 서로의 시선 속에 갇혀있으며 또 다른 감옥을 만들어 낸다.

 

 

■ TVN 드라마 「작은아씨들」 극 중 ‘닫힌방’

 

TVN 주말 드라마 작은아씨들에 나오는 물건이나 인물 등에 복선과 의미, 상징이 많이 내포되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닫힌방’이다. 닫힌방은 극 중 원상아(엄지원)의 1995년 졸업 작품 명이자 엄마가 사망했던 공간,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공간이다.

 

사람을 죽이고 이용하며 권력과 부를 축척하는 원령가의 모습을 보며, 수십년간 갇혀 생활한 엄마의 방. 다른 이들을 해칠 수 없기에 원상아의 엄마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닐까 스스로 추측해 본다. 그러나 딸 원상아는 그 수십 년 전 엄마의 모습과 똑같은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죽인다.


 

■ 김애란 「침이 고인다」

 

<침이 고인다>는 그녀가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후배를 집에 들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녀는 한 입시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으로 혼자 사는 게 적적하던 즈음, 우연한 계기로 후배와 같이 살게 된다.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게 좋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귀찮아진다. 소설 침이 고인다 속의 방은 자신의 영역에 타인의 입장을 허락했으나, 결국 더 이상의 침범을 허락하지 못하고 내쫓은 뒤 편안함을 느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침이 고인다>의 주인공 '그녀'를 미워할 수 없고, 악하다 말할 수 없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영역', 심리적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으로써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모든 오감(五感)을 품어주는 곳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란 책을 통해 연간 오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 자신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 방은 얼마만큼의 평수를 지녔을까? (그 방은 마음의 방, 지식의 방, 표현의 방 여러가지 모습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많은 방들의 의미를 만나며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지 가늠해 본다. 헤아릴 수 없는 수 십여 개 방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업무를 마치고 베개 위에 머리를 뉘고 이불을 몸 위에 감싼다. 따뜻하다. 머그컵에 넣어둔 찻잎에 방금 끓인 물을 한껏 붓는다. 그리고 머리맡에 놓인 일기장에 바깥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손글씨를 담아 꾹꾹 눌러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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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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