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tar-crossed lovers [공연]

글 입력 2022.09.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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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풍월주>와 뮤지컬 <팬레터>는 회전을 돈, 거의 유일한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을 계기로 뮤지컬에 본격적인 관심이 생겼을 정도로 정말 애정하는 작품들이다.


취향인 걸까, 우연인 걸까. 이 두 작품 모두 [삼각관계 & 동성애] 소재가 함께 묶여있는 작품이다.


내가 흔히 보고 생각하던 장면이 아닌 것을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이 주는 쾌감과 배우마다 어떤 것(or 사람)을 포기하고 어떤 것(or 사람)을 쟁취하였는지, 그 해석의 엔딩은 무엇인지에 대해 극이 끝난 이후에도 혼자 되뇔 수 있음을 알려준 극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두 작품과 비슷한 소재를 다룬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또한 나를 회전문으로 들일 수 있을 것인가!




베어 더 뮤지컬 (bare the Musical)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bare the musical)>은 2000년 미국에서 초연된 뮤지컬로 큰 흥행을 이끌어낸 명작으로, 2015년에서야 비로소 한국에서의 초연이 이뤄진 작품이다. 2015년에 초연을 한 이후 바로 다음 해인 2016년에 재연을 할 만큼 한국에서도 대단히 흥행을 한 작품으로 현재 5연이 진행되고 있는 작품이다.



[시놉시스]


"알리고 싶어 너와 나의 비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피터와 제이슨. 성 세실리아 학교의 킹카인 제이슨과 비밀리에 교제중인 피터는 커밍아웃을 원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까 이를 거부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오디션이 열리고 로미오 역은 제이슨이, 줄리엣 역은 아이비가 맡게 된다.


아이비는 극 중이 아닌 현실에서도 제이슨을 유혹하고, 제이슨은 계속해서 커밍아웃을 원하는 피터에게 관계를 멈춰야 한다며 이별을 고하는데...

 

 

졸업을 앞둔 성 세실리아 학생들이 졸업 공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상황을 담은 작품으로


제이슨과의 관계를 더 이상 비밀로만 간직하고 싶지 않은 피터

피터와의 관계를 오직 둘만의 비밀로만 간직하고 싶은 제이슨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른 체 제이슨에게 이끌려간 아이비


이 세 사람의 외로움과 치열함 그리고 잔인함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중요한 소재로 다뤄진다. 


당사자 둘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둘의 사이를 반대하고 하물며 혐오하기까지 하는 것에부터 마지막에 독약을 마시고 죽는다는 것까지,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사뭇 비슷하게 그려진다.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피터와 제이슨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다르게 주변의 반대에 사랑이 더 깊어지거나 둘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이 오직 한 사람만을 죽게 했다는 것.

 

이들의 사랑은 애초에 둘이 하는 사랑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냥 각자 하는 사랑이었을 뿐. 더불어 둘의 감정의 농도가 맞은 순간은 극 초반 방에서의 잠깐 둘만의 시간을 보낸 때밖에 없다. 

 

피터의 감정이 짙어지면 제이슨은 모른척했고 제이슨의 감정이 짙어지면 피터는 피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피터와 제이슨 간의 매번 맞지 않는 타이밍의 연속은 그들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고 둘의 사이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표면상 친구이자 연인인 제이슨과 피터가 연극에서는 연기를 하는 것도 졸업 작품으로 준비하는 연극에서조차도 그 둘의 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 이 둘 사이의 안타까움에 박차를 가한다.

 

 

로미오 역 - 제이슨

줄리엣 역 - 아이비

머큐시오 역 - 피터


 

제이슨은 로미오 그리고 피터는 로미오의 절친 머큐시오를 연기하며, 이 역할로 인해 피터는 다시금 자신과 제이슨 간의 현실과 거리를 느낀다. 

 

피터는 그저 마음을 담아 무대 뒤에서만 제이슨의 상대역인 줄리엣의 대사를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에 빠진 아이비를 대신해 피터가 줄리엣의 역을 소화해야만 했던 날, 피터와 제이슨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람들 앞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를 빌린 사랑의 말을 주고받은 장면이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비로소 그들이 방이 아닌 밖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한 날인 것이다.

 

 

총 5막으로 구성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극이면서 동시에 비극으로 평가받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극을 자연의 상징과 인간의 단상을 한데 묶어 그려낸 희비극으로 간주한다.

 

출처_네이버_시사상식사전_로미오와 줄리엣

 

 

여기에 약간의 희망을 더하자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으로만 소개되지 않는다. 마지막 그들의 사랑과 죽음으로 인해 원수로 지내온 두 가문에 우정이 다시금 일어났고 그들의 죽음을 가문의 희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와 제이슨도 마찬가지이다. 극 상에서 그들의 죽음 자체로 나아진 상황 따위는 보여 주지는 않지만, 그들의 사랑에 관련하여

 

중간에 휘둘리고 이용당했던 아이비는 자신을 알고 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아웃팅을 저지른 맷은 시기에서 온 충동의 비극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이비에게 못된 말만을 내뱉은 나디아는 사람의 진실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둘의 사랑이 아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들이지만 이 결과들 덕분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또한 비극으로만 소개될 수 없다는 것이다!

 

 

 

B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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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고 완벽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에 치중한 극으로 논란이 많은 만큼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이들이 각기 겪은 성 정체성의 혼란, 동성애, 외로움, 시기, 자살, 임신 등 다소 낯선 소재 일 수 있지만 주변에서 결코 빈번하게 들려오는 일이다.  사용된 소재에 대한 호와 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개인의 감정이 아닌 이제껏 삶을 살아온 인간으로서 이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는 극이다.


이 작품이 단순한 '동성애 뮤지컬'로 생각되는 것은 싫다.

 

그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만한, 그러나 과정이 평범하진 않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희비극 뮤지컬로 여겨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 어떻게 15세를 관람등급으로 결정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삼각관계와 동성애 말고도 심히 자극적인 소재들이 다뤄진다. 청소년의 정체성, 동성애, 외로움, 시기, 혐오, 마약 등 다소 선정적인 상황과 부정적인 감정을 풀어내며 진행되는 극이라 일각에서는 알맞지 않은 연령 설정이라고 비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성장기인 청소년의 고민, 방황, 불안감을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그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장치적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느껴져 크게 문제가 되어 보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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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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