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목 그대로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책 '위로의 미술관'

글 입력 2022.09.1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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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위로가 필요한 상황일 거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힘들 때도 있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나름 나 자신을 스스로 잘 다독이며 지내오고 있다고 믿었다. 내가 누군가를 위로하면 위로했지, 위로를 받게 될 거라곤 감히 몰랐던 것이다.

 

책 <위로의 미술관>을 읽으며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많이 지쳐 있었구나. 힘이 필요했구나.

 

책의 도입부에 적혀 있는 작가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날아와 꽂혔을 때, 그제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책 <위로의 미술관>은 제목 그대로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 특별한 미술관이었다.


[이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예요] - 책 <위로의 미술관> 中

 

성공한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으며 삶에 동기를 불어 넣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경우는 작가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 같다. 나는 작가들의 삶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다. 환경과 상황에 굴하지 않고 작품을 이어간 작가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책 <위로의 미술관>에 등장하는 작가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였다. 르누아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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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보고 있으면,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무엇보다도 빛을 중시했던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부를만하다.

 

나뭇잎 사이사이로 부서지는 빛줄기가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실제 살아있는 한순간을 포착해둔 듯한 르누아르의 관찰력에 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더불어 부드러운 붓 터치가 보는 이로 하여금 따스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어느 여유로운 오후의 여유로운 사람들. 머리 위로 산들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르누아르의 그림은 대개 이런 식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와 참 잘 어울리는 작품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알고 보면, 르누아르의 그림은 꾸준히 변화했다.

 

그는 타 작품들로부터 얻은 인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적용하며 새로운 화풍의 그림을 창조해냈다. 이미 인상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큰 인기를 얻었던 그에겐 꽤나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가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그려나가야 하는 작가로서, 어쩌면 현재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병들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할 때에도 붕대로 붓을 감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첫째로 나는 그의 도전 정신에 깜짝 놀랐다. 하나의 화풍을 정립하여 밀고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일이었을 텐데, 심지어 이미 주어진 성공과 안정의 길을 두고도 계속해서 새로움을 탐구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연 나라도, 내가 르누아르였대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안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나의 그림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최대한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로 나는 그의 멈추지 않는 열정에 깜짝 놀랐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기에',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 붕대를 감고서라도 붓을 들어야 했던 그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에게 '아름다움'이란 또 무엇이었을까? 묻고 싶은 질문이 너무 많다.

 

르누아르, 당신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였나요? 그림을 그릴 때, 정말 행복했나요?

 

오귀스트 르누아르를 비롯하여 책 <위로의 미술관>에는 클로드 모네, 앙리 마티스, 폴 고갱 등 자신만의 색깔로 전설이 된 쟁쟁한 작가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위로'라는 단어 아래 한곳에 모였다. 그래, 거장에게도 시련은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의 아픔이 우리를 위로한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겨낸 일련의 과정, 그 과정이 작품의 모습으로 우리를 위로하는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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