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나이트 [드라마]

글 입력 2022.09.0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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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평생을 부정당했을 때, ‘나’가 아니게 될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

 

<문나이트>의 ‘스티븐 그랜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티븐 그랜트는 박물관 기념품점에서 일하며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채식주의자이다. 이집트 신화를 좋아해 박물관에 온 관람객에게 친절하게 이집트 신화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상이 퍽 만족스럽다.

 

그에게는 비일상적인 일이 자주 일어난다. 게다가 그는 몽유병이 있어 매일 밤 발목을 침대에 묶고 잠든다. 기억을 잃기도 하고 눈을 뜨면 어딘지 모를 곳에 있을까 두렵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두려움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집에서 주인 모를 휴대폰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구석에서 찾은 휴대폰에는 최근까지 통화기록이 남아 있었다.

 

전화기 너머 상대는 그를 ‘마크’라고 부른다. 계속해서 자기가 스티븐이라고 말하지만,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그를 마크라고 부른다. 정신을 차리면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남들에게 공격받고 위험할 때면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면 그가 누군가를 죽인 후였다.

 

온화한 스티븐 그랜트의 존재가 부정된다. 스티븐은 앞으로 누구로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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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의 비밀은 해리성 정체 장애였다. 그와 몸을 공유하는 자아는 무자비한 용병 마크 스펙터이다. 심지어 마크는 이집트 신 ‘콘슈’의 아바타였다. 스티븐은 내면에서 들려오는 마크의 목소리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일상을 살아가려 해도 원치 않는 적들 때문에 마크에게 몸을 맡겨야 한다. 스티븐은 그가 몸의 주인이며 마크가 그의 몸을 빌려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니었다.

 

드라마 1화는 스티븐 시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스티븐 그랜트가 최초의 자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점점 작품이 진행될수록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마크 스펙터가 동생을 잃고 난 뒤 엄마에게 학대받게 되고, 그가 해리성 정체 장애가 일어나 새로운 자아 스티븐을 만들어내었다.

 

마크는 스티븐을 철저하게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게 했다. 그가 엄마와 사이가 좋다고 착각하게 하고, 사랑하는 아내처럼 이집트 신화에 관심이 많으며,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는 정반대의 인물을 창조했다. 콘슈의 임무를 수행하면 다시 침대에 발목을 묶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작하여 스티븐을 지키되 마크라는 존재를 숨겼다.

 

이 오래된 거짓이 스티븐에게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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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마크와 스티븐, 그리고 ‘라일라’의 관계이다. 마크가 콘슈의 아바타가 된 건 생존의 문제였다면, 콘슈의 명령을 듣게 된 건 아내 라일라 때문이었다. 그는 라일라를 지키기 위해 원하지 않은 임무에 나가며 그와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스티븐이 라일라를 처음 보고 반하면서, 한 사람의 두 인격이 모두 라일라를 사랑하게 되어 버린다. 라일라 역시 마크와 스티븐과 함께하며 그들이 불안할 때마다 그들을 안정시킨다. 그는 스티븐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를 부정하지 않고 마크와 다른 사람으로 인식한다. 라일라 덕분에 “문제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외치던 스티븐의 자아가 굳건해진다.

 

마크 역시 처음에는 스티븐에게 그 존재를 숨기고, 콘슈의 임무가 끝나면 스티븐에게 몸을 주려고 했다. 스티븐을 마치 다섯 살 어린아이처럼 보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점차 없어서는 안 될 유대감을 느낀다. 결국 두 자아가 함께 살아가며 콘슈로부터의 해방을 이루어낸다. 1화에서 평온했던 스티븐의 일상에서 깔리던 는 마지막 화에 다시 울린다. 그들은 앞으로도 일상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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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방은 스티븐과 마크뿐이었다. 그들은 콘슈로부터 해방되었다고 믿지만, 콘슈는 다시 등장한다. 마크 스펙터의 제3 인격 ‘제이크 로클리’와 함께였다. 드라마에서는 마지막 화 쿠키 영상만 등장하고 끝나지만, 우리는 드라마에서 제이크의 존재를 어느 순간 느끼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마크와 스티븐의 내면에는 열리지 못한 무언가 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었고 용병 일을 하지만 살인을 좋아하지 않는 마크가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기에는 잔혹한 폭력이 있었다. 마크와 스티븐이 얻은 일상은 그들이 제이크를 눈치채기 전까지의 기간 한정 평화이다.

 

6화라는 짧은 드라마 분량에, 심지어 매우 빠른 전개가 휘몰아치는 <문나이트>를 완성한 건 주연인 오스카 아이작의 연기 덕분이었다. 세 인격과 전부 다른 억양,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출연까지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자칫하면 산만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했다. 심지어 대사가 없어도 표정과 자세만으로 마크와 스티븐이 충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이전까지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과 달리 마블 세계관을 몰라도 드라마를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방대한 세계관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었던 스타워즈 드라마 <만달로리안>처럼 대형 세계관에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이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제이크 로클리가 등장하면서 그들이 이겨내야 할 문제가 다시 생겨났지만, 지금까지의 전개처럼 다시 이겨내길 바라며 시즌 2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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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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