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주, 타로, 자주 보시나요? - 네, 상담이 필요해서요 [사람]

글 입력 2022.09.0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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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다 마친 저녁에는 엄마와 쇼파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각자 할 말을 하곤 한다. 하루 중 가장 비생산적인 시간이다. 근무 중에 사주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어느 날이었다. 대화가 끊긴 틈에 사주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엄마의 생년일시를 입력했다. “배우자는 곧은 성품으로, 융통성이 없어보일 수 있고, 유머감각이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 ,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지고 있으며, 큰 신장과 다부진 신체를 가졌다.” 아빠다. 딱 아빠였다. 신체에 관한 모든 것이 일치했고, 우리는 아빠를 ‘사기당하기 딱 좋은 사람’, ‘노잼인간’, 등으로 놀리곤 한다! 우린 본격적으로 각자의 사주 결과를 이것저것 뒤적이기 시작했지만, 이런 우연의 일치성이란 본인에게나 제일 흥미로운 것으로, 각자 공감을 구하는 ‘소리내어 읽기’가 거실을 웅웅 울려댔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로딩할 때 오늘 하루 내 몇 만명 또는 몇 십만명이 이 앱을 통해 사주를 확인했다는 데이터 기반의 홍보성 멘트가 표시된다. 비단 이 앱 하나만이 유명한 것일까? 대한민국 역술 시장은 1억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최신 기술력이 접목되었다. AI가 접목되어 역술가를 추천해줄뿐만 아니라, 점괘를 봐주기도 한다. 이 정도의 투자 가치는 그만큼 소비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년마다 건대 오피스텔에서 타로를 보는 친구, 심심하면 역술가를 찾아가는 엄마 친구들, 서로 추천해주곤 했던 이전 사무실에서의 전화 사주 서비스 등을 보곤 했지만 그 규모는 나의 체감 그 이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주풀이를 오락 또는 취미로 여기거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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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방송인들이 거쳐간 철학관에 다녀 온 선배는 며칠 내내 사주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살이 끼어 있고, 그래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고… 내가 태어난 시간도 매번 잊어버리는 나는 적당한 반응을 늘어놓다가 끝나지 않는 주입식 교육에 “사주가 무슨 소용이냐”고 되물었다. 빅데이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행동을 결정할 때 그의 이유 ‘내 사주는 그러면 안된대!’라고 말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참 멋없다. 내가 하지말라고 안 할 인간도 아니고.

 

그럼 선배는 운명론에 몰입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일까? 아니다. 이전엔 타로였다. 그럼 나는 무용론을 들이민 것이 이번이 처음일까? 아니다. 친구들과 타로를 보러가더라도 뒤도는 순간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날부터 선배는 인정했다. 상담하러 가는 것이고, 좋은 말을 들으러 가는 것이라고. 그는 마지막까지 털어놓을 친구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생소했다. 징징거리는게 술주정인 나는 집가는 길에 내 전화를 받아줄 친구가 항상 있었다. 한 잔 더 마셔줄 엄마가 집에 있었다. 감정에 잠식되어 오래간 연락이 안되면 염려의 전화도 종종 받는다. 선배와 같은 이유로는 점술가의 말을 기억해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애시당초 자발적으로 사주나 타로를 찾지 않는다. 선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각자의 감정 해결법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선배의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없으므로 내가 역술에 몰입하지 않는 이유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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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pik

 

 

나는 일반 사람들보다 1) 주변 애착 관계 형성이 잘 되어 있는 편에 해당한다. 주변에 사람이 많은 편에 속해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보는 사람이 한 명 떠나갈 때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식으로 내 감정의 지지자는 일정 수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친구들도 본질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애착 관계와 상관없이 2) 내적 불안도 역시 상담 필요성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학 수능이나 승진 시험을 똑같이 앞두고도 내 친구나 동료는 불안감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반면 나는 숨만 고르면 되는 수준의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동일 사건에 대해 일으키는 파동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 통제가능성에 대한 믿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앞의 두 가지와 다르게 비교적 빠른 길이며, 내가 통제할 수 있고, 훈련으로 해결이 가능하고, 주변 상황에 휩쓸리는 일이 적은 부분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상황 인정도 어려울 뿐더러 이 능력 개발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므로 필요성을 알면서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은 방법이기도 하다.


나같은 경우 때로는 의학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정신건강을 위해 병원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꽤 좋은 상태라고 말한다. 현재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있으며 그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스스로 통제하고 있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 의학은 도구이다. 장시간 쌓여온 문명의 결정체인 이 도구의 존재를 인지하고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삶의 주도권을 ‘내가’ 지키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탐구하기도 한다. 최근에 “언니는 스스로에 대해서 정말 잘 아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나는 대개 평온한 감정을 유지하는 편인데, 그 감정이 깨지는 순간 나에게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답을 찾는다. “왜 화가 났지?” “왜 슬픈 감정이 들지?” “왜 아쉽지?”와 같다. 이런 질문과 답변들을 한 곳에 모아 뒤적거리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사람인가?’에 대한 최종 결론이다. 모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뒤로 폭발점에 닿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계기판을 만들어 다독이기 위해 이 같은 자료를 수집하곤 한다.

 

이 때, ‘무엇’을 ‘어느 정도’로 원하는지도 중요한다. 여기서 ‘정도’가 내 행동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이 때의 기준도 다르게 둘 것이다. 나의 기준은 ‘후회할 가능성이 있는가?’이다. 후회할 것 같다면 실천. 그래서 대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빨리 움직이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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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톰 길로비치 (출처: Cornell University)

 

 

이 행동력에 영향을 끼친 두 가지 정도의 요인이 있다. 첫 번째,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Tom Gilovich)가 발견한 행동 후회와 비행동 후회. 모두 알고 있는 원칙이다. 행동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행동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이 더 장기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머리 쓸 일 많은 사회인데, 한 짐이라도 덜자는심보다. 두 번째, 영화 <미스터 노바디>로부터 기인한, ‘순간의 선택의 중요성’이다. 흔히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어마무시하지만 숱하게 들어와 닿지 않는 말을 담고 있는 영화다.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편이나, 고민의 기로에 있을 때에는 ‘이 선택을 했을 때 내 미래가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그려본다. 그 미래에 미련이 생긴다면 행동하는 식으로 내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부여하고 상황 탓으로 돌리는 것을 방지하여 주도성을 높인다. 이 세상에 그나마통제가능한 건 ‘나’ 하나다.

 

때로는 사고를 전환한다. 판을 새로 짠다. 다른 관점을 추가해보는 방법이다. 새로운 생각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버린다. 음,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평생. 스티브 잡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어 내적 불안이 높은 편이나, 철학 공부나 명상 등을 통해 이를 다스리고자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평생, 했다. 매번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니까! 다른 관점은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 내 눈으로 절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이나 가능하지, 그 스키마(인지도식)를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래서 오인을 줄일 수 있도록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인간의 마음은 보편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가 어떤 틀 안에 갇힐 수 밖에 없는지 공부한다. 이 부분에서 디지털 시대에 감사를 표한다. 내 공부의 재료는 역술가가 아닌 정신건강의학, 심리학, 철학, 강연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숱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선배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운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마음의 위안과 걱정 감소’가 86.7%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가 불안할수록 운세나 점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답한 응답자가 80%에 육박했다. 따라서 내가 유달리 정신이 건강한 편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방법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정신적 유복함도 인정해야 한다. (‘미신에 대한 과몰입’이라는 생각이 짧은 찰나에 지나가면서 화 또는 짜증, 지루함 등으로 드러나기도 해서 좁아지는 내 시야를 조정하는 중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선배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점술이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생각의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의지를 잃어서는 안된다.’라는 둥 함부로 첨언하고 싶지 않다. 드라마 <스물 다섯, 스물 하나>의 결말에 사람들이 화를 냈던 이유 중에 “드라마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판타지를 이루어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현실이 힘들면 드라마 속으로 도피하고 싶은 법이다. 여러분들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워 점술로 덮어버리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보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만 알았으면 하고, 바란다. (의료를 더욱 추천하고 싶지만) 선배가 천천히 인정했듯이, ‘역술’ 역시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한 ‘도구’임을 알고 활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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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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