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요가를 사랑하게 될까? [운동/건강]

저는 이제 불안하지 않습니다
글 입력 2022.08.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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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엔 '보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 주에는 '하는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부쩍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일주일에 3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갓생' 트렌드가 오기 한참 전부터 아침마다 한 시간씩 러닝을 뛰는 친구, 퇴근 후 필라테스를 다니는 친구, 새벽시간 수영으로 몸을 깨우는 친구, 피트니스센터나 크로스핏 센터에서 '오운완'을 외치는 친구,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는 친구들이 내 SNS를 점령했다.


3년동안 가방끈을 늘리느라 세간에 관심을 끊고 살다 보니 같이 술이나 퍼마시고 클럽을 뛰어다니다 이튿날 늘어지게 자던 친구들이 별안간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평행 세계에 사는, 겉모습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용돈을 받아 한 달을 겨우 살아가는 대학원생에게 학원에 등록하고 도구나 옷을 구비해야 하는 운동은 부담과 압박이었기 때문에 근력이 제로에 수렴하는 일상을 근근이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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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욕심에 멋진 요가매트를 사고 싶어진 나

 

 

직장인이 된 후 근력 부족으로 인한 몹쓸 체력을 실감하고 한 달 남짓한 탐색을 거친  뒤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 보이는 요가를 골라 등록했다.

 

태양이 작열하는 어느 뜨거운 일요일, 첫 수업 요가 매트 위에서 나는 요가 예찬론자가 됐다. 왜 사람들이 요가를 수련이라고 부르는지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무한히 확장되는 생각의 흐름을 잠깐 닫아두고 동작의 정확성과 몸의 균형,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 조직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요가는 정말이지 운동이 아니라 수련에 가까웠다.

 

퇴근 후엔 요가 학원으로 달려갔고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도 매트를 곧게 펴고 유튜브에서 요가 채널을 찾아 열심히 따라 했다. 요가 선생님이나 유튜버의 가이드에 따라 동작을 수정하며 나만의 수련을 이어나갔다.

 

균형을 못 잡고 비틀비틀하면서도 뻐근하게 당겨지는 근육에 뿌듯함을 느꼈다. 우아한 그들과 달리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거나 따라하는 내 동작이 석연치 않아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요가를 시작한 지 3주가 지났고 요가력(?)이 쌓일 때마다 마음의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기분이 든다. 바쁜 일상이 할퀸 상처들이 별것 아닌 일이 되고 누군가를 미워했던 마음도 호흡과 함께 내뱉어진다. 낯선 외국어 발음을 한 동작 이름을 다 욀 순 없을지라도 뻐근한 근육의 기억과 뱉은 호흡의 기억이 내게 남는다.


요가 선생님과 유튜버들이 하나같이 자주 하는 말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다. 비틀거리다 주저앉거나 유연성의 한계로 뻗어내지 못해도 자꾸 괜찮다고 한다. 요가를 하는 동안은 각목같이 뻣뻣한 몸에 대한 민망함 대신 다시 처음부터 자세를 다시 잡고 교정하는 자신감이 남는다.

 

한 시간 남짓한 요가 강습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괜찮은 실패'를 거듭하고 괜찮은 실패를 통해 과거의 미숙함이 남긴 회한을 정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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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물리적인 근력과 정신적인 근력을 모두 끌어올려 주었다. 너무 많은 것이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한 달 넘게 마음이 바빴다.

 

아마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을 거다. 멈추거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그렇다고 앞을 향해 달리는 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일상. 주말 내내 늘어지게 누워 있었어도 월요일은 항상 피곤하고 밤에는 뜬 눈으로 휴대폰 모서리에서 새벽을 향해 달리는 시계만 쳐다본다.


요가는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내는 일상에 대한 평화 시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눌려있던 척추를 펴고 자세를 바로잡으면서 내 몸과 삶을 돌본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모두 꺼버리고 동작으로 만들어 내는 바람만 존재하는 매트 위에서 땀 흘리는 모든 과정이 고요하게 격렬하다.

 

군살 제거와 근력 강화라는 목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건 아쉬탕가나 빈야사 그 이름도 낯선 이 요가라는 수련을 내가 사랑하게 될지, 사랑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일지, 얼마나 오래 사랑하게 될지 따위의 질문이다.


일상을 오래 떠날 수 없어 갑갑함이 턱까지 차올랐다면, 함께 매트 위에 서보길 바란다. 요가를 시작했고 나는 이제 불안하지 않다.

 

 

[오영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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