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리라 [도서]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거기에 있어서 다행이다
글 입력 2022.08.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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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 원더의 Sir Duke를 들으며 글을 쓴다. 음악에서 여러 개의 악기가 같은 라인을 연주하는 것을 ‘유니즌 플레이’, ‘유니즌 라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곡은 꽤 길고 매력적인 유니즌 라인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학교다닐 때 밴드부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런 파트가 들어간 곡은 멜로디를 익히기가 까다롭고 다른 악기와 정확히 맞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박자나 음을 조금이라도 틀리면 금새 티가 나 연주하기 까다로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만큼 딱 맞게 연주했을 때의 쾌감이 컸다. 서로 다른 사람, 악기가 모여 같은 음을 연주한다니.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런 순간에는 묘한 동질감이나 소속감 같은 것마저 느껴졌다. 유니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도 마음에 들어 여기저기 갖다붙여볼까도 고민했지만 조금 촌스러운 것 같아 그만뒀다.


나는 식물 키우기와도 작은 인연이 있다. 나의 어머니는 여전히 화분 키우기를 좋아하시고, 나도 어릴 때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면 상추부터 방울토마토, 봉숭아까지 다양한 씨앗을 사와서 싹을 틔우는걸 즐겨했다. 진딧물에 마음아파하기도 했지만 내가 직접 키운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저녁 식탁에 올렸던 몇 없는 날들에 대한 추억은 가슴 두근거렸던 일로 기억되어 있다.


한창 입시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냈던 고3때도 뜬금없이 다이소에서 딸기 씨앗 키우기 키트 같은 것을 사와서 방에서 기르곤 했었는데 마음이 불안하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자꾸 저버릴 때는 그렇게 식물 씨앗을 틔우는 일이 도움이 됐다. 흙으로 덮어두고 물을 주면 눈앞에 씨앗이 보이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싹이 올라올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어김없이 그 기대에 보답받는 경험을 하다보면 답이 없고 느리게만 보이는 나의 미래와 불안에도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이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작은 세모의 흔적]2편 – 아무튼,식물’이라는 제목으로 얼마전 기고하기도 했다. 이 책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고 여러번 읽은 책이다. Sir Duke라는 곡과 유니즌 라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듣게 됐다. 큰 기대없이 골라든 책이었는데 식물을 둘러싼 독특한 에피소드와 세상을 담아내는 방식에 매료됐다. 자신의 상처와 불안을 숨기지도 과장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문장들은 위로가 됐다.


그래서 임이랑이라는 저자가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에세이를 냈을 때, 이 책을 읽고 싶어졌고 소개하고 싶어졌다. 쉽사리 떨쳐지지 않는 불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궁금해졌다.



“우리는 모두 자기혐오와 자기애를 오가며 스스로 존재에 의문을 멈추지 않는 동료들이다.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거기에 있어서 다행이다.”



나를 동료라고 불러주는 저 다정함을 빌려 나의 불안에 대해서도 조금 말해볼까. 나는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MBTI는 INFJ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몇 년 전 흑역사까지 자주 꺼내어 스스로 고통받는 성격유형의 소유자다. 이런 날 보며 주위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 뻥 터져버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불안이 심해지면 날카롭고 예민해져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밝은 빛도 부담스러워 컴퓨터와 핸드폰을 거의 보이지도 않는 밝기로 해두고 쓴다. 약속이 생기면 한참 전부터 생각하고 늦지 않기 위해 씻는 시간 준비하는 시간 버스를 놓칠 가능성과 길을 헤멜 시간까지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양한 가능성과 최악을 상상하며 전전긍긍한다.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불안은 나의 큰 숙제다.

 


몸도 마음도 예민하게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중략... 미리부터 과하게 걱정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 어려움의 크기만큼만 괴로워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예민한 사람은 불편한 사람과 함께 밥을 먹으면 바로 체해서 가슴을 치며 고생하고, 무리를 하고 나면 제대로 고장이 나서 온종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위기가 닥치면 녹다운되어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기도 한다. - 누구나 한구석은 뾰족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고.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더 멀리 보고 더 예민하게 듣고 더 빨리 반응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 나서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는 삶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 내 불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불안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달래듯 그 불안을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작가의 고백에는 매일 밤 밧줄을 검색하며 세상에서 도망치려했던 시절의 이야기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예민함도 있으며 막막하고 답 없는 고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내가 자꾸만 임이랑 작가의 책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는 솔직하기 때문이다. 슬픔과 아픈 시절을 겪어온 사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 담담한 자기고백을 듣다보면 혼자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이 책의 매력이다.



글은 참 재미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공식적으로 펼쳐놓게 한다. 저 멀리 있는 누군가 자기의 인생이 녹아 흐르는 아이스크림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일상에서 만나는 반짝반짝한 기운에 기대는 사람도 모두 혼자가 아니다. - 아이스크림 인생


 

글을 매개삼아 당신과 내가 만날 수 있다면. 그 너머의 있는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 작은 마음 하나로 세상은 더 나은 곳으로 변모한다. 이 책의 거의 마지막 파트를 담당하고 있는 <당신이 이 밤을 무사히 보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저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바람이자 진솔한 자기 고백인데, 직접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용을 다 옮기지는 않겠다.

 

그러나 좋은 순간이 분명히 다시 찾아올거라는 그 마음에, 그 순간에 가닿기까지 여기에 서 있겠다는 그 마음에 내 마음도 같이 얹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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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 임이랑



글을 쓰고 노래를 짓고 연주를 한다. 식물을 돌보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불안에 취약하지만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조금은 참고, 조금은 노력하며, 봄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로 활동하며,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썼다.

 

 


출판사 책 소개


 

“당신이 이 밤을 무사히 보내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밤의 괴로움에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안과 우울, 슬픔과 혐오 속에서 밤을 지새운 적 있다면…


마음은 웃긴다. 웃기고 까다롭다. 행복한 순간 곧 다가올 낙하를 기다린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지만 불안만은 그대로다. 아니 점점 더 커진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며 라디오 DJ뿐 아니라 식물 에세이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써 독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은 작가 임이랑이 이번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가올 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평화로운 순간에도 삶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도사리고 있을 불행을 미리 걱정하는 일상에 대해.

 

불안과 우울, 슬픔과 혐오를 이야기하는 임이랑의 문장들은 신기하게도 위로가 되어 마음에 안착한다. 그의 글은 책 너머에 있는, 모두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 살아가는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삶이 하찮고 너절할 때나, 빛나고 생기로울 때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는 모두 자기혐오와 자기애를 오가며 스스로 존재에 의문을 멈추지 않는 동료들’이라고. ‘내가 여기에 있고 당신이 거기에 있어 다행’이라고.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불안’이라고 쓴 마음들이 어느새 위안, 평안, 연대, 안녕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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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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