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동시대 예술이 궁금하다면 - 일민미술관 여름 특별전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 '나를 닮은 사람'

글 입력 2022.08.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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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여름 특별전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 《나를 닮은 사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은 8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여름 특별전을 개최한다. 한국의 상업사진을 조명한 전시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가 지난 6월 26일에 막을 내린 이후, 약 2개월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일민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매체와 형식의 연구를 통해 동시대 미술을 돌아보려는 유의미한 시도로 기획되었다. 기획 의도에 따라, 동시대 미술을 끊임없이 고찰해온 세 작가가 두 개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참여한다.

 

 

 

권오상&최하늘 작가의 《나를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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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민미술관 1전시실과 로비에서는 동시대 조각을 탐구하는 권오상, 최하늘 작가가 팀을 이루어 《나를 닮은 사람》이라는 제목하에 서로의 작업을 공유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1974년생 권오상 작가는 대학시절부터 전통 조각의 무거움과는 거리가 먼, 가벼운 강화 스티로폼을 조각의 재료로 선정하여 사진을 콜라주 기법으로 이어 붙인 일명 '사진 조각'을 탄생케 한 장본인이다.

 

최하늘 작가는 1991년생으로, 스스로 지지될 수 있는 무엇이든 조각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이 성형한 오브제를 조각의 범주로 끌어들여 동시대 조각사의 확장과 변형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어 주목받는 신진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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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세 조각으로 구성된 와상 Three Piece Reclining Figure,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40×240×110cm

 

 

예술계에서 선후배 조각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인물은 조형적인 유사성과 더불어 조각가로서 비슷한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때문에 작품의 특징 또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바로 '조각과 사진의 결합'이다. 작품에는 서로 다른 두 매체를 융합해 평면의 사진을 입체 조각에 붙이는 흥미로운 발상이 녹아들어 있다.

 

《나를 닮은 사람》에서는 그러한 발상을 여과 없이 드러내어 대표작뿐만 아니라, 서로의 조형 언어를 비판적으로 교환하고 조각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인다. 권오상, 최하늘 작가의 2인전은 무한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동시대 조각의 생생한 현장이다.

 

대표적으로, 권오상의 <세 조각으로 구성된 와상 Three Piece Reclining Figure>은 사진을 찍어 출력한 결과물을 이어 붙인 사진 조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최하늘을 모델로 선택해 작품 전면에 내세운다. 예술적 공유자인 그에 대한 일종의 동질감을 드러내 보이는 표식처럼 느껴지는 작업이다.

 

 

최하늘, 나란히 Rank, 2022, 3D print, 86×35×37cm each. (2).jpg

최하늘, 나란히 Rank, 2022, 3D print, 86×35×37cm e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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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상, 세 망령들-주름들 The Three Shades-Wrinkles, 2022,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190×23×23cm

 

 

최하늘 역시 권오상의 작품에 참여해 공유자로서의 표식을 남긴다.

 

작품 <세 망령들-주름들 The Three Shades-Wrinkles>의 지지체는 최하늘 작가가 자신의 전시에서 선보였던 매끈한 표면 조각을 권오상 작가에게 제공했으며, 자유로운 문법으로 사진조각을 완성할 수 있도록 1차 재료를 전달한 것이다.

 

그 결과, 매끈하고 납작한 조각의 표면을 두고 사진 조각으로 변형하는 임무를 맡은 권오상 작가는 주름이 많은 스핑크스 고양이 이미지를 활용해 지지체 본연의 느낌을 완전히 제거함으로써, 오랜 재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2인전에서는 두 조각가가 주고받는 동시대 조각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오민 개인전 《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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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 폴디드 Folded, 2022, Time based installation,

3 channel projection, 6 channel audio, 8 min 31 sec

 

 

이어지는 2, 3전시실과 프로젝트 룸에서는 피아노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오민 작가가 연구에 천착해온 시간기반설치(time-based installation) 작업물이 소개된다.

 

개인전에 인용한 제목《노래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혁명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는 20세기 초 무정부주의자 에마 골드만의 말을 변형한 것으로, 작가의 영상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한다.

 

3개의 멀티채널로 구현한 오민의 신작 <폴디드 Folded>는 57초 단위로 구성된 16개의 장면을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퍼포먼스다. 영상에는 감독, 배우, 연출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똑같은 동작을 열여섯 번 취하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시간의 속도에 의해 동일한 장면을 데칼코마니처럼 그대로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이에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질서와 무질서의 모호한 경계를 주목하여, 실제 작업 과정에서 퍼포머들이 뒤로 걷는다던가 갑작스러운 바람이 불게 하는 등 무질서를 유발하는 약간의 변수를 집어넣어 질서가 사라진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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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멀티채널과 연결되는 또 다른 채널에서는 <폴디드 Folded>에 출현한 퍼포머들의 개인 상황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작업이 재생된다.

 

작가는 현장과 영상매체에서 나타나는 퍼포먼스의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는 원테이크 퍼포먼스를 영상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재촬영과 편집,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또한 영상 퍼포먼스는 원테이크가 가질 수 없는 '접힌 면', 즉 '편집된 장면'이 있다. 완벽한 영상물을 공개하는 화면상에서는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접혀진 공간 말이다.

 

그러나 오민 작가는 바로 잘려 나간 그 부분을 공개해 흘러가는 시간에서 포착할 수 없었던 연속된 정보를 뚜렷이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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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 포스트텍스처(Post-Texture), 2022, Lecture,

single channel monitor, stereo audio, 52 min 15 sec

 

 

동시에, 그는 연속된 정보의 덩어리를 '포스트 텍스처'(Post-Texture)라 개념 짓는다. 본 개념은 강연 형식으로 제작된 오민의 또 다른 작품 <포스트텍스처(Post-Texture)>에서 소개된다.

 

올해의 새로운 연구주제이자 동시대적인 감각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한 오민 작가의 고민이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된 것이다. 21세기 동시대 음악에서 동시다발적인 덩어리감을 느낀 작가의 경험이 작품세계로 이어져, 추상에 가까운 현상을 물성으로 뒤바꾼 신선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오민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음악적인 지식을 토대로, 세상의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수행이 가능해진다.

 

 

 

동시대 예술을 예민한 감각으로 살피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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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은 두 개의 독립적인 프로젝트로 이루어져 있지만, '동시대 예술'의 큰 흐름으로 볼 때 권오상&최하늘 작가와 오민 작가의 작업은 맥을 같이 한다.

 

예민하고 민첩한 감각으로 조각과 음악, 퍼포먼스를 동시대의 맥락에서 조명하는 세 작가의 연구를 만나볼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총 35일간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월요일과 추석 당일 휴관한다. 매주 수·토·일요일 오후 3시에는 현장 신청을 통해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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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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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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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섭
    • 에디터 님과 같이 다녀온 것처럼 생생한 후기 너무 좋았어요❤️ 고생많으셨구 남은 리뷰도 힘내서 쓰세요!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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