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뜨거운 현대음악의 무대, 청각 롤러코스터에 탑승하다 - 앙상블 블랭크의 '8월의 크리스마스'

세계와 한국을 잇는 앙상블블랭크의 야심찬 프로젝트
글 입력 2022.08.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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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공연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새롭게 살아있는 작품들"

 

22년 8월 18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앙상블블랭크의 '8월의 크리스마스 - 작곡가는 살아있다' 연주회가 열렸다. 그 곳에서 만난 '현대음악'은, 공연장에서 생전 처음 듣는 장르였다. 지금껏 클래식 공연이라 하면 베토벤과 모차르트같은 역사 속의 유명 인물들의 곡을 떠올렸으나 이번 공연은 완전히 달랐다. 마치 이곳이 예술의 전당인지, 영화관인지, 박물관인지 감각계가 휘청거릴 정도로 새로웠다. 뜨거운 여름의 더위를 차가운 선율로 한번에 날리는 충격이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의미는 '선물'의 뜻도 있지만, '여름의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으로 치환하면 이번 공연은 한 여름에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차가움의 감각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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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블랭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작곡가들이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포했다. 즉 클래식음악은 역사의 것,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ing)'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35세 미만의 젊은 작곡가들을 대상으로 작곡 공모를 실시하여, 무대에서 세계 초연되었다. 실제로 한 곡이 끝난 후 박수갈채가 터져 나올 때, 그 곡의 작곡가들이 무대 위로 인사를 하러 올라왔다. '작곡가는 살아있다'는 문장을 주저리주저리 길게 표현할 필요도 없이, 그저 무대에서 살아숨쉬는 모습으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앙상블블랭크는 '8월의 크리스마스'를 통해 살아있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공모하고 연주함으로써 세계적 음악의 추세를 반영하고 젊은 작곡가들의 활동 기회를 확대했다. 국내 작곡가뿐만 아니라 세계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 공연에 소개함으로써 생생히 살아있는 현대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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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점은 '자유로움'이었다. 기존 클래식 공연을 떠올려보면 연주자들은 대부분은 블랙 또는 화이트 계열의 정장을 입는다. 하지만 앙상블블랭크의 젊은 연주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의상을 입고 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 더 자유로운 모습과 복장에서 편안함을 느꼈달까. 관객과 연주자의 심리적 거리가 시작부터 좁혀진듯 했다.

 

조명 또한 자유로웠다. 어떤 곡에서는 거의 암전과 다를 바없이 매우 어둡게 공연장의 빛을 감추었다가, 또 다른 곡에서는 아주 밝고 화창하게 조명 빛을 뿜어냈다. 물론 곡의 분위기와 색깔에 따라 조명도 연출된 것이지만 평소에는 자주 볼 수 없었던 조명의 '비일관성'이 굉장히 신선했다.

 

공연에서 연출한 다양한 자유로움의 형태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음악은 예측할 수 없고 불확실한 우리네의 삶을 고스란히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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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윤은혜(b.1991) : Moondust(2021) 

*한국초연

 

샬바토레 샤리노(b.1947) : Spazio Inverso for Ensemble(1985) 


베른하드 간더(b.1969) : Soaring Souls(2020)

 

이성현(b.1995) : "Aether" for Ensemble(2022) 

*2022 앙상블블랭크 위촉작, 세계초연

 

유상민 Aleph(x) : uber das Unendliche 

*2021 앙상블블랭크 작곡공모 당선, 세계초연 

 

 

솔직히 말하자면 현대음악 문외한으로서 이번 공연의 곡들은 굉장히 어려웠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사람도, 공부한 사람으로 아니거니와 그저 16살이 된 중학생 동생을 데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 곡, 한 곡마다 당췌 예측할 수 없는 선율과 리듬이 나올 때면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악기를 긁기도, 튕기기도 하면서 일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연주법들을 마주하면 이 장소가 예술의 전당이 아니라 영화관인가 싶었다. 기대하고 예상했던 그런 클래식 공연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TV를 틀어 볼 수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 그런 정형화된 연주가 전혀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공포 영화에서 귀신이 등장할 법할 그런 긴장감이었다. 두 머리를 맞대고 미친듯이 싸우는 물소들의 싸움을 보는 묵직함이었다.

 

 

'무한'이라는 관념 내에서 알레프 수(x)의 '농도'와 '크기'라는 성질을 운영하여 서로 다른 위계를 지닌 음악적 파형들을 고찰하고 표현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충격으로부터 파생된 공명은 곡 전반으로 퍼지면서 서로 다른 농도와 크기의 "무한"의 파형들을 만들어낸다.

 

- 유상민(b.2000) Aleph(x) : uber das Unendliche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된 작곡가 유상민의 'uber das Unendliche'의 프로그램 노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단 "무한이라는 관념 내에서 알레프 수(x)의 '농도'와 '크기'라는 성질을 운영하여"라는 멘트에서도 볼 수 있듯, 이 개념은 일반인들이 범용적으로 쉽게 생각하고 떠올리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개념을 현장의 공연에서 음악으로 구현했다고 상상해보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당장은 어떤 결의 음악인지 상상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 앉아있는 관객으로서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작과 끝의 전개와 결말을 도통 예상하기 힘든 곡이었다. 그저 나의 청각을 연주자들에게 온전히 맡겼다. 마치 '청각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롤러코스터를 처음 타면 탑승자는 그저 몸을 맡기고 공기의 파장과 흐름, 몸이 흔들리는 감각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공감각적 심상이었다. 현대음악이 주는 묘한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공감각이란 무관한 두 개 이상의 감각을 하나의 이미지로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대음악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한 편의 디지털 아트 영상을 보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충격으로 파생된 공명, 서로 다른 크기의 파형들이 시각화되어 눈 앞에 그려지기도 했다.

 

앙상블블랭크가 보여준 <8월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통해 보다 넓은 음악의 스펙트럼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버리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작곡가는 살아있고, 클래식 음악은 지금도 새롭게 탄생된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미지의 현대음악 세계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기대되는 나날이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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