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를 위해 문을 열어 놓을게 [영화]

글 입력 2022.08.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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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당신에게 한 가지 당부할 점이 있다. 이 글은 영상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선명한 마음으로 작품을 보길 원한다면, 잠시 5분의 시간을 할애해 아래 영상을 먼저 본 뒤 이 글을 읽어주길 바란다.

 

 

 

 

 

소미의 시선을 따라가면



“난 독립하고 제일 먼저 비스포크를 샀다.”

 

작업 물품을 가득 실은 채 어디론가 향하는 빨간 차의 트렁크에 소미(김향기)가 누워있다. 비스포크를 샀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 듯 가장 큰 존재감을 자랑하는 건 붉은 작업복을 입은 소미와 나란히 누워있는 노란 냉장고이다. 빨강과 노랑의 대비는 언제나 성공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흘러나오는 장범준의 목소리에 박자를 타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다 갑자기 나의 고개도, 빨간 차도, 장범준의 노랫소리도 (덤으로 벌떡 일어나는 비스포크 냉장고도) 뚝 멈추는 순간이 온다. 거대한 벽도 까마득한 낭떠러지도 아닌 아주 작은 무언가가 등장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가리비이다.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에도 애처롭게 물을 뱉어내며 길 한가운데 놓여 있는 새끼 가리비는 우리 모두를 멈추게 만들었다.

 

1. 첫 번째 미소 포인트였다. 다른 것도 아닌 새끼 가리비라니.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는 편인 나는 저 큰 차가 그대로 지나갔다면 새끼 가리비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졌을 텐데... 작은 생명을 위해 급제동을 밟다니 멋진 장면이다 등을 떠올리고 있었다. 소미와 가리비의 첫 만남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경우의 수 중 거친 땅 한가운데에서 만난다는 건 제법 새롭게 다가왔다.

 

새끼 가리비를 바다로 보내주러 간 소미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만다. 해양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는 도무지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영역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소미의 뒷모습을 보며 훗날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 인간들을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 하지만 실패한, 우주비행사의 암담함을 떠올렸다.

 

간혹 바다 혹은 강을 보러 가면 점점이 물 위에 앉아 있는 수많은 새들을 목격하게 된다. 영상 속에서 바다를 가득 채운 쓰레기들은 평화로운 새들의 모습과 흡사하지만 확연히 다른 존재로서 수면 위를 부유하고 있다.

 

“집에 가자”

 

소미는 단호한 한마디와 함께 가리비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울렁이는 마음



비스포크 냉장고의 시원한 냉기를 맞으며 무럭무럭 자라나는 가리비와 바다가 변기냐며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소미. 이 둘의 동거 생활은 사실상 냉장고에 들어 갈 수 없는 거대한 크기가 된 가리비를 먹여 살리기 위한 소미의 고군분투에 더 가깝다.

 

2. 두 번째 미소 포인트였다. 끝도 없이 먹어대는 가리비 때문에 양문형 비스포크 냉장고를 하나 더 들이는 소미를 보며 ‘맞아 이거 광고 영상이었지?’를 읊조리게 되었다. 반찬투정을 하는 가리비는 맛없는 미역은 뱉어내지만 달콤한 디저트는 열심히 먹어 치웠고 심지어 소미의 케이크마저 뺏어 먹는다. 동거인으로서 꿋꿋하게 한자리를 차지한 채 미워할 수 없는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니 가벼운 웃음이 났다.

 

가리비가 소식하게 해달라며 기도를 하는 소미는 내심 가리비가 바다로 돌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가리비를 위해 냉장고 색깔도 새틴 마린 즉 바다 색상으로 바꿔주는 걸 보면 소미는 친절한 동거인이다. 결과적으로 가리비는 바뀐 냉장고 색상을 보고 바다로 떠나고 싶어 하는데, 소미의 선의가 (아니 노린 걸까? 나는 선의라고 믿겠다) 가리비를 바다로 돌아가고 싶게끔 만든 것이다.

 

제29회 국제 해양 플라스틱 수거 대회와 별만남(해양 쓰레기 수거단)의 거침없는 활동을 통해 바다는 빠르게 깨끗해졌고 둘의 이별은 가까워진다. 바다를 머금은 듯한 냉장고를 바라보며 떠날 날을 준비하는 가리비와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소미의 표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별을 직감하는 것은 언제나 울렁거리는 마음이 뒤따라오기에, 냉장고의 푸른 물결이 꼭 소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안녕이라 그 말은 하지 마세요



“네가 더 커져서 내가 못 알아보면 어떡하냐... 미역 같은 거 잘 먹고. 그래야 껍질이 단단해져.”

 

가리비를 떠나보내는 소미는 마지막까지 가리비 걱정뿐이다. 소미의 한 손에 들어오던 새끼 가리비는 어느새 소미가 양 팔을 뻗어 안아도 잡히지 않을 만큼 자랐다. 이 이별의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비스포크 냉장고와 함께 둘의 첫 만남 때와 마찬가지로 장범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 인사를 보내고 먼바다를 향해 떠나는 가리비는 더 이상 길가에서 애처롭게 물을 뱉어내던 연약한 존재가 아니다.

 

기차역에서 헤어지는 연인처럼 달려 나가는 소미와 점점 커지는 장범준의 노랫소리는 애달프지만,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정하게 멀어지는 기차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사라지는 가리비는 정말 한 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했다.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만끽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장면이었다.

 

3. 세 번째 미소 포인트였다. 이옥섭 감독님은 씨네 21 인터뷰에서 소미와 가리비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가리비와 소미의 관계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반려견과 인간 간의 관계 같은 것. 과거에는 버리면 안 된다는 것,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면 지금은 언젠가 떠날 것을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가리비가 떠나겠다고 말하는 장면에 담겨 있다.”

 

 

*

 

소미가 별만남(해양 쓰레기 수거단)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환경운동가 부부로 활동하던 중 가족들과 함께 찾아온 가리비의 모습은 이 영상의 마지막 엔딩을 장식하기에 적합했다. 영상 속에서 등장하는 제29회 국제 해양 플라스틱 수거 대회와 별만남(해양 쓰레기 수거단)은 허구의 대회와 단체이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대회와 단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꼭 단체가 아니어도 개인이 쓰줍(쓰레기 줍기)을 하는 모습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이 호기심으로라도 해양 오염에 대한 검색을 하고 현재 우리가 처한 환경의 심각성을 살핀다면, 해양정화활동을 펼치는 소미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 보람이 있을 것이다.

 

삶의 굵직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하는 소미의 앞엔 항상 가리비와 냉장고가 함께한다. 독립을 하게 된 순간, 사랑하는 무언가와 이별하는 순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순간 등 수없이 다양한 변주로 이뤄진 소미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삶과 비스포크의 공통점은 수없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

 

 

이 영상의 마지막 메시지이다. 이 작품의 본질은 광고이기 때문에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의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광고 영상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기기에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다양하고 무거우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현실을 담고 있다. 이 글을 혹은 영상을 본 당신은 <너를 위해 문을 열어 놓을게>를 통해 어떤 감동의 순간들을 얻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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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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