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사이트] 아주 개인적인, 아트인사이트 나들이

글 입력 2022.08.1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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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면서 유용한 분석의 틀로 우리 삶에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통계는 반드시 신뢰도와 오차범위가 있다. 즉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것은 100%의 확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가 보여주는 경향성에 대해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함의가 있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욱 하곤 한다.


서두가 이렇게 긴 이유는, 이젠 누군가에겐 지겨울 수도 있는 MBTI 이야기를 조심스럽게나마 꺼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MBTI를 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내가 MBTI를 재미있게 봤던 이유는 나의 MBTI 유형을 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ISFJ 유형에 대한 분석은 나에게 재미있게 와닿았다.

 

체계적인 것을 좋아한다거나 조용하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확실히 내 성향과 맞는 설명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모험이나 도전, 변화를 싫어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내가 그런가? 스스로 그런 편이라고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


그런데 지난 6월 어느 일요일,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께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실까 하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더니, 대표님께서는 나에게 10회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지 않느냐고 물어보셨다. 7월에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이 오랜만에 열릴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날은 마침 선약이 있었던 터라 다음을 기약하겠노라고 말씀을 드렸다. 대표님께서 못본 지 너무 오래 되었다며 다음 기회엔 보자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새삼 생각해보니 대표님을 만난 게 3년 전인지 4년 전인지 헷갈릴 정도로 오래 뵙지 못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 시점부터, 나는 스스로의 아트인사이트 활동기간 동안 오프라인 모임활동을 한 적이 있나 돌이켜보았다. 근 2년 동안에야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제한되었다 치더라도, 2014년부터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해오면서 오프라인 대규모 모임을 사실상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제야 실감이 되었다. 아, 나는 ISFJ 유형을 설명하는 그 문구 중 하나처럼, 확실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험과 도전,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MBTI 설명에 대해 납득하고 통계의 유의미함을 되새기면서, 8월 중에 열리는 11회 아트인사이트 오프라인 모임을 참석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번의 오프라인 모임 중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고 너무 나 좋을 대로만 살아왔다는 걸 자각하고 나니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온하게 나 혼자만 속해 있는 이 알의 세계를 깨고, 나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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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14일 신촌에서 10시 40분 이전까지 모이는 일정을 확인한 나는 늦지 않도록 아침부터 빠르게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쁘게 챙겨서 나오다보니 10시가 채 되기도 전에 신촌에 도착해버렸다. 이렇게 일찍 도착하면 사람들이 적을 때부터 다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시간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고 너무 빨리 와버린 스스로가 버거웠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도착했지만 바로 근처 카페로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아니, 사실은 당을 충전했다. 혈당이 충분히 돌아야 오늘의 모든 새로운 자극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시점은 10시 30분 경이었다. 그 즈음 되니 어지간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먼저 오랜만에 뵌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한참 묻고, 내가 배정된 테이블로 갔다. 오프라인 모임은 다수 인원이 모이다보니, 네 명의 좌장을 세우고 그 아래에 각각 5명의 조원들을 배치시켜 함께 대화를 나누는 형태였다. 특히 모임에 앞서 서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와 글을 써서 서로 공유했었기 때문에 모임에 오는 사람들의 글들을 미리 읽어보고 올 수 있어서 처음 보는 사이여도 대화의 물꼬를 트기가 수월했다.


좌장 중심으로 그룹담화를 하다보니 우리조의 조원분들은 모두 문과 출신이었다. 인문학도 1명, 사회과학도 2명, 예술학도 3명의 조합이었으니 분포도 아주 이상적이었다. 그렇게 학문적 배경이 달라서 그런지 기고한 글에서 느껴지는 것들도 서로 매우 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글로만 읽었을 때에 생각했던 그 사람의 느낌과 실제로 만나서 본 느낌이 또 달랐다는 점이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눈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것은 확실히 글로만 소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반언어적인 표현과 비언어적인 표현까지 합해져 교감한 조원분들은, 각자의 글에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있었다.


각자가 가진 이 생명력과 색채감을 모두가 서로에게 느끼고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표님은 지금까지 이런 모임을 열어왔던 걸까? 모두의 관심사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에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그것조차도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그런 분야를 경험해보지 않은 나에게, 그 분야를 즐기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걸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너무 많이 줄어든 요즘, 그런 궁금증이 생기는 것조차 나에게는 즐거운 반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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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 모두가 돌아가며 짧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기에 각자를 소개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소개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며 그 사람의 글을 떠올려 매치시키는 것은 또 색다른 기분이었다. 그룹담화 때에도 느꼈던 것처럼, 실제로 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글보다 더 빛나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기에, 모두에게서 활기가 느껴졌다. 그 긍정이 가득한 에너지가 덩달아 나를 고무시키는 것 같았다.

 

아마도 절대 다수가 20대일 다른 에디터분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30대인 나는 마치 인생의 열정을 이미 다 써버린 것처럼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과거의 나와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지금의 내게도 의지와 열정은 언제든 불사를 수 있는 것인데 왜 나는 자꾸 가만히 현실에 안주하고 있으려고 했을까.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일로 너무 지쳐서 매일같이 쉬기 바빴기 때문에 내 사고력과 문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내 머리가 굳은 큰 이유는 공부를 통해 무언가를 머릿속에 새로이 집어넣고자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렇게 새로운 사람과 환경을 통한 외부 자극을 느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말이다.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삶을 헤쳐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삶을 내가 살았을 뿐이라는 걸 절감하게 되었다. 너무나 뼈아프게도 말이다.


*


그런 문제의식은 브이알북 정영선 대표님의 특강에서도 맞물렸다. 1시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대표님은 다양한 화두를 넘나들며 강의를 이끌어가셨는데, 그 중에서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삶과 글을 분리시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글은 순수하고 고귀한 예술이고, 삶의 현장은 천박한 것이라는 식의 오만한 생각은 결국 사람을 좁게 만든다. 회사생활 같은 건 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로지 순수하게 학문만을 추구하며 살 줄 알았던 과거의 오만이 뼈아프게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결국 모든 것은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거기에 귀천이 어디 있단 말인가.


또한 융복합의 시대이니만큼 자신에게 익숙하던 분야를 벗어나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노력을 하라는 말씀도 깊게 와닿았다. 아트인사이트 다른 에디터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낀 것은, 사람들이 다양한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제별 모임으로 담화를 나눌 때에 나는 공연 분야를 선택했다. 그런데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고 음악회에만 관심이 명확한 데에 반해 다른 사람들은 그 분야들에 대해 두루 관심이 많은 게 느껴졌다. 안주하며 살다보면 사람은 그 세계에 결국 갇히게 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지금 내가 안주하고 있는 이 알을 깨고 나가야 할 필요를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됐다.


마지막으로 정영선 대표님께서는 꾸준한 운동, 기도(명상) 그리고 고전탐독의 습관을 주문하셨다. 운동과 기도(명상)도 중요하지만, 고전을 읽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자극을 뇌에 지속적으로 줘야겠다는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짧은 단문만 읽거나 호흡이 짧은 영상들을 많이 보고, 무엇보다도 진득하게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집중하며 학습하는 습관을 잃어버린 지 오래 된 나에게는 학습의 꾸준함을 되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해놓고 여태 미뤄왔던 공부들을 돌이켜보고, 이제는 하나씩 시작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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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8시간 가량 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것은 확실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어도 정신적으로는 아주 많은 자극을 받아 활력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더군다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걸 좋아하는 편도 아닌 ISFJ에게 2022년 8월 14일에 있었던 8시간 가량의 아트인사이트 모임 정도면, 확실히 하나의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로 나올 정도의 경험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내가 기존의 익숙한 세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각할 힘이 떨어지고 지치는 순간, 나는 아주 높은 확률로 다시금 내 몸과 마음이 편한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가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영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루틴을 지키면서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기도(명상)로 심신의 평화를 찾고, 고전을 읽으며 꾸준한 지적 자극을 받으면서 새로운 분야로까지 관심을 확대하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그런 생활을 이어나가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지평에 발 디딘 채로,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들과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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