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감을 깨우는 미디어 아트, 아르떼뮤지엄 강릉 [전시]

아르떼뮤지엄 강릉이 선보이는 '영원한 자연'
글 입력 2022.08.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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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깨우는 미디어 아트


 

이번 여름, 강릉 경포호에 있다가 근처에 아르떼 뮤지엄 전시관이 있다는 걸 우연히 접하고 방문하였다. 멀리서 보면 창도 없어 보이는 것이 꼭 커다란 박스 같은 공간이었다. 뜨거운 대낮에도 꾸준히 몰려드는 인파는 거대한 상자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아르떼 뮤지엄(ARTE MUSEUM)은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스(d’strict)가 선보이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그중에서도 아르떼 뮤지엄 강릉은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졌다. 1,500평의 공간인 이곳은 관동팔경의 밸리(VALLEY)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사방이 어마어마한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암실 속 전시라는 것이다.

 

평소 수많은 미디어를 접하는 편이지만 미디어 아트 전시는 처음이다. 낯선 분야의 예술임에도 이 전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쉽게 다가간다. 아마도 미디어 아트가 가진 동시대성이라는 특징 덕분인 듯하다. 시각을 넘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미디어 아트가 등장하게 되면서 우리 시대의 기술과 더불어 깊은 공감이 가능해졌다.

 

여기 아르떼 뮤지엄 강릉은 ‘영원한 자연’이라는 주제에 맞게 자연의 모습을 친근하게 풀어내면서도 시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을 건드리며 다가갈 수 없던 자연의 깊숙한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영원한 자연 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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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fall

 

 

입장하는 순간 서늘한 바람과 물 특유의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꼈다. 오감을 건드린다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섹션이다.

 

무엇보다 8m 높이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가 감각을 압도한다. 마치 폭포 바로 아래 있는 듯한 느낌. 아니 물결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이 더 어울리는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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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ch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 아래로 파도가 다가왔다 도망치는 해변을 재현한 공간이다. 노을과 어스름까지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구름의 색채가 바다에도 묻어 있다.

 

파도와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과 벽에 기대 같은 파도를 맞으며 사진을 찍는 관객들은 나른한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잔잔한 파도 소리와 흘러가는 구름, 이 공간이 주는 감각과 교류하는 관객 또한 해변이라는 작품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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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가장 강릉을 잘 보여주는 공간. 태백산맥을 따라 밝아오는 새벽의 빛을 360도로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을 거닐며 강릉의 자연적 역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방향과 속도로 풍경을 음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 산맥을 다 채울 수 있겠다는 착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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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 forest

 

 

땅의 정령 ‘사슴’과의 직접 교감할 수 있는 ‘SPIRIT FOREST’은 강릉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디스트릭트의 크립토 아트 프로젝트인 ARTE META와 NFT 아티스트 듀오인 해카타오(HACKATAO)가 협업한 작품이다. 사슴을 쓰다듬으면 손길을 따라 다른 색의 꽃들이 피어난다. 물론 가짜라는 걸 알지만 이 교감에서 피어나는 연결된 감각은 진짜다.

 


 

가짜가 주는 진짜


 

영상, 기계 조작으로 인한 바람, 향기, 온도로 이루어진 예술은 과연 가짜일까? 시각에 머물던 예술작품의 표현이 더욱 광범위해지면서 떠오른 물음표다. 앞으로 미디어 아트의 미래는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미디어 아트의 ‘재현’이 더 이상 현실을 다시 보여주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성, 상호 소통성, 몰입의 방식, 서사성. 미디어 아트를 감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요소이다. 대중문화와 흔히 일컫는 럭셔리 문화의 갭은 줄어들고 여러 매체들 간 경계는 허물어진다. 세밀하게 직조된 삼차원의 세계(서사)와 그곳으로 끌어들여진 관객들은 작품을 풍부하게 만든다.

 

아르떼 뮤지엄이 여러 공간에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이고 이에 관객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면 그 상호 소통으로 예술적 체험은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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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디어 아트는 끊임없이 생장한다. 마치 영원한 자연처럼 죽고 살아나고(꺼졌다 켜지고), 계속해 움직인다. 그 과정에 대한 우리의 관찰은 앞으로 비디오, 이미지 아트가 만들어나갈 새로운 지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미디어 아트는 지역과 개인들의 응집을 가능하게 한다. 아르떼 뮤지엄은 강릉뿐만 아니라 여수와 제주에서도 지역의 자연경관, 역사, 사람을 연결하고자 한다. 나아가 해외에서도 이 연결의 고리를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봐온 형태의 작품들은 그 물질성을 탈피해 어디로 갈지 궁금하다. 무형과 무제한성을 가진 미디어 아트에서 우리의 생각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암실 속 피어나는 다채로운 색의 꽃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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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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