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물찾기를 해봐요. [공간]

글 입력 2022.07.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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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일을 맞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는 이틀 동안 카라반에서 머물렀다. 구조가 특이하고, 조용하며 호수와 산 그리고 야경이 예쁜 곳이었다.

 

사진으로 미리 봤는데도,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보통의 카라반과 좀 다른 구조를 보고 놀랐다.

 

카라반 앞에는 테라스뿐만 아니라 미니 수영장과 스파도 있었다. 바비큐파티를 할 수 있는 테라스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빔스크린도 있었다. 천막과 모기장이 테라스를 둘러싸여 있는 구조였고, 수영장과 스파는 프라이빗하게 꾸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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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구조에 감탄하고, 안내받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카라반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세련되면서 아늑했다. 카라반보다 호텔과 더 어울릴 것 같은 인테리어였고, 방과 화장실이 넓은 편이었다. 창문 앞에 있는 바 테이블은 밖을 보면서 디저트와 함께 남은 대화를 하기에 좋아 보였다.

 

에어컨을 가동한 후 더위를 식히며 카라반 내부를 좀 더 둘러보다가 곳곳에 남아있는 주인의 배려와 직원의 정성을 발견했다. 테이블 매트를 직접 오린 듯한 코스터, 예쁜 조명, 잘 개어놓은 2개의 담요, 정갈하게 놓여있는 어메니티에서 배려와 정성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카라반 내부의 인테리어를 쭉 둘러봤다.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주인의 센스가 보였다.


테라스, 수영장, 스파도 다시 둘러봤다. 파티션과 천막, 모기장을 설치한 것을 보면서 주변의 시선과 벌레에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는 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수영장 주변이 산이라 준비해둔 벌레 건지기용 뜰채, 미니 수영장이지만 빠지지 않는 선베드, 영화를 볼 수 있는 빔스크린, 주인이 직접 영화를 담아놓은 USB까지 곳곳에서 주인의 배려가 느껴졌다.

 

생일 기념으로 떠난 여행인데다 건강을 회복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랬을까. 왠지 위로 받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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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는 주인의 애정이 느껴졌다. 포토존인 LOVE 조명 앞에 꽃이 놓여있는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가 있었는데, 마주 본 의자가 다정해 보였다. 그곳은 낮보다 밤이 더 예뻤다. LOVE 조명뿐만 아니라 길따라 달아놓은 전구 그리고 나무에 설치한 조명이 켜지면 캠핑장이 환하게 빛났다.

 

식사 후, 밤 산책을 할 때마다 길 따라 빛을 내는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나무들이 안내해준 길을 걷다 보면 혼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한 그루의 나무에 시선이 머물곤 했다. 그 나무는 매우 커서 멀리서 보고 있기만 해도 웅장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가기 힘든 곳에 있는 나무라 조명이 설치된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신 걸까. 위험하진 않았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보통 애정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대한 주인의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주인의 배려와 정성, 센스, 애정이 곳곳에 묻어난 것을 보고 느끼니 잠시 머물다 갈 곳이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특별해진 공간에서 지내며 그동안 잠시 머물다 간 곳들이 떠올랐다. 호텔, 펜션, 글램핑, 카라반까지 그곳만의 컨셉이 있었고, 곳곳에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이 녹아 있었다. 호텔은 대부분 그 기업만의 테마, 서비스가 돋보였고, 펜션이나 글램핑, 카라반은 곳곳에 주인의 마음이 묻어나 있었다. 기억을 꺼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펜션, 글램핑, 카라반은 최근에 묵었던 곳처럼 주인의 마음이 깃든 것들을 보고, 만지고, 이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따스함을 느꼈던 순간들이 많았다는 거다.


가평의 한 글램핑은 숙박객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 감성이 돋보였던 곳이었다. 글램핑의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다른 글램핑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벤트가 있었다. 산을 보면서 바비큐파티를 하는 구조였는데, 어두워지자 산 위에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보였다. 산을 무대로 삼아 춤을 추는 불빛을 감탄하며 감상했었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줄 모르고 간 거라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우리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가끔 그때 그 이벤트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만큼 주인이 선사한 자연이 무대인 쇼는 그만큼 우리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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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한 펜션은 감성 펜션으로 유명한 곳이다. 예약 경쟁률이 높은 곳인데 다행히 운 좋게 내 생일에 맞춰 예약할 수 있었다. 인스타 감성과 잘 어울리는 곳이라 사진을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뻤다. 공간이 넓고, 루프탑, 곡면정원(테라스), 침실, 드레스룸, 거실, 작업실 및 서재, 세탁실, 주방,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구조부터 인테리어, 분위기, 구비해놓은 모든 게 펜션보다는 가정집에 가까웠다.

 

식탁과 주방의 수납장, 갖춰진 식기들은 신혼집 주방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소꿉놀이하는 기분이 들었다. 토스트기와 캡슐커피머신도 있어서 간단하게 구운 빵과 커피를 즐긴 후, 체크아웃을 할 수 있었다. TV는 호텔처럼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TV보다는 소파에 앉아 곡면 정원을 감상하는 게 더 좋았다. 메인 소파가 TV가 아닌 곡면정원을 향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우리가 주인의 의도에 잘 따라간 듯하다.


침실에 액자 같은 큰 창이 있었는데, 창에 가득한 나무를 보고 있으면 힐링이 됐다. 다녀간 사람들 후기를 보면 포토존으로 유명한 공간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계절에 따라 변하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여름에 가서 푸르른 잎들이 가득한 창을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단풍이나 눈 내리는 배경에 나뭇가지를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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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과 거실 사이에는 서재가 있었다. 위에 조그만 창문이 있고, 포근한 러그,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이곳은 오픈한 채로 사용할 수 있고, 슬라이딩도어로 분리할 수도 있었다. 문을 닫으면 오롯이 나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책상 위에는 여러 책과 작가의 노트가 놓여있었다. 작가의 노트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 함께 온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 그림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작업실을 주인은 작가의 서재라고 표현했다. 이것 때문이었을까. 글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내 공간 같았고, 나와 참 잘 맞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서재라고 불러도 될 곳을 작가의 서재라고 표현한 것과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 것들을 살펴보니 주인이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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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스피커 옆에는 에릭 로메르의 사계절 이야기 각본집이 있었다. 펜션에 각본집이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서 각본집을 보자마자 반가워 호들갑을 떨었다. 곳곳에 주인의 필체가 담긴 메모가 있었는데, 그 메모에는 따스한 글귀가 있었다. 각본, 산문집 위주의 책 구성, 메모 속 글귀, 작가의 방 모두 문학의 색을 띠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펜션의 컨셉이 작가의 작업실이었다. 그래서 작가 등 예술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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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펜션의 또 다른 컨셉이 있었는데, 그것은 ‘느린(여유로운) 대화’였다. 그래서 펜션 소개글에 대화를 방해하는 것들에서 멀어지고, 함께 온 이와의 대화와 가까워지라는 주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편안해지는 향을 내뿜는 핸드워시와 욕실 어메니티, 음질이 좋은 블루투스 스피커, 귀여운 조명, 메모에 담긴 글귀로 진솔한 대화의 장을 만들어줬다. 그 덕에 우리는 대화의 추억을 만들었다.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나누는 대화는 평소와 달랐다. 좀 더 깊었고, 따스했으며 솔직했다.


펜션 매뉴얼과 소개 글, 현관문, 곡선의 계단과 정원, 거실과 침실, 작가의 방, 루프탑 그리고 어메니티와 소품들까지 세심함과 깊음이 묻어났다. 집이 거주하는 사람을 닮은 것처럼 그 펜션이 주인을 닮았으리라는 예상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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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어느 카라반은 앞서 적은 카라반처럼 색다른 매력은 없었지만, 바다를 염두하고 꾸민 것 같은 카라반이었다. 카라반 내부가 앞의 카라반보다 더 컸는데 온통 편백으로 꾸며져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편백 향이 온몸을 감쌌다. 편백 향과 바다 냄새를 함께 맡을 수 있는 그곳은 자연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곳이었다.

 

푸른빛의 조명은 바다를 닮았고, 바다와 갈매기, 돛단배가 있는 카라반 외부의 그림은 이름처럼 바다 풍경을 닮았다.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서 파도 소리와 바다 냄새를 즐기며 바비큐파티를 했다. 식사 후의 바닷가를 거닐던 순간은 특별한 산책 추억으로 남았다. 바닥에 깔린 자갈을 밟을 때는 거제도의 몽돌해수욕장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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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 자갈, 모든 카라반과 글램핑이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모습, 조명과 카라반 외부 그림은 바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복잡한 일상에서 힐링하러 방문한 숙박객들을 위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자 한 주인의 마음이 느껴졌다.

 

*


최근에 묵은 카라반에서의 뜻밖의 발견은 잠시 머물다 갈 곳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그동안 다녀갔던 곳들까지 특별한 공간의 추억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수면과 휴식을 취한 곳 말고도 카페, 음식점 등도 찬찬히 둘러보면 주인의 마음과 손길이 닿은 곳들이 많다. 보물찾기하듯 찾아본다면, 특별한 공간으로 다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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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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