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야기는 전략 설계와도 같아요." 브이알북 정영선 스토리텔링 마케터를 만나다

글 입력 2022.08.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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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마 살아가기 위해 '이야기'하는 존재라는 점일 것이다.

 

고대부터 나라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건국신화가 존재했듯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중에 하나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야기와 함께하며 그것을 통해 사회를 이해한다. 조지프 캠벨은 우리가 ‘이야기하기’를 멈추지 않는 것은 세계와 관계를 이루기 위해, 우리 삶을 현실과 조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우리는 저도 모르는 사이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서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역사를 만들어나간다. 그렇게 이야기는 부지불식간에 우리 삶에 익숙하게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비 사회를 이끌어오기도 하며, 삶에 방향성을 제시해왔다.

 

브이알북 정영선 대표는 그러한 이야기의 힘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브랜드를 알리는 스토리텔링 마케터다. 다큐멘터리 작가, 드라마 작가,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문 기업 '브랜드스토리'의 기획이사를 거쳐 현재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 '브이알북'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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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브이알북 정영선 대표

(이하 모든 사진 동일)


 

“행진할 때 맨 앞줄에 서 있는 사람과 맨 뒷줄에 서 있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힘들 것 같으세요? 뒷줄에 서 있는 사람이 제일 힘들어요. 대문 사업을 한 개척자에게는 롤 모델이 없어 고난을 많이 겪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금 어떻게 가고 있는지 프로세스와 목적지가 다 보여요. 그런데 맨 뒤에 오는 사람은 그저 쫓아가기 바쁜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나중에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를 수도 있죠.


앞에 가는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모두가 나를 믿고 따라오는데 길이 잘못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뒤에 오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따라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려서 본래 자신의 목적을 잊어버리게 될 수가 있어요.”

 

 

다큐멘터리 작가, 드라마 작가를 거쳐 스토리텔링 마케터이자 현재는 융복합 콘텐츠를 제작하며 ‘브이알북’의 대표직을 맡고 계세요. 지금이 N잡러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 중 하나라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성취는 없었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제는 한 가지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시대는 조금 지났잖아요. 처음부터 여러 가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좋지 못하다면 못한 버릇 중에 하나인데, 기본적으로 일을 대할 때 생계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했고,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는 성격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다큐멘터리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작가가 되고 싶었죠. 하지만 공모전조차 열리지 않으니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마침 방송국에서 작가 경험은 없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을 찾고 있었고, 우연히 좋은 기회로 첫 단추를 꿰게 되었어요.

 

이후에는 드라마 작가에 도전했어요. 캐릭터와 서사구조를 잘 만든다며 오래전부터 ‘드라마에 잘 맞는다’는 평가를 들어왔거든요. 방송작가협회 산하 방송작가 연수원에서 드라마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행운이 따라 주었어요. 2002년 kbs 단막극 공모전을 통해 드라마 인턴 작가로 뽑힌 거예요. 인턴 작가가 되어 6개월이나 1년 정도 계약을 해서 매달 작품을 하나씩 냈었는데, 애석하게도 당시 제가 쓴 드라마는 방송까지 가지 못했어요. 예산이나 규모 같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역사물이나 범죄물처럼 사이즈가 큰 이야기를 썼던 것이 문제였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몇 달 있다가 제가 쓴 것을 어떻게 보셨는지 MBC 쪽 제작사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남자의 이야기를 쓰는 여자 작가가 필요했다면서… 그렇게 미니시리즈를 시작하게 됐어요.

 

드라마 작가로 일하시며 콘텐츠의 상업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다고요.

 

네, 저는 방송 PPL을 이야기에 녹여냄으로써 기업 매출을 올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변에서도 기획자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제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는 의미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스토리텔링 마케팅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문 기업 '브랜드 스토리'라는 회사를 그렇게 운영하게 됐죠. Brand is story라는 뜻이에요. 지금은 브랜드 스토리라는 정식 명칭이 있어서 회사명으로 등록할 수 없는데, 그 말이 없을 때부터 회사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드라마 작가가 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또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셨어요. 계속해서 다른 일에 도전하게 되는 추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당시에도 다들 고시 패스만큼 어려운 드라마 작가가 되었는데 그만두지 말라며 말렸어요. 그런데 저는 타인의 시선보다는 저의 선택이 중요한 사람이에요. 얼마 전에 주례를 섰는데 그때 한 말이 있어요. 일과 배우자는 신발과도 같아요. 먼 길을 가려면 남들이 보기에 예쁜 신발이 아니라 내 발에 맞고 나에게 편한 신발을 신어야 하잖아요. 신발을 신는 목적은 자랑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서니까요. 물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가는 삶도 존중해요. 그렇지만 스스로가 도무지 그렇게 살 수 없다면 남들이 보기에 아무리 예쁜 명품 구두라고 해도, 일단은 벗어야죠. 고무신이라도 신고 가야 해요.

 

스토리텔링 마케터로 활동하신 이력이 대단하세요. 종로구 윤동주 문학관, 서울시 한강 매력 명소 스토리텔링 사업,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 시장 살리기 사업 일원인 문전성시 프로젝트, 삼성래미안 아파트의 스토리텔링과 브랜딩 전략,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까지도 모두 성공적으로 이끄셨죠. 수원 팔달문 재래시장은 매출이 30% 증가했다고 알고 있어요.

 

예전에는 낡은 건물이 있을 때 그것을 부수는 쪽이었다면 요즘에는 다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를 재고해 보는 쪽으로 정부 정책 방향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지역 활성화 사업도 하드웨어 위주였다면 요즘은 지역 내의 소프트웨어를 찾아내서 지역민을 중심에 두는 추세로 변화했고요. 그런 순간에 뿌듯함을 느끼죠.

 

도시 재생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해당 지역 이야기를 발굴해 내야 해요. 그렇게 얻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드라마 ‘이산’의 방영 이후 팔달문 재래시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정조가 시장을 만든 것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오디오 CD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정부에서는 오디오 CD를 보고 왜 QR코드를 이용하지 않았냐고 의문을 표했지만, 지방에서는 너무 앞선 기술을 적용하면 따라가지 못하므로 적정한 기술을 적용해야 했어요.

 

***

 

정 대표님은 배곧신도시의 39개 해안초소를 리모델링하는 도시재생 사업을 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지역 주민들이 해안초소를 없애달라고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전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치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그는 배움을 얻는 곳이라는 뜻의 '배곧'의 아이디어를 얻어 해안 초소를 젊은이에게 필요한 지혜와 용기,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로 계획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차,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헬렌 켈러의 미로,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등을 만들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위인들의 이야기에 대해 올바른 전달을 시도하기도 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판옥선 테마에서 거북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판옥선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한 것이 인상 깊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판옥선처럼 평범한 사람들이고, 실제 전장에서 싸움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 역시 판옥선에 탔었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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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님은 이야기의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야기의 힘은 설명이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야기가 공간에 착 달라붙게 만드는 것이죠. 굉장히 전략적인 분야예요. 그래서 저는 공간 및 도시 재생 사업에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보다는 '전략 설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선호해요.

 

 

 

 

일례로 윤동주 문학관이 아주 감성적인 콘텐츠라고 알고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원래 그 사업의 진짜 목적은 근처에 있는 상권을 살리는 거였어요. 윤동주 문학관이 있던 원래 자리는 펌프질을 통해 물을 끌어올리는 청운 수도 가압장이 있던 곳이었는데, 물 공급을 하던 청운 아파트가 철거되면서 쓸모없는 장소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렇지만 당시 종로구는 이것을 없앨 자금이 부족했고, 그대로 방치했더니 지역 분위기가 침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던 당시 예술가들은 이 장소를 윤동주의 등굣길이라 불렀는데, 윤동주 시인의 유족들은 시인과 관련이 없는 장소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그래서 수도 가압장이 있던 곳이라는 특성을 살려 ‘영혼의 가압장’으로 브랜딩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맑고 깨끗한 영혼이 소환되잖아요. 그런 영혼을 길어내는 가압장과도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 윤동주 문학관은 매력 명소가 되어 사람들을 불러들였고,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의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근처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의 브랜딩은 스토리라고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잖아요. 전략 설계인데, 그 안에 이야기가 있을 뿐이에요. 그것이 작가와의 차이죠.

 

따뜻한 심장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일이네요. 그렇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필요한 이야기들도 때마다 달라지니까요. 혹시 이러한 트렌디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시는 노력들이 있을까요?

 

다행히도 그것들이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일들이에요. 저는 뭔가를 읽거나 보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젊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기도 하고요. (웃음) 유튜브도 요즘 친구들이 하는 것들을 보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더라고요. 저는 늘 타깃이 청년층과 어린이들로 맞춰져 있어요. 세상이 바뀌기 위해서는 그들이 정신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흡수하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콘텐츠를 만들게 되신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정서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애니메이션은 드라마와 달리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다고 생각해요. 당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문화 콘텐츠들로 흠뻑 젖어 있을 때였었는데, 그때 얻은 정서의 힘이 지금까지의 제 삶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2015년에 VR에 눈을 뜨게 되었어요. 왜, 어렸을 적에 동화책을 읽다 보면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나요?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다가 3d VR 명작 동화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거예요.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 가치 평가 제도를 시행했을 때 당시 vr은 실사 영상 이 항목 하나뿐이었고, 애니메이션은 극장용과 tv용뿐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들고 간 것은 3d vr 애니메이션이라 카테고리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었죠.

 

그때는 다들 안될 것이라고 했어요. 그들이 내세우는 첫 번째 이유는 어지러움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HMD를 착용하기 싫다는 단순한 이유였어요. 그러나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어지러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만든 콘텐츠를 해외 전시회에 가지고 나갔죠. 그리고 좋은 반응을 얻게 되었어요. 다들 복잡한 장비와 어지러운 VR에 지쳐 있었는데 저희는 책과 HMD만 있으면 되고, 연출을 통해 어지러움을 최소화해서 경쟁력이 있었던 거죠. 그렇지만 조금 빨리 시작한 면이 있어서 고생을 하기도 했어요.

 

재작년부터는 브이알북이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고요. 혹자는 그렇게 말해요. 시대에 발맞춰 조금 늦게 시작했으면 좋았겠다고요. 하지만 그것에 비할 수 없는 노하우들을 터득했고,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법을 알고 있어요. 그건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이죠.

 

현재 저는 책과 VR 애니메이션을 함께 가져가요. 아무리 디지털 영상이 있어도 동화책이 갖고 있는 물성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부모님 무릎에 앉아 읽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한 장 한 장 넘기고, 냄새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으면 찢어도 보는…. 동화책은 의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동화책과 함께 영상까지도 다운로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거예요.

 

창조적인 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못골 시장을 스토리텔링 했을 때가 생각나요. 거기는 처음에 아케이드도 없고 주차장도 없었어요. 그런데 매출이 50%가 올랐죠. 상인 분들을 취재해서 경쟁력 있는 포인트를 짚어냈고, 그 이야기를 기반으로 간판과 매대를 디자인하는 방법을 이용했어요.

 

구체적인 예시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곳의 잡곡상 사장님의 아들이 수원 시청 소속 권투 선수였어요. 저는 그분께 하루만 권투 글러브를 목에 걸고 계시라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전직 드라마 작가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물으면 답할 수 있도록 대사를 써드렸어요. 요약하자면 이렇게요. "내가 여기서 30년 동안 잡곡을 팔아서 우리 아들을 키웠어. 아들은 챔피언이 되었고 이 권투 글러브는 내 부적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콩을 사 가더라는 거예요. 콩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상점 주인과 손님들은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한 집 한 집 매출이 올랐어요.

 

이것을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되든 객체로만 대하면 피상적인 이야기만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 진심 어린 공감을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면 창조적으로 서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죠.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갖든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가 있으실까요?

 

좋은 어린이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고, 좋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정서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러려면 어린이를 위한 정신적인 이유식이 정말 중요해요. 그리고 저는 어린이 콘텐츠와 성인 콘텐츠의 구분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삶이 힘들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을 때,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게 돕고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하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어린이에게는 정신적인 이유식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소울푸드가 될 수 있는 콘텐츠요.

 

좋은 문화 콘텐츠는 단순히 콘텐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에 흡수되고 일부가 돼요. 그리고 그 사람의 삶 자체가 또다시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인드라의 그물이라는 개념이 떠올라요. 이 세상을 거대한 거미줄로 보면, 그곳에 맺힌 이슬들은 움직일 때마다 함께 뭉쳐지고 흩어지기도 할 거예요. 결국 세상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오늘 나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이야기 하나, 좋은 콘텐츠 하나는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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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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