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의 찰나를 영원하게 담아내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숑 사진전: 결정적 순간

담백하면서도 강렬한 결정적 순간
글 입력 2022.07.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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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이 <결정적 순간>의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예술의전당에서 6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거리에서 찍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로, 사진작가들의 바이블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집 <결정적 순간> 출판할 때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해 작가의 생전 인터뷰와 소장했던 라이카 카메라 등 흥미로운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삶의 찰나를 영원하게 담아내다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레츠 추기경의 회고록 문구

 

 

사진에서의 결정적 순간이란 무엇일까. 위의 문구처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결정적 순간은 모든 순간이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정제된 상황을 찍기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이 가득 담긴 찰나에 셔터를 눌렀다. 서로를 보고 활짝 웃는 모습,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자는 모습 등 빠르게 달아나는 순간의 정수를 사진 속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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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보는 순간 눈을 뗼 수 없었다. 사랑으로 가득 찬 사진에 빠져들어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서로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이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진솔하고 담백한 시선과 미학적인 구도를 결합해 누구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포착했다. 그래서인지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을 보다보면 2분 이상 가만히 응시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게 된다.

 

상대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시선에서 따뜻한 마음이 가득 느꼈다가, 그네를 타서 들뜬 마음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그게 어떤 감정이든지 강렬한 감정이입을 이끌어내 보는 이를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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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 사진을 사진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았다. 근심과 슬픔으로 가득찬 상황 속에서,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해주고 있는 감정이 느껴졌다. 이러한 감정은 서로를 교차하고 있는 하트 모양의 구도가 한층 더 강렬한 이미지로 만들어주었다.

 

담백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까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을 보며, 결정적 순간이란 앵글 그 이상을 담은 것이라고 느꼈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포함될 수도, 사회적 메시지가 포함될 수도, 어쩌면 한 사람의 찰나의 감정만이 포함될 수도 있다.

 

예리한 구도 속에서 포착한 따뜻한 모든 순간들은 피사체가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을 하는 중인지, 어떤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지 상상하게 만든다면 그건 결정적인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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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게 만드는 이미지를 담을 수 있었던 건 그의 사진을 찍는 태도 덕분이다.

 

까르티에 브레송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조심히 다가간다. 부드럽게 다가가 셔터를 누르면, 달아나는 순간들을 한 장의 이미지로 담긴다. 그렇게 그가 사진을 찍는 순간을 한 번 상상해본다.

 

 

어떻게 주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있다. 세상만사에는 다 주제가 있는 것이므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우리가 느끼는 것에 솔직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주제는 사실들을 모아 놓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흥미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진짜 사실들을 그 깊이와 함께 포착하는 것 말이다.


- ‘결정적 순간' 서문에서 발췌, 1952

 

 

세상만사에는 다 주제가 있다. 다만 아직 그 주제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에 솔직해지는 것,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것. 우리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유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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