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멋있게 늙어간다는 것은 - 서른다섯, 늙는 기분

글 입력 2022.06.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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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부터 내 꿈은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잘 나이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잘'이라는 부사가 얼마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그 '잘' 늙어갈 수 있는지 정확한 방법을 알지 못했다. 애석하게도 그런 건 어떤 교과 과정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스스로 알아가야 했다.

 

 

서른다섯, 늙는 기분 표1 띠지.jpg


 

그런 의미에서 『서른다섯, 늙는 기분』이라는 책 제목은 내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띠지에 적힌, "나에게 서른다섯은 또 다른 성장판이 열리는 중요한 시기다"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잘 나이 드는 것'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이 책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읽고나면 언젠간 만날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를 조금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른다섯, 늙는 기분』은 삼십대가 두려워지게 만들기도 했고, 또 반대로 맞설 용기를 갖게도 했다. 가끔은 읽다가 '서른다섯이 뭐. 별 거 아니잖아?' 하는 반응도 보이곤 했다. 무작정 나이 먹기를 두려워하는, 특히나 앞자리가 바뀌는 것을 무서워하던 나로서는 나름대로 소정의 성과를 이룬 셈이다.

 

책은 저자가 서른다섯을 맞이하고 나이와 관련한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 생각들을 풀어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삼십 대 중반은 이런 일을 겪고, 이런 말을 듣는다고? 정말로? 읽으면서 내 눈을 의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마치 삼십 대가 되기 전에 예방 주사를 맞는 심정으로 보게 되는데, 신기한 점은 그 예방 주사가 그렇게 아프진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프다기보다는 오히려 멋있게 늙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진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이들에게도 예방 주사가 아프지 않길 바라며, 책 속의 인상적인 부분을 공유해본다. 

 

 

무기력해도 일을 해야 하는 게 어른이다. 일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는 게 어른이다. 어른이란 별것 아니다.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기댈 그늘을 찾는 것보다 내가 더 빨리 잘되는 게 이 집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게 어른이다. 어른이란 질문이 적어지는 것이 어른이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는 어른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른은 말이지, 울어도 된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책임만 지면 된다. 그거면 된다.

 

<어른과 어린이> 중에서

 

 

청소년일 때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이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두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이었다. 교복을 졸업하면 어른으로서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어떨 때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어떨 때는 공포로 다가왔다.

 

내 모든 행동과 내 모든 말에 대가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함께 짊어지지 않는다는 것. 어리다는 이유로 가끔은 용인되던 것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것. 아이와 어른을 구분 지을 수 있는 건 수없이 많지만, 그런 것들이 가장 큰 구분선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괜찮은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는 꿈을 가진 이유도 '책임'에 있다.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어른이 싫었다. 부주의하고 무성의하게 무언가를 벌여놓고, 책임져야 할 때는 멀찍이 떨어져 서서 뒷짐만 지고 있는 사람들이 싫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지, 되뇌곤 했다. 실수하거나 잘못하더라도 인정하고 책임지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가끔은 그렇게 자랐는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인지 <어른과 어린이> 부분을 읽는 동안 조금 부끄러웠던 것도 같다. "어른은 말이지, 울어도 된다. 착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책임만 지면 된다. 그거면 된다." 어린 시절의 내가 싫어했던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괜찮은 어른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말이다.

 


내려놓으라니..... 뭘 내려놓으라는 말인가. 가져본 적도 없는데, 다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이 너무나 허무하게 들렸다.

 

세상에 이름 한번 남겨보고 싶어서, 내 책 한 권 가져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인데 이상하지. 사람은 자꾸 욕심이 생긴다. 야망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 야망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혹자가 말하길 산문은 대박 나면 서울에 집을 살 수도 있을 만큼 인세가 들어온다고 했다. 그게 지금 내가 산문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내려놓으라고? 내려놓으면 다 될 거라고? 허울 뿐인 말이다. 내려 놓을 수 있는 것은 주변에서 갖고 있는 나에 대한 기대밖에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씨발, 나는 인간이다. 인간이라 야망이 있다. 나도 인세 받아 서울에 집 사고 싶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려놓기는 뭘 내려놓나. 나는 유일한 희망인 이 티켓을 놓칠 수 없다.

 

<내려놓으라는 말이 제일 화나> 중에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려놓고, 내려놓다가 태어났을 때처럼 아무것도 없이 돌아가는 거라고. 그게 순리라고.

 

그러니까, 저자는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 생각이 거북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보다는 재미있고, 신선하고, 통쾌하게 다가왔다. 인세를 받아 서울에 집을 사고 싶어 이렇게 산문집을 쓰고 있는 거라는 부분에서는 소리 내어 웃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니 나도 이소호 시인처럼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 내려놓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사실은 단 한 순간도 없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나는 사랑도, 꿈도, 행복도, 성공도, 돈도 놓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뒤뚱뒤뚱 걷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팔을 넓게 벌려서 한아름 품에 안고 가고 싶은, 그런 욕심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이제야 알겠다. 사실은 나도 내려놓고 싶지 않다는 것을. 내려놓기 싫다는 것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점점 내려놓는다는 것이고,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말했지만, 어불성설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없이 태어나지 않았기에. 나는 애초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꼭 안고 태어났기에.

 

그래서 책의 저자처럼 나도 외쳐본다. 나는 야망이 있다. 인간이라, 야망이 있다. 그러니까 사랑도, 행복도, 돈도 내려놓지 않고 살아갈 거다.


*

 

저자는 말했다. "늙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낡고 싶지 않다. 자연스럽게, 멋지게 늙고 싶다. 서른다섯에 이런 글을 쓰지만, 마흔에도 그리고 칠순에도 후회 없이 말하고 싶다. 나는 단 하루도 어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누구나 부러워할 아주 멋진 삶을 나는 살아왔다고."

 

젊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멋있게 늙어가는 것이다. 남은 이십 대를, 앞으로의 삼십 대를, 사십 대를, 내 모든 나이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더 잘 늙어가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저자의 말처럼 단 하루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멋진 삶을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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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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