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과 삶의 보조자, 프네우마 아무르 핸드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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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업에 종사해 상처받은 손으로 고통받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란 글에서 나도 한 사람을 바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플로리스트’라는 어딘가 고상해 보이는 이름이 채 담지 못하는 식물을 다루는 손을 가진 사람을. 한없이 예쁘게 생각하는 식물을 위해 흙과 물과 잎과 가시와 화분과 리본과 포장지와 철사와 글루건 등 각종 자재를 맨손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의 손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한 브랜드’라는 이름을 빌려 나의 엄마라는 사람에게 이 핸드크림을 선물했다.
제품의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포장 단계에서부터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상자를 감싼 종이 재질의 테이프를 열면 최소한의 양으로 제품을 감싼 종이 재질의 완충재가 보인다.
포장지를 열면 깔끔한 디자인의 상자에 제품이 담겨있다. 내부 포장 또한 과함이 없는 양과 재료를 사용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환경에 대해 염려하게 되면서, ‘나’를 위해, 혹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하는 소비가 반환경적일 때가 많아 한편으론 찝찝한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소비든 그 결과는 결국 친환경적일 수 없기에, 가능한 소비를 줄이고 되도록 환경에 덜 위해 한 제품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프네우마 아무르 핸드크림의 검소한 포장은 마음에 들었다. 나의 사랑을 잡음 없이, 가능한 한 온전히 지켜주려는 노력이 보여서 그렇다. 포장에서 얻은 좋은 호감은 효용성과 기능 면에서도 이어졌다.
노동자를 위한 핸드크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효용성이라고 생각한다. 손이 쉴 수 없는, 바쁘고 정신없는 현장에서 내 손을 신경 쓴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부분의 핸드크림처럼 뚜껑을 돌려 열고 사용 후 다시 닫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 활용성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프네우마의 핸드크림은 눌러서 사용하는 펌핑형 제품(250mL 한정)이기 때문에 효용성을 높이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다. 이 단순한 형식의 차이로 진입장벽을 낮춰 사용하는 횟수가 확연히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 가지 도구를 맨손으로 만져야 하는 노동 특성상 핸드크림을 바른 후 잔여감이 심하다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핸드크림을 손등에만 바르는 불편함도 여럿 발생한다.
아무르 핸드크림은 잔여감이 눈에 띄게 적었다. 궁금증으로 손바닥과 손등 구분 없이 마사지하듯 골고루 사용해보았을 때도 그러했다. 그럼에도 보습감과 부드러움은 잘 유지됐다. 코를 자극하지 않은 은은한 향도 좋았다.
제품 자체의 특성을 위하느라 거꾸로 노동에 앞서 방해가 되는 일이 없도록, 노동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제작했다는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핸드크림 자체로서의 기능도 훌륭하면서 노동환경을 고려한 설계까지, 아주 꼼꼼한 제품이다.
나는 손을 볼 때 그 사람이 거쳐야 했던 환경을 어렴풋하게 상상하게 된다. 매번 내 손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는 엄마의 손은 다소 거칠고 투박하다. 팔에는 여러 생채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손 앞에서 내 손은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초라해진다. 엄마의 손은 지난하고 꾸준한 노동의 틀에 적합해지고 맞춰진 세공된 원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선물이 그런 엄마의 손이 조금 더 윤날 수 있게, 조금 더 오래 아름다움을 머금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정해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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