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변화의 씨앗, 뜨겁고도 차가운 우정 - 도서 '라일리우스 우정론'

글 입력 2022.05.3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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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은 결함을 채우려는 갈망 속에서 탄생한다. 우리는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한 인간의 협소한 인식과 의지가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에서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랑과 우정, 그 불완전한 갈망이야말로 인간을 인간 이상으로 만든다.

 

오늘 리뷰할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은 로마의 저명한 공화주의자 키케로가 친구간 사랑에 대해 쓴 작품이다. 키케로가 이 글을 쓸 때쯤 그는 카이사르와의 대결에서 물러나 로마의 외곽으로 물러난 상태였다. 정치적 망명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딸을 잃을 슬픔은 노쇠한 로마 학자를 고통스럽게 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삶을 돌아보며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썼다.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은 그러한 글 중 하나로, 그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아티쿠스에게 바친 것이다. 고통스러운 삶에서 위로를 찾기 위해 썼다는 이 책에서 독자들은 쉽게 그의 진심 어린 조언을 찾아낼 수 있다. 키케로는 이 짧은 에세이를 통해 우정을 정의하고 논쟁하는 대신, 우정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그 사이사이에서 이상을 위해 고군분투하였던 공화주의자의 모습도 찾을 수 있다.

 

 

 

1. 연설가의 혀끝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은 여러 관점에서 즐길 거리가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 부분에서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책은 당대 구술문화의 특성을 느낄 수 있게 쓰였다. 축어록처럼 책은 화자와 화자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쓰였다. 철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보통 사람 입장에서 이런 방식의 책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고, 이 책을 읽는 나도 그랬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왜 이들이 줄들로 쓰는 대신 축어록처럼 옮기는지 이해할 기회기도 했다. 우리가 어떤 경계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처럼, 이 책도 명확한 경계선 없이 내용이 전개된다. 그러한 서술 방식 덕분에 내용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구술문화 특유의 뉘앙스가 살아있다.

 

하지만 동시에 매우 난해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서는 책 자체에서 현대 독자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읽기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작품 내용을 문단 번호로 매겨 구분하고, 여러 배경지식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은 분명 친숙한 소재를 중심으로 가볍게 전개되는 에세이지만, 특별한 안내가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책임은 분명하다. 이번 정암 고전 총서의 야심만큼이나 섬세하게 설명이 붙어있으니, 읽을 기회가 있다면 아카넷의 판본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사실,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책도 그리 많진 않다). 함께 붙어있는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함께 읽는 것도 이번 판본의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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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변화의 씨앗,뜨겁고 차가운 우정



당대 로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키케로는 어떤 관점을 취했는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학파의 주장과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키케로의 스탠스가 보인다는 점이 더 재미있었다. 로마인들은 우정을 상호호혜적 관계로 이해했다. 키케로는 하지만 우정의 유용성에서 한 발짝 나아가 더 깊은 종류의 우정을 추구하였다.

 

우정을 바라보는 키케로의 입장은 매우 특별하다. 투박하게 설명하자면, 우정은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통해 배양할 수 있는 귀한 것이다. 키케로에 따르면 모든 인간이 타고난 결함 때문에 내가 없는 것을 가진 타인과 연대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러한 결함이 모든 사랑의 시작은 아니다. 진정한 사랑, 진정한 우정을 위해서는 결함이 아니라 덕을 발견하고 이끌려야 한다.

 

서로의 덕을 발견하여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들의 관계는 발전하고 마침내 우정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구축한 우정은 세상의 불의보다 우선시하지 않는다. 우정이란 이토록 많은 노고를 위해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에 한 인간의 삶에서 그러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고, 진정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적다. 키케로는 그래서 우정을 나눌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을 강조한다. 우정의 토대가 단단히 마련된다면, 우정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된다.

 

키케로는 위계와 경계가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엄격한 정의의 의무를 부과하는 공화주의자였다. 그는 일생 세계의 시민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설파하기 위해 암살당하기 전까지 많은 글을 썼다. 연대감과 공동체의 덕목을 중요시는 그였기에 이토록 우정을 중요시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꿈꾸었던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이해가 가서 먹먹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가 꿈꾸었던 일상과 사회에 대한 열망은 현대사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뜨겁고도 차가운, 시민의 엄정한 의지와 연대가 만들어낸 세상이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3. 나가며



'라일리우스의 우정론'은 라일리우스가 진정한 친구 스키피오의 죽음 이후 젊은이들에게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키피오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라일리우스는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라일리우스는 그를 진정한 친구, 그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준 또 다른 나로 생각했다. 라일리우스는 스키피오의 덕목을 그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한 영원히 살아감을 강조한다.

 

가슴에 묻는다는 표현은 이제 좀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의 덕목을 사랑한 마음은 문서로 남아 오늘날의 나에게까지 닿았다. 우정은 개인과 개인의 작은 연결고리지만, 때로 사상과 시대를 넘어서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해보인다. 어쩌면 그 작은 변화야말로 인간과 사회를 깨트리고 변화시키는-로마 때부터 이어져 온-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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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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