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양대학교 축제, 잔나비가 찢었다 [공연]

가슴에다 불을 지피다 못해 불태워버린 잔나비의 무대
글 입력 2022.05.29 01:0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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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한양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3일간 축제(라치오스)가 열렸다.

 

나는 열렬한 참가자가 되었다. 축제 기획단의 노력으로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첫 축제인 만큼 많은 기대를 했고, 그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킨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첫째 날은 싸이, 둘째 날은 잔나비와 에스파, 셋째 날은 다이나믹 듀오, 지코, 모니카와 립제이가 초대 가수로 왔다. 마지막 날은 개인 일정으로 인해 보지 못했지만 내게 가장 최고였던 공연은 단언컨대 두 번째, 그것도 잔나비의 무대였다. 그 황홀하고 엄청났던 시간에 대해 꼭 다루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잔나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독특한 보이스와 스타일로 사랑받는 밴드임은 알고 있었지만, 따로 찾아볼 정도로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무대로 인해 완전히 팬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그들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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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밴드 사운드가 울렸다. 보컬이 무대 위로 올라오고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작은 손짓에 호응이 달아오르고 이내 지르는 한 마디.

 

“한양대, 뛰어!”

 

열광적인 순간 속에 어느새 나는 구두를 신은 것도 잊은 채 뛰고 있었다. 잔나비는 1시간이 넘게 공연을 이어갔고 모든 무대가 엄청났다. 단순히 MR을 틀고 공연을 끝낸 뒤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이 흘러감을 인지하고 최고의 순간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냈다.

 

진짜 공연이란 이런 것이구나.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한양대학교 무대를 끝없이 바라고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것만 같았다. 우리에게 하는 말들이 그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너무 다시 오고 싶었다는 말, 2019년 잊지 못했던 한양대학교 무대를 3년 만에 오게 된 사실이 꼭 꿈같다는 말, 24살 노래를 작곡하던 시절이 떠오른다는 말.그 눈빛과 말투에 진심이 묻어나 왠지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잔나비의 무대는 관객과의 호흡이 너무나도 돋보였다. 음원대로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호응을 받고 상호작용하며 잠깐 멈추기도 하고, 소리를 죽이고, 혹은 갑자기 키우기도 하며 함께 무대를 만들어냈다. 잔잔한 발라드를 들으며 센치한 기분이 들다가도 신나는 음악으로 전환되며 청춘을 만끽하기도 했다.

 

그 순간은 온전히 잔나비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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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Jungle’이었다. 공연 중 그는 갑자기 무대를 내려와 세트 위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곳이 노천극장이 아니라 마치 정말 정글이라도 된 것처럼. 야생을 경계하듯 단숨에 세트를 오른 뒤에 ‘쉿’하고 사람들을 잠재운다.

 

조금 전까지 환호를 지르던 사람들은 그 말을 고분고분 따르며 자리에 앉았다. 박자를 가지고 논다는 말과 비슷하게, 좋은 의미에서 관객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생각났다. 그리고 사운드가 커지자, 모두가 참았던 열기를 분출하듯 다 같이 뛰어올랐다. 뜨거운 함성과 함께 모두가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마지막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 불태웠다. 미친 듯이 꽹과리를 치는 퍼포먼스와 함께 물병, 수건을 던지고 관객과 호흡했다. 정말이지 공연이 끝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토록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큰 박수로 보내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보컬 최정훈은 꽹과리 퍼포먼스를 한 뒤 어깨가 빠졌다고 한다. 그 정도로 열정적인 공연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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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축제는 잔나비로 인해 시작되고, 완성되었다.

 

자칫 보잘것없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내 청춘을 활활 타오르게 해준 잔나비 밴드에게 정말 감사하다.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어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하고 싶다. 오랜 기다림엔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고. 그동안의 시련을 잘 견뎠고, 내 선택엔 틀림이 없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 잔나비에게,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부디 내년에도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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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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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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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직
    • 멋진 후기 잘 보았습니다.
      우리 잔나비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주셔서 정말 고맙다는 마음이 드네요.
      멋진 무대를 온 열정을 쏟아붓는 잔나비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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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나비짱
    • 글이 너무좋아서 댓글로라도 응원드리고 싶어 글써요 잔나비의 공연은 진짜 대단하죠 모든것을 쏟아부어버리고 나서야 무대가 막이내리는 그들의 무대를 즐기고 있노라면 무언가 뜨거운것이내가슴속에서 솟구쳐요 잔나비의 진심을 알아봐주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잔나비는 정말 세계로 나갔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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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짱
    • 한 사람의 영항력... 그것도 무려 선한 영향력이에요
      한양댸생을 둔 부모로써 어지러운 세상속에서 배울 수 없는 좋은 또 선한
      영향력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신 잔나비밴드 최정훈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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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 한 잔나비 기사~공연을 그대로 느끼신 후기 잔나비 공연 본사람을 말 안해도 알죠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 만들어 준다고 하는 아티스트이니 또 다른 공간에서 더 멋진 공연 보실 기회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매일이 레전드 공연 갱신이거든요.
      무대에서 진심인 잔나비~지금이라고 아시게 된거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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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크림하우스
    •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 한 잔나비 기사~공연을 그대로 느끼신 후기 잔나비 공연 본사람을 말 안해도 알죠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 만들어 준다고 하는 아티스트이니 또 다른 공간에서 더 멋진 공연 보실 기회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매일이 레전드 공연 갱신이거든요.
      무대에서 진심인 잔나비~지금이라고 아시게 된거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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