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랑이 기운이 담긴, 김홍도의 화첩기행 - 환상노정기

글 입력 2022.05.2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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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주석 작가의 ‘한국의 미’를 읽고 김홍도의 그림들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특히 ‘송하맹호도’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림이다. 이미 이전 글에서 자세하게 다루었으니 이번 글에서는 생략해 두겠다. 현장감 있는 공연과 입체 영상으로 상영될 김홍도의 그림들을 기대하면서 공연을 보러 갔다.


이번 공연은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진행되었다. 한 번도 여기서 공연을 본 적이 없었는데, 남산골한옥마을을 지나서 안쪽에 위치했다. 서울남산국악당이 남산골한옥마을에 위치한 줄 몰랐다가, 주변 벽에 환상노정기의 포스터를 보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남산국악당으로 가는 길에 소나무와 시냇물을 눈으로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 끝나고 엄마와 함께 주변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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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금강산 여행담을 그린 <환상노정기>는 김홍도가 그린 그림과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음악이 만나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홍도의 여행담과 그 삶을 그려냈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로서의 공인 김홍도의 모습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이기도한 인간 김홍도의 개인적 삶 또한 입체적으로 조명하였다.

 

<환상노정기>에서는 김홍도의 대표작인 금강산의 1만 2천봉의 절경이 담긴 금강사군첩과 용맹한 호랑이의 패기 넘치는 눈과 위로 솟구친 빳빳한 수염으로 박진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죽하맹호도, 그리고 송하맹호도가 3D 영상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공연에서는 금강사군첩의 영상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금강산의 전경 모습을 줌인, 줌아웃 등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그림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어서 마치 금강산 위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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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하맹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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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하맹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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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사군첩 - 문탑

 

 

죽하맹호도와 송하맹호도는 호랑이의 엄숙하고 위협적인 느낌이 덜 살아서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호랑이를 하나의 개체로 바로 보여주지 않고, 호랑이들의 눈들을 콜라주한 입체 영상들을 보여주어서 그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형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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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는 정조의 어명으로 금강산 화첩기행을 떠나게 된다. 당시에 임금은 궁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김홍도는 정조를 대신하여 금강산을 그려와야 했다. 하지만 이 화첩기행에서 묘길산 근처에서 일행들과 떨어지게 되고 혼자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호랑이에 물린 아이 만덕이를 만나게 된다.

 

김홍도는 자신의 아들과 똑 닮은 만덕이를 보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고, 만덕이를 집으로 데려기주기로 한다. 하지만 둘은 마지막 갈래길에서 다른 의견으로 충돌하고, 김홍도가 선택한 길을 따라가보니 낭떠러지였다. 김홍도는 만덕이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어렵게 그린 그림들을 모두 버려야 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홍도는 만덕이를 끌어안은 채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고, 둘은 서로 마음을 열어간다. 그때 호랑이들이 달려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황을 자세히 보니 호랑이들이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홍도가 정신을 차려보니 만덕이라는 아이는 호랑이의 새끼였다. 그리고 김홍도는 호랑이들과 친해지며 그들의 등에 올라타기도 한다. 이게 꿈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에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했는데, 신선한 반전이어서 재미있게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음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총 4명의 연주자들이 공연의 전반적인 음악을 다 채워 나갔는데, 소리가 꽉 찼다. 한 연주자가 한 악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을 소화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물론 공연의 후반에 코러스와 다른 소리들이 녹음이 틀어지긴 했지만, 90%의 음악은 현장 소리로 채워졌다. 흥겨운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연주자들의 에너지를 가득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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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국악그룹 ‘그림’은 전통을 기반으로 자유로운 형식의 음악 창작과 각 예술 장르의 특성이 효과적으로 반영된 융복합 형태의 완성도있는 무대 작품 밑 음원으로 제작, 발전시키고 있는 예술 단체이다. 순수 음악부터 복합장르에 이르기까지 넓은 작품 창작의 영역을 선보이고 있는 ‘그림’은 2022년 서울남산국악당의 상주단체로서 김홍도의 화첩기행 <환상노정기>, 해설이 있는 야외 콘서트 <블랙무드>, 동화 콘서트 <자라는 자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시각적 요소이다. <환상노정기> 작품은 조명과 영상의 조화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처음 작품이 시작할 때 조명이 모두 끄는데, 북 쪽으로만 노란색 조명을 비쳤다. 북을 통과해서 나온 빛이 형성한 분위기의 압도감은 대단했다. 개인적으로 이 공연은 조명의 역할이 중대했다.

 

조명이 작품을 압도감 있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줄거리의 분위기에 따라 조명이 색과 위치가 바뀌었는데, 공연을 보는 동안 조명의 변화를 보는 것이 재미 요소 중 하나였다. 또 입체감 있는 김홍도의 작품 영상들이 무대뒤의 화면으로 나와서 이야기에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간혹 연주자와 소리꾼의 그림자가 영상에 투사되기도 했는데, 이 또한 하나의 자연스러운 작품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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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무대와 관객의 상호작용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페스티벌이 아닌 실내 공연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소통하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 작품 초반에 소리꾼이 관객석 뒤에서 나타나면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분위기가 풀어진 관객들은 노래에 맞춰 흥겹게작품에 참여했다. 또 소리꾼의 대사들이 현대 시대의 감성에 맞게 단어들을 변형해서(“엘레강스하게” 등), 공연을 보는 동안 웃음이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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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팁을 드리자면, 티켓 매표소에서 바코드가 하나 있는데, 이 바코드는 <환상노정기> 작품의 프로그램북을 다운 받을 수 있게 하는 링크로 이어지니 참고하길 바란다.

 


[안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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