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령신부’와 함께하는 전시 복습기(記) - 팀 버튼 특별전

나의 ‘팀 버튼 특별전’ 복습메이트, 영화 <유령신부>
글 입력 2022.05.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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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팀 버튼 특별전’은 <가위손>,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빅 아이즈> 등을 제작한 판타지 영화의 거장 팀 버튼의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담은 전시로 뉴욕, 멜버른, 토론토, 로스앤젤레스 등을 순회하며 매진사례를 이어갔던 2012년 ‘팀 버튼 전’ 이후 두 번째 월드투어 프로젝트다. ‘팀 버튼 프로덕션’이 기획했으며 4월 30일부터 9월 1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에서 개최되는 서울전은 이번 월드투어의 첫 번째 전시다.

 

‘팀 버튼 특별전’은 팀 버튼이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 영화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까지 총 52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로 구성되며, 이중 150여 점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이다. 작품 수가 많은 만큼 전시의 구성도 알차다.

 

전시 공간을 주제에 맞게 ‘인플루언스’, ‘특별한 홀리데이’, ‘유머와 공포’, ‘오해받는 낙오자’ 등 10개의 섹션으로 구분해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다채롭고 설득력 있게 엮는가하면,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나 팀 버튼의 현재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을 구현하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팀 버튼 세계의 모든 것, <유령신부>



이 전시를 오래 간직하는 최고의 복습법은 역시 팀 버튼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일 테다.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이야말로 팀 버튼의 세계를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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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유령신부>를 전시의 복습메이트로 택했다.

 

<유령신부>는 부모님의 강요로 정략결혼을 하게 된 두 인물 ‘빅터’와 ‘빅토리아’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로 문을 연다. 결혼식 리허설 중 빅터는 긴장감에 실수를 연발하고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숲으로 들어가 홀로 연습에 매진한다.

 

그때 빅터는 나뭇가지에 반지를 끼우며 아내가 되어 달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나뭇가지인 줄 알았던 것은 저승의 유령신부의 손가락이었고 유령신부는 빅터를 지하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그렇게 영화는 삶과 죽음 두 세계를 교차하며 전개된다.

 

먼저 판타지, 코미디, 호러를 뒤섞어 표현한 양식이자 팀 버튼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일컬어지는 ‘버트네스크(Burtonesque)’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포스터 속 두 캐릭터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유령신부>에도 기괴하고 몽환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몸이 반으로 쪼개지거나 눈알이 빠진 눈구멍에서 구더기가 나오는 건 예삿일이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지하로부터 기어나오는 유령신부는 공포영화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유머를 더함으로써 완성되는 ‘기괴한 즐거움’이 팀 버튼의 가장 상징적인 테마인 ‘카니발레스크’의 완전한 형태다. 카니발레스크는 공포와 유머를 조화롭고 균형 있게 한 데 배치하며 표현하는 팀 버튼의 테마다. 전시의 세 번째 섹션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에서 빙글빙글 꼬인 혓바닥, 밖으로 튀어나와 방황하는 눈동자, 기괴한 광대와 같은 카니발레스크의 다양한 실제 예시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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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즐거움’ 속 ‘즐거움’이라는 키워드의 일환으로 ‘축제’라는 소재가 자주 사용되는 것 또한 특징이다.

 

두 번째 섹션 ‘특별한 홀리데이(HOLIDAYS)’에 따르면, 이는 팀 버튼이 캘리포니아 버뱅크라는 조용한 시골 동네에서 성장할 적 경험했던 시끌벅적한 연말 축제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팀 버튼의 색이 입혀진 축제에서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아름다움과 화려함, 기쁨 가운데 망가지고 무너지며 분리되는 기이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은 ‘기이한 것은 언제나 아름답고, 기이한 것은 모두 아름다우며, 사실 기이한 것만이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홀리데이 테마는 감성적이고 풍자적인 암시가 섞인 대표적인 모티프가 됐다. <유령신부>의 초반부에는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이 회전하며 상하가 뒤집어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림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착시 효과를 지닌 그림이다. 그러니까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하나의 그림에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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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주제의식은 영화 전체를 아우른다. 앞서 <유령신부>는 삶과 죽음의 관계를 유려하게 표현한 영화라 말한 바 있다. 팀 버튼은 <유령신부>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집고 역설한다. 가령 삶은 탐욕스러운 두 부모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이고 속물적인 사회가 배경이 되어 색을 빼앗긴 듯 회색빛으로 칠해졌고 삭막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반면 저승 즉 지하세계는 ‘live’한 세계였다는 점이 그러하다.

 

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저승의 인물들은 ‘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 슬퍼할 필요는 없어 죽음을 피해 도망 다녀오 마지막엔 모두 한 줌의 재’라는 노랫말로 상실에 빠진 유령신부를 위로하고, 생명은 과대평가고 뻥튀기라고 말하며 부풀려지고 과잉된 삶의 인식을 꼬집는다. 생명의 고귀함과는 별개의 맥락이겠다.

 

또 빅터와 에밀리(유령신부)가 피아노를 합주하는 장면이나 죽은 자들이 이승에 올라와 생전의 가족들과 재회하며 두 세계의 구분을 희미하게 만드는 장면은, 기묘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삶과 죽음의 연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팀 버튼의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의 과감한 표현방식과 죽음을 직설적으로 다루는 주제의식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여타 장르보다도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공유하는 측면이 큰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버튼 특별전’과 <유령신부>는 이러한 물음 자체가 부족한 물음이 아닌지 재고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죽음은 인간 누구에게도 예외를 주지 않기도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말보다는, 삶과 죽음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팀 버튼의 이야기가 어린이들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이해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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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괴물에 대한 생각이 담긴 대목이었다. 팀 버튼은 ‘나는 항상 괴물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정말 즐겨봤다. 한 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보통 아이들은 동화 속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지만 난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팀 버튼의 전시에 방문하면 각양각색의 괴물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무한히 구부러지고 길어지며 많아지는 다양한 생명체 - 생명체 시리즈가 굉장히 많다 - 를 감상하며 하나의 팀 버튼 세계 안에서도 제각각의 개성을 가진 모두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는 것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미지의 캐릭터들을 상상해보는 것도 모두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관람자 개개인과 팀 버튼의 진한 연결에 다다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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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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