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괴기한 즐거움 속으로 - 팀 버튼 특별전 [전시]

"팀 버튼이 팀 버튼했다"
글 입력 2022.05.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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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환상적인 시각효과를 연출하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예술가 팀 버튼. <비틀쥬스>(1988), <가위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빅 피쉬>(2003), <유령 신부>(2005),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200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덤보>(2019) 등 지난 50여 년간 그가 탄생시킨 수많은 영화들은 꾸준히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서울전은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 번째 월드 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팀 버튼 감독의 약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그가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에 이르기까지 최초로 공개되는 150여 점의 작품을 포함해 총 52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전시는 총 10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에서 선보인 적 없는 팀 버튼의 신작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으며, 이전 전시와는 다른 전시가 될 수 있도록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부터 8.5미터 규모의 대형 조형물까지 팀 버튼의 예술세계가 진화한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참고로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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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보고나서 내뱉은 말은, “팀 버튼이 팀 버튼했다.” 였다.


그가 그려낸 것들은 서사를 이루고 세계관을 만들어냈는데, 일명 팀 버튼 양식(팀 버튼의 독창적인 세계관 혹은 시각적 스타일)을 칭하는 단어인 ‘버트네스크’가 왜 생겨났는지 단번에 이해가 갈 정도로,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가 돋보이는 전시였다. 개인적으로는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섹션 3,4,5가 인상적이었다.


섹션 3의 <유머와 공포(카니발레스크)>에서는 팀 버튼 예술세계의 가장 상징적인 테마인 유머와 공포의 이중적인 테마를 아주 절묘하게 섞어 표현해내는데, 아주 직관적이다.


요컨대, 이런 그림이 있다. 그림 속에는 분명히 눈이 먼 사람이 있지만, 그의 눈에서 ‘permanent seeing eye dogs’(영원한 안내견)라는 글자가 쓰여진 눈동자가 튀어나와 쉬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사람. 그밖에도 빙글빙글 꼬인 혓바닥, 기괴한 광대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장난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카니발레스크의 대표적인 표현 방식이다. 전시문에서 표현된 단어대로, ‘괴기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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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4의 <인물에 대한 탐구>에서는 팀 버튼이 그려내는 인물들을 드로잉, 설치 피규어의 형태로 모아 볼 수 있다. 팀버튼이 그려낸 생명체들은 하나같이 그만의 독창적인 기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는 원근법을 깨고 인물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에 따라 새롭게 해석하여 그려냈기 때문인데, 그들의 모습은 기하학적이다.


눈알들은 크게 튀어나오고 과할정도로 입꼬리가 찢어져있는데 큰 입 안에 보여지는 치아는 무지하게 많다. 게다가 신체는 녹아내리거나 꼬여있거나 튀어나와 있거나 꺾여있거나 구부정하거나 날카롭거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신체 부위 하나하나가 단독적으로 개성을 가지고 어느 것 하나 겹치는 것 하나 없이 고유한 특징을 가진다. 그래서 인물이 그림으로 멈춰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표정과 행동이 살아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한 프레임에 모아보면 어떤 특수한 효과를 준 듯 살짝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누가 봐도 ‘팀 버튼이 만들어낸 것’으로 입모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과 손 디테일에 집중해서 관찰해보길 바란다.


팀 버튼이 자신의 그림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섹션 5의 <오해받는 낙오자>. “동정심을 부르는 괴물들”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드라마틱한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스텐리보이>, <벌룬 보이>등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팀 버튼의 가장 큰 관심사인 소외된 아웃사이더들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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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배척하면서 동시에 소외된 자들의 모습에서 다시금 동정심을 느끼는 모습에서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직면하게 된다. 동시에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지, 소외시키지는 않았는지, 날선 시선을 곤두세워 본다.


스스로 언어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고 말한 팀 버튼은 대신 그림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그가 좋아하는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그림을 그려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했다.


우리는 ‘괴물’을, 괴상하게 생긴 물체 또는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익히 알고 있다. 다시 말해 나와는 다른, 그래서 ‘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언제든지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괴물 영화를 즐거워했던 팀 버튼은 ‘괴물’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는 완전히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괴물이 주위 인간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어쩌면 그는 ‘괴물’이라는 이름 아래 각기 다른 형상의 고유한 개성을 가진 순수한 캐릭터들을 그려냄으로써 소외된 이들을 배척하는 주위 인간들을 향해 계속해서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인간이 규정짓는 ‘정상성’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누군가에게는 정상인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비정상일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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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팀 버튼의 초기작부터 그의 영감 기록들, 공개되지 못한 작업물, 신작들까지 한 자리에서 모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팀 버튼의 세계관을 더욱 극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번 전시 연출의 효과가 크다.


요컨대, 홀리데이 테마의 컨셉에 맞추어 빨간색 벽면과 휘날리는 눈발 효과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표현하거나, 생명체 설치 미술에 조명을 쏘아 의도적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마치 만화 속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연출하는 등, 구석구석 포인트가 되는 조명이나 벽면을 사용하거나 팀 버튼의 작품을 영상 및 설치 작품으로 보는 재미가 넘쳐났다.

 

유머와 공포를 넘나들고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팀 버튼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상적인 예술 세계를 이번 전시에서 경험해보길 바란다. 팀 버튼의 세계관이 만들어낸 길 따라 그림을 쭉 둘러보면 그만이 가진 독보적인 창의성과 독창성에 “이걸, 이렇게 표현한다고?”하며 놀라고, 이내 느낌표를 띄우게 될 것이다. ‘와!’

 

전시는 ddp에서 9월 12일까지다.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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