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극으로 색칠해 더욱 선명해진 삶의 희극 -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전시]

글 입력 2022.05.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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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2022.4.30(토)~9.12(월)까지 개최되는 팀 버튼 전시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캐릭터로 신선한 충격을 주지만, 스토리텔링에 담긴 교훈으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감독 팀 버튼. 가위손(1990),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유령 신부(200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빅 아이즈(2014) 등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판타지 영화의 거장이 10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디자인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월드 투어 첫 전시 < THE WORLD OF TIM BURTON展 >을 위해서다. 이번 전시는 팀 버튼 프로덕션의 기획이 빛나는 두 번째 월드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팀 버튼 감독이 써 내려온 50여 년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의 스케치부터,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만들어 낸 수백 개의 캐릭터 모델까지. 총 52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중 최초로 공개되는 150여 점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버트네스크(Burtonesque)' 양식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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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팀 버튼은 캘리포니아 예술학교 졸업 후, 디즈니사에 재직한다. 디즈니 특유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와 달리, 그는 공포스럽고 기괴한 분위기가 전반에 짙게 깔린 1982년 작 '빈센트'와 1984년 작 흑백영화 '프랑켄 위니'를 제작한다. 팀 버튼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일컫는 '버트네스크(Burtonesque)' 양식이 초기작부터 드러난 것이다.

 

'버트네스크(Burtonesque)' 양식은 1차 세계대전 전후, 독일의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나타난 독일 표현주의에 영향을 받아 탄생한 감독의 제작방식이다. 비정상적이고 기이하며 왜곡된 세계가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에 펼쳐진다. 그런 이미지를 영상으로 표현하여 현실의 질서를 비판하면서도, 잔혹동화 같은 기묘한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비현실적인 시각효과를 연출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팀 버튼의 상상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창의적이다. 그의 풍부한 창의력은 영화뿐만 아니라 미술, 건축, 의상, 음악 등 여러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팀 버튼의 세계를 담은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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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은 최근 50년에 걸쳐 발전된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10개 주제로 구분하여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하였다. 실감형 멀티미디어 콘텐츠부터 8.5미터 규모의 대형 조형물까지 색다른 전시장을 구성했다.

 

전시장은 '버트네스크(Burtonesque)' 양식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가지각색의 테마를 품고 있다. 패턴화된 바닥과 빨려 들어갈 듯한 원형의 선이 그려진 불규칙한 높이의 천장 구조물을 통과하면, 화면에 떠 있는 팀 버튼 이름에 다다르고 전시가 시작된다.

 

입구를 거닐면 마치 팀 버튼의 머릿속, 그의 집으로 초대돼 들어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낯설지만 신비로운 기분 좋음이 몸을 감싸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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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1 '인플루언스(INFLUENCES)'는 감독의 가장 초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유년 시절과 그에게 영향을 미쳤던 인물을 소개하고, 예술세계에 반영된 결과를 전시한다. 특히 필기 노트와 드로잉 원본들을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전시의 처음을 장식한 섹션 1을 관람하며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만들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의 고군분투하던 열정이 감명 깊었다. 그 열정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의 깊이를 가늠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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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2 '특별한 홀리데이(HOLIYDAYS)'는 화려한 미디어 기법이 벽면을 비추는 장식적인 측면이 눈길을 끈다. 작고 조용한 시골 동네, 캘리포니아 버뱅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연말에는 시끌벅적한 축제가 열려 지루한 일상에서 한 줄기의 빛이었던 팀 버튼의 기억을 재현해놓았다.

 

일상에서 마주했던 축제의 특별한 순간을 소재로 삼아 연말에서 오는 행복감과 함께 대비되는 악몽의 발현을 다룬 애니메이션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이 재생되고 있다. 감성과 풍자적인 암시가 섞인 감독의 대표적인 모티프가 다시금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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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3 '유머와 공포(CARNIVALESQUE)'에서는 팀 버튼의 상징적인 테마이자 또 하나의 중요한 개념인 [카니발레스크]가 감상 포인트로 등장한다. 본 개념은 유머와 공포라는 상대적인 의미가 조화롭게 융합된 테마를 지칭한다.

 

빙글빙글 꼬인 혓바닥, 밖으로 튀어나와 방황하는 눈동자, 기괴한 광대 모습, 머리는 크고 몸체는 작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대표되는데, 이는 기괴한 즐거움을 강조한다.

 

이러한 테마를 대표하는 이미지의 탄생 배경은 섹션 4 '인물에 대한 탐구(FIGURATIVE WORKS:MEN, WOMEN, OR CREATURES?)'로 연결돼 설명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대상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을 이미지에 입히는 팀 버튼의 온전한 전달법이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탄생을 끌어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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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캐릭터는 섹션 5의 이름처럼, '오해받는 낙오자 (MISUNDERSTOOD OUTCAST)'라 정의된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소외된 아웃사이더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들이다.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가까운 이들은 감독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감독은 외톨이가 되어보았을 때의 기분은 영원한 감정으로 내재한다고 말한다.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어떤 이의 감정. 이는 팀 버튼,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내재한 은연한 속내이기도 할 것이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껴봤다면, 그 감정은 결코 떠나지 않는다.

살다보면 행복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다만 그 감정이 여전히 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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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어린 시절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았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씬스틸러 움파룸파족 모형이 있어 반갑던 섹션 6 '영화 속 주인공 (FILM CHARACTERS)'은 팀 버튼의 데뷔작 <피위의 대모험>(1985)부터 가장 최근 작품인 <덤보>(2019)까지 그의 영화 작품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더하여 영화의 콘셉트 드로잉, 회화, 대본, 스토리보드 등 하나의 영화가 기본적인 틀을 잡아가고 스크린으로 구현되기까지의 과정이 영상 옆면에 구성돼있다. 이러한 섬세한 배치는 팀 버튼의 작업 단계를 차례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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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7 '폴라로이드 (POLAROIDS)'는 감독의 취미이자 본업과도 연결된 예술적인 사진과 모형이 액자에 걸린 공간이다. 팀 버튼은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즉석카메라를 사용하여 20X24 사이즈의 오버사이즈 폴라로이드 시리즈를 제작했는데, 멀리서 보아도 앞서 언급한 감독 특유의 '버트네스크(Burtonesque)'와 카니발레스크 양식이 눈에 띈다.

 

짐작할 수 있듯, 실제 이 프로젝트는 영화 작품에서 시각적 연출과 테마의 모티프가 되었다. 일상에서도 평범하고 익숙한 오브제를 찾지 않았던 감독의 선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는 섹션 8 '세계 여행 (AROUND THE WORLD)'에서 일러주듯, 그가 평소 영화 촬영과 홍보, 영화제 참석 등 전 세계의 일정을 소화하며 늘 새로운 풍경과 시각으로 일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명시한다.

 

 

"예술가라면 사물을 새롭게, 이상하게 바라볼 것을 언제나 기억하라."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스케치북이 아닌, 호텔 메모지, 심지어 식당 냅킨을 아이디어 스케치를 위한 도화지로 사용해왔던 팀 버튼의 성실한 태도와 의지 역시 돋보이는 공간이다. 인정받는 감독이 되기까지 수행해온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벽면 곳곳에 전시되어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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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버튼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공간

 

 

마지막 두 섹션에서는 팀 버튼의 '실현되지 않은 프로젝트 (UNREALIZED PROJECTS)'와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팀 버튼 스튜디오 (THE ARTIST'S STUDIO)'를 공개하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실현되지 못하고 중단된 필름, 텔레비전, 도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섹션 9에서는 발상 단계에서 중단됐거나 감독의 의도가 반영되지 않아 차마 공개되지 못한 작업물들을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스토리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이용해 캐릭터를 구상하고, 각각의 숫자에 스토리를 덧입혀 의인화한 콘텐츠다.

 

비록 프로젝트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팀 버튼의 공개작을 볼 때처럼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오갔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시각을 제시하기 위해 자신의 작업실에서 부지런히 그림 그리며 다양한 형태와 색감으로 빼곡하게 채워 넣은 캔버스를 매 순간 바라보았던 그의 예술정신을 스튜디오에서 마주하기도 했다.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면서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작업에 몰두했던 팀 버튼의 일생은 예술로 점철되어 있었다.

 

 

 

비극으로 색칠해 더욱 선명해진 삶의 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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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은 완벽하지 않은, 오히려 사회가 암묵적으로 규정해놓은 정상의 기준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실체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가 말하려는 건 비정상, 아웃사이더, 비극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인생에서 찾아올 수 있는 비극을 맞닥뜨렸을 때, 한없이 동굴을 파고 들어가 숨기보다는 긍정적인 방식의 비극을 받아들이기를 제안한다. 누구에게나 죽음이라는 끝이 있듯, 비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가 그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비극에 비견될만한 선명한 희극을 찾아 나서길 바라고 있다.

 

비극으로 색칠해 더욱 선명해진 삶의 희극. 팀 버튼이 그려낸 세계는 우리 모두의 인생이자 세계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삶이란 궁극적으로 비극이라 생각하는 편이지만 그건 대단히 긍정적인 방식의 비극이다.

모든 사람들이 결국에는 죽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극 아닌가.

 

살다보면 비극적인 일을 수도 없이 겪기 마련이지만 그게 다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비극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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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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