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일상이 시작되는 곳에 음악을 선물하는 브랜드, 프란츠

글 입력 2022.05.2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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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우리는 음악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나 뮤지션이 없어도 된다. ‘공부할 때 듣기 좋은 곡’, ‘주말에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듣기 좋은 곡’과 같이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가 인터넷에는 즐비하다. 우리는 알고리즘의 파도를 타고 음악과 음악 사이를 서핑하듯 넘나든다. 음악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가닿고 소비되는 속도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에 맞춰 점점 빨라진다.


이런 세상에서 음악을 차처럼 천천히 음미하기를 권하는 곳이 있다. 음악에 관련된 것들을 만드는 브랜드 ‘프란츠’다. 2017년 『음악 혐오』를 펴내며 시작된 프란츠에서는 책을 비롯해 템포 지시어가 쓰여 있는 마스킹테이프, 악보가 그려진 안경닦이, 높은음자리표 모양의 클립 등 일상에서 음악과 관련된 물건을 만든다. 2019년 문을 연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는 한 작품을 다양한 연주자 버전으로 들어보는 ‘살롱 골드베르크’를 비롯해 음악을 보다 깊이 고민하고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12일, 프란츠 대표 김동연 님을 만났다. 브랜드의 정갈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프란츠가 만드는 물건과 책, 그리고 음악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리 각자의 프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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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김동연 대표님,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에 프란츠에서 신간도 나오고, 팝업 스토어도 운영하셨다는 소식을 봤어요. 요즘 바쁘실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프란츠를 운영하는 김동연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맞아요. 팝업 스토어가 처음이기도 했고,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한 달 내내 직접 나가 있어야 해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다 마치고 돌아보니 덕분에 프란츠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뵐 수 있었고, 새롭게 알게 된 분들도 많아서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지방에서 일부러 찾아와주신 분들도 계셔서 놀랐고요. 지금 ‘아파트먼트 프란츠’라는 공간을 운영 중이지만 이 공간은 항상 열려 있는 게 아니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을 때 소수의 신청자만 오실 수 있거든요, 반면 팝업 스토어는 항상 열려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가볍게 들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비슷한 행사를 진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프란츠라는 이름은 음악가 슈베르트의 이름에서 따 왔다고 알고 있어요. 특별히 슈베르트였던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원래 하고 싶었던 이름은 비발디의 표제 중 하나인 <레스트로 아르모니코L’estro armonico>였어요. ‘조화의 영감’이라는 뜻인데요, 그 뜻도, 발음했을 때 느낌도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주변 분들에게 말해줬더니 좋고 나쁘고를 떠나 발음하는 것부터 어려워하더라고요. (웃음) 브랜드 이름으로는 좀 더 짧고 기억하기도 좋은 단어가 좋겠다 싶어서 다시 고민한 끝에, ‘프란츠’로 정하게 되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프란츠는 슈베르트의 이름이에요. 좋아하는 작곡가는 그때그때 바뀌어서 슈베르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슈베르트의 음악은 지금 들어도 정말 세련되고 작품 하나하나가 아름다워요. 사람의 감정을 잘 어루만져주고 감동을 주는 작품이 많지요. 슈베르트의 음악이 주는 그런 느낌과, 발음했을 때의 어감이 제가 어렴풋이 생각해왔던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맞아서 이걸로 하면 되겠다 싶었죠. 다행히 ‘프란츠’라는 이름은 다들 한 번에 기억을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저는 프란츠라고 했을 때 슈베르트보다 카프카를 먼저 떠올렸어요. 슈베르트의 이름인 건 나중에 찾아보고 알게 되었거든요. 프란츠에서 출판을 하고 있으니 카프카와도 잘 어울립니다.


그게 재미있는 지점인 것 같아요. ‘프란츠’라는 이름을 쓰는 예술가가 은근히 많거든요.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리스트 등등. 저는 슈베르트에게서 따 왔지만,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는 프란츠로 기억을 해주셔도 좋겠다고 생각해요.


바이올린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연주자나 교육자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든 건 흔한 행보는 아닌 것 같아요. 프란츠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맞아요. 저는 학교 졸업 직후부터 시작해 꽤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가르쳤어요. 특히 취미로 배우시는 성인들을 중심으로 레슨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레슨을 하다 보니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교재를 계속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악보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아무도 내지 않으면 내가 직접 교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어요.


오래된 음악출판사인 세광음악출판사에 원고를 보냈고 『한 권으로 끝내는 취미 바이올린』이라는 책을 출판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 같은 출판사에서 악보집 몇 권을 더 내면서 책을 펴내는 일에 대한 매력을 알게 되었고, 좀 더 새로운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어요.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출판사일수록 새로운 시도에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2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 프란츠를 만들었어요. 악보집 외에도 음악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느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펴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악보가 수학 공식처럼 시대를 타지 않는 세계 공통어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대에 맞지 않는 교재’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바이올린은 클래식 악기지만, 요즘에는 꼭 클래식 곡을 연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영화 음악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기존의 교재는 여전히 클래식이라는 틀 안에서만 바이올린을 다룬다는 점이 좀 답답했어요.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테크닉을 이왕이면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연주하기에도 재미있는 곡으로 익히면 어떨까 생각을 했던 거예요.

 

 


음악이 담긴 물건을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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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악보를 액자에 넣은 프란츠의 까드르(Cadre) 시리즈

 

 

출판도 하고 음악과 관련된 굿즈도 만들고 공간도 운영하시니 일이 꽤 많을 것 같은데 따로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서 다 하시는 편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최근에는 저를 도와주는 매니저도 생겼고요. 이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저라고 해서 전문이 아닌 분야를 어설프게 건드리는 건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늘 조심해요. 프란츠에서 하는 일의 모든 부분에 관여를 하긴 하지만 번역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 각 프로젝트에 적임자라 생각하는 분들을 섭외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음악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를 만들고 있으니 당연히 ‘음악’이라고 답할 수 있겠지만, 그건 특별한 어느 한순간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일어나는 일에 가까운 듯해요. 실질적으로는 시각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아주 아름다운 가구를 본다든지 좋은 전시를 볼 때 또는 모양새가 아름다운 음식을 먹을 때도요.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프란츠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내셨던 책과 만들었던 물건 중 가장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고르게 애착이 가는데요, 작년에 펴낸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에 가장 마음이 가요. 일단 내용도, 문장도 정말 아름답고요. 디자인도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해요. 표지에 쓰인 사진에 관한 에피소드를 잠시 들려드리자면, 이브 생 로랑이 너무나 빛난 이 사진을 꼭 사용하고 싶었는데, 작자 미상이더라고요. 그렇다고 그냥 쓸 수는 없고 초상권을 비롯해 이브 생 로랑의 모든 걸 관리하는 재단에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당시 코로나 상황이 한창 심각할 때라 재단에서 운영하는 이브 생 로랑 뮤지엄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연락도 잘 안 되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사진을 사용할 수 있었죠. 그렇게 애를 먹어서인지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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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에서 펴낸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그러고 보니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는 음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책인데, 다른 인터뷰에서 이 책을 펴낸 이유를 밝히며 이브 생 로랑이 프란츠의 뮤즈 같은 존재라고 하셨어요. 혹시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슈베르트와 비슷해요.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를 내기 한참 전부터 이브 생 로랑을 좋아했어요. 이브 생 로랑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디자인은 지금 봐도 세련되고 아름답거든요. 여성 정장에 최초로 바지를 도입하는 등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던 혁신적인 디자이너이기도 하고요. 이 디자이너가 없었더라면 우리가 사는 시대의 모습도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해요. 그런 이브 생 로랑의 평생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그에게 쓴 편지들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프란츠에서 꼭 책을 내고 싶었어요. 마침 열 번째 책이 나올 시기였고, 겸사겸사 음악과 직접 관련된 책은 아니지만 프란츠에게 의미가 있는 책을 내보고 싶었어요. 스무 번째 책을 낸다면 그때도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책을 내보고 싶어요.


프란츠에서 낸 책도 개성 있지만 저는 직접 수집하신 악보를 액자에 넣은 까드르(Cadre) 시리즈도 인상 깊었어요. 악보 자체가 액자에 든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 못 해봤거든요.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은 물건이나 오브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까드르 시리즈는 제가 예전부터 수집해 온 오래된 악보로 만든 건데, 악보 자체의 아름다움을 비롯해 그 악보가 만들어진 시기의 폰트와 디자인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꼭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었기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시기에 맞춰 준비를 해봤는데, 그걸 보러 멀리서부터 찾아오신 분들도 계셔서 보람이 있었어요.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은 건… 올해 프란츠 5주년을 기념하며 가구 디자이너 남미혜 작가님과 함께 원목으로 어떤 오브제를 만들어볼 계획이 있어요.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인데요, 아마도 하반기에 실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

 

 


프란츠가 음악을 소개하는 방법


 

클래식 전공자이자 관련된 분야에 계신 분으로서, 클래식 입문자에게 추천하고픈 클래식 감상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도 클래식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궁금합니다.


이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저도 솔직히 클래식이 다른 음악에 비해 접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느껴요. 클래식에는 여러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도 있고 연주 시간 자체가 긴 곡도 많잖아요. 저는 듣기 어려운 걸 굳이 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어떤 곡을 듣기 시작하면 앉아서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수 있는데, 그냥 내 귀에 듣기 좋은 부분까지만 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부담 없이 조금씩 맛을 보는 거죠. 그러다 귀에 좀 들어오는 곡이 있으면 그 곡이 쓰인 시대를 찾아보고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클래식은 시대마다의 작풍이 있기 때문에 어떤 작곡가의 음악이 좋다면 그 시기에 만들어진 다른 음악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제가 프란츠에서 『클래식 음악 연표』를 엮어 펴냈는데,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음악을 찾는 단서로 쓰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낸 책이에요. 시대별로 대표 작품이 무엇이고 어떤 음악가가 있는지 확인하기 좋으니까, 이 책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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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가 음악을 소개하는 방법 중에는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 진행되는 여러 모임들도 있는데요, 그중 1년 동안 정해진 한 곡을 여러 연주자 버전으로 들어보는 ‘살롱 골드베르크’가 인상적이었어요. 관련해서 좀 더 얘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파트먼트 프란츠를 통해 클래식에 관심있는 분들이 클래식과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살롱 골드베르크’의 취지 역시 클래식을 잘 몰라도 그저 듣는 것만으로 어떤 실마리를 잡아보고, 내 느낌에 집중하며 또 다른 사람의 느낌도 들어보며 그 음악에 다가가 보자는 거예요. 매달 모이는 구성원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매번 클래식을 거의 처음 접하는 분부터 전공한 사람들까지 비율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요.


이 모임에서는 작곡 기법 같은 형식적인 부분이 아니라, ‘이런 부분은 슬프게 들렸다’, ‘이런 부분은 들판을 거니는 느낌이었다’와 같이 그날의 음악이 자신에게 어떻게 들렸는지에 주관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대화를 나눠요. 여러 번 참여하신 분들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감상평이 점점 더 구체적이고 풍부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의 세밀한 차이점까지 발견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게 점점 작품을 알아가고 클래식에 가까워지는 거죠. 거듭할수록 의미가 있다는 확신이 들어 이 모임은 코로나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며 계속 해왔고 앞으로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럼 대표님이 요즘 꽂혀 있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은 슈만 작품을 많이 듣는데요, 특히 <유령 변주곡>이라는 피아노 솔로 작품을 자주 듣습니다. 처음부터 편안하게 들리지는 않아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이상하기도 하죠. 불협화음이 생기는데 그냥 밀고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기서 오는 묘한 기분, 또 잠시 후에 반드시 오고야마는 아름다움. 그것이 슈만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작품을 다섯 번, 여섯 번 듣고 난 이후부터 너무 좋다고 느껴졌어요. 15분 정도 길이를 피아노 하나로 연주하는 곡이라 하루 중 잠시 집중해서 빠져들기에도 좋습니다.


최근에 나온 프란츠의 책 『역사를 만든 음악가들』 소개 글을 읽다가 문득 2022년의 음악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인터뷰에서 음악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대해 다룬 책을 출간하려 한다는 얘기도 봤고요. 대표님은 음악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척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음… 음악은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사람을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움직인다는 건, 작게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심경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부터, 크게는 집단적 국가적으로 어떤 행동을 유발하기도 하는 것까지 포함해요. 기묘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을 더 자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음악 혐오』에서 ‘귀에는 눈꺼풀이 없다’라는 문장이 나오거든요. 눈에 보이는 거라면 눈을 감는 걸로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귀에 들리는 건 들리기 시작하면 일단 들어야만 한다는 거죠.

 

 


프란츠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프란츠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며 ‘이것만은 지키자’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음… ‘품위를 지키자.’ 프란츠의 이름을 걸고 제가 누군가를 만났을 때는 물론이고, 만드는 물건이나 책 자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서도 품위를 지키고 싶어요.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겪더라도 흔들림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뜻이고요. 저는 그걸 유지하며 프란츠를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음악 중에서도 호흡이 느린 클래식을 다시 호흡이 느린 책이라는 매체로 담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아요. 왜 책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람들이 손쉽게 접하고 빠르게 흡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면 책은 적절하지 않은 매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책을 보지 않는 사람들조차 책이 없어지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이 많지만, 손끝에 종이가 닿고 책장을 넘길 때 받는, 책만이 주는 느낌이 분명 있지요. 오늘날에는 책이 오로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는 의미가 응축된, 중요한 오브제가 아닐까요.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책은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말하고 보니 결국 제 취향과 연결이 되네요. 클래식이나 책이나 모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들이라 계속 더 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시대에는 책이 약간 무겁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에요. 프란츠에서는 책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만들고 있는데요, 책 작업을 하는 사이사이,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굿즈도 이것저것 만듭니다. 그 굿즈가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 같아요. 몇 년 하다 보니 프란츠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분들이 프란츠에 바라시는 방향, 또 프란츠가 가려하는 방향이 비슷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그쪽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자연스럽게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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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 지시어가 적혀 있는 프란츠의 마스킹테이프

 

 

브랜드 방향이 음악을 그냥 듣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모든 음악이 단어 그대로 백그라운드 뮤직(BGM)이 되어간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이런 세상 속에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를 포함해 클래식 음악 중 특히 어떤 한 작품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작품을 거의 외울 정도로 들은 경우가 많아요. 충분히 익숙해졌을 때 그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적극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아주 여러 번, 집중해서 듣는다는 거라 생각하고요, 깊게 느끼고 애정을 가지려면 일단은 들어야 한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견디는 시간이 될 수 있고요. 그걸 혼자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프란츠에서는 조금 지겨울 수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그 시간을 함께 해보자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살롱 골드베르크의 취지도 그것이지요. 그래서 참여자 분들이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명곡을 추천드리려 합니다.


한 작품을 여러 버전으로 반년간 듣고 나면 참여자분들은 어느새 그 곡을 거의 외울 정도가 되고, 연말이 되면 누구보다 그 곡에 익숙한 사람이 돼요. 그 정도의 경험을 어떤 한 곡으로 쌓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게 쌓이면 대체할 수 없는 멋진 경험이 될 거예요. 여러 음악을 두루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한 작품에 깊이 몰입해보는 과정을 경험해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츠의 그런 고유한 철학이 저는 늘 마음에 와닿아요. 프란츠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시나요? 계획하고 계신 게 있다면 들려주세요.


일단은 지금까지 프란츠에서 진행해왔던 행사를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특히 코로나 때문에 중단하기도 했던 모임들을 다시 활발하게 할 계획이고, 새로운 프로그램도 만들 생각입니다. 예전에 진행해본 하우스콘서트도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서 다시 해보려 하고요. 관심있는 분들과 모여, 함께 음악에 대해 느껴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습니다.


또 올 여름에는 『야생 숲의 노트』라는 신간이 나올 예정이에요. 프란츠에서 펴낸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실제 주인공이자 새 소리를 기보한 것으로 잘 알려진 시미언 피즈 체니의 책인데요, 새 소리가 담긴 악보와 그가 쓴 짤막한 글들이 함께 섞여 있어요. 5월 24일부터 와디즈로 펀딩을 진행하고, 책이 나오면 성수동에서 낭독 공연도 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귀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일단 프란츠 책 많이 읽어주시고 (웃음) 아파트먼트 프란츠에서도 직접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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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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