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팀 버튼의 머릿속을 엿보다, 팀 버튼 특별전 [전시]

상상력의 요람을 들여보다
글 입력 2022.05.2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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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돌이나 토끼보다 해골을 즐겨 그리는 어린이였다. 귀엽기만 한 것보다는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구석이 있는 녀석들이 좋았다.

 

자연스레 팀 버튼의 세계에 이끌렸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 얼굴을 그리며 놀았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그리고 <유령 신부>를 TV에서 틀어줄 때마다 봤던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팀 버튼 특별전에 다녀왔다.

 

DDP에서 9월 12일까지 열리는 2022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은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회화, 드로잉,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단순한 스케치부터 거대한 조형물까지, 폭넓고 방대한 양의 작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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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그가 그려내는 크리처는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어딘가 우스우면서도 동시에 꺼림칙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Tongue Twister'를 보여주는 그림은 정말로 크리처가 인물의 혀를 빙빙 꼬아내고 있고, 어떤 그림에서는 크리처가 눈알을 세게 쳐 입으로 그 눈알을 뱉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 크리처들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았다. 그의 스케치 하나하나에서 크리처들을 향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괴물들이 좋았고, 괴물 영화를 정말 즐겨 봤다.

한 번도 그들이 무섭다고 느낀 적이 없다.

보통 아이들은 동화 속 예쁜 그림을 더 좋아하지만,

난 사람들이 괴물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괴물들은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

 

- 팀 버튼

 

  

애초에 팀 버튼이 그려내는 크리처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소모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 캐릭터였다.

 

그는 괴물들이 주위 인간들보다 훨씬 더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동정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인 크리처를 통해서도 많은 이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팀 버튼이 그려내는 크리처가 소외된 현대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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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은 현실의 모습을 절대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반드시 현실에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부여했다. 원근법과 같은 기존의 규율을 파괴하고 자신만의 감성을 그 자리에 집어넣기도 했다.


나아가 팀 버튼의 상상은 단순히 그의 머리 안을 유영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았다. 스케치북뿐만 아니라 호텔의 메모지나 레스토랑의 냅킨까지. 단순히 그 위에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그는 어떤 것을 통해서라도 머릿속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표현해 냈다.

 

레스토랑의 냅킨에 그려진 로고에게 사람의 입이나 UFO와 같은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단순히 지금껏 입을 닦는 역할로만 존재하던 냅킨이 하나의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 바로 팀 버튼 만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밝게 빛나는 순간이다.


대체 이런 상상을 어떻게 해 냈는지, 그리고 이걸 또 어떻게 자신의 그림과 영상으로 구현했는지. 내내 마스크 안에서 입을 벌리면서 전시장 안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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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에서는 팀 버튼의 현재 작업실을 재현해 둔 공간을 엿볼 수 있었다.

 

여전히 수많은 크리처들과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마치 앞으로 어떤 작품이 태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상력의 요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저곳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이 한데 모여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될지. 기대감을 품으면서 전시장에서 나왔다.

 

이번 팀 버튼 특별전은 팀 버튼의 환상동화 같은 방대한 세계에 단 한 번이라도 이끌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그의 크리처를 향한 애정과 전시장을 휘감으며 번뜩이는 상상력을 모두가 경험해 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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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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