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의 학점을 책임지고 고전문학에 애정을 쥐여준 문학줍줍을 책으로 만나게 되다니. 반갑고도 기쁜 일이다.
때는 약 4년 전 시험 기간이었다. 대학 교양과목 "러시아문학"의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살펴봐야 하는 작품은 <안나 카레니나>. 3권에 달하는 벽돌 같은 두께에 압도되어 책을 펼치기가 두려웠고, 펼치고 나서는 도저히 입에 붙지 않는 러시아스키 이름이 등장했다. 같은 사람인데 자꾸 다르게 부르는 바람에 동일인물도 못 알아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얽히고설킨 복잡시러운 관계까지 더해지자 두통을 느끼며 책을 덮어버렸다.
이 작품을 쉽게 알려주는 콘텐츠가 없을까 구원의 손길을 바라며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 신이 기도를 들어준 걸까. '안나카레니나, 여러분의 손에 쥐어준다'라는 매력적인 썸네일이 보였다. 그 영상은 10분 만에 책을 모두 읽은 것처럼 만들어줬다. 인물관계도로 인물을 정리하고 줄거리로 이야기를 파악하고 감상평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떠먹여줬다. 인물관계와 전개를 모두 이해하고 나니 비교적 벽돌 책을 넘기기가 수월해졌다.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은 유튜브 콘텐츠를 문장화한 버전이다. 이 도서는 15분 만에 작품이 손에 쥐어졌고 나만의 템포로 작품을 내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처음부터 끝까지 떠먹여주는 문학줍줍. 작품의 이해를 위해 모든 작품의 첫 부분에는 톨스토이의 생애와 작품의 간단한 정보를 배치했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인간의 삶과 죽음, 종교를 통한 구원,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1877년 발표된 <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가 3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19세기 당시 러시아 상류사회의 사랑과 결혼, 가정생활,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인식이 어땠는지 엿볼 수 있다.
안나와 브론스키의 불륜을 통해 비인도적 사랑의 비극적 결말을, 키티와 레빈을 통해서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두 커플을 의도적으로 비교해가며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에 대해 강조한다. 또한 문학줍줍은 톨스토이의 의도를 파악해 각 인물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한다.
<안나 카레니나>엔 "복수는 내가 하리라, 내 이를 보복하리" 라는 에피그라프가 있다. 문학줍줍은 작품의 요약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해석을 덧붙였다. 이 에피그라프는 안나와 브론스키의 사랑은 용서받은 수 없는 것이며, 금단의 사랑에 대한 작가의 경고가 들어가있다고 보았다.
이 책은 작품을 한 손에 쥘 수 있도록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을 설명하는 인물관계도를 제공한다. 그들이 얽힌 관계와 거기에 따른 소설 밖 이야기와, 작품의 전개를 설명한다. 엇갈린 사랑, 안나와 브론스키, 엇갈린 두 부부의 희비, 안나의 비극적인 최후 등등이 있다.
작품 설명의 마지막 단계는 문학줍줍만의 감상을 담았다. 불륜의 끝이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비정상적으로 시작된 관계의 끝은 비정상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 끝은 치명적일 것임을 톨스토이는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메시지는 몇백 년이 지난 현대인들에게도 감동과 깨달음을 주고 있다.
놓친 고전 손에 쥐어주는 문학줍줍
몇백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붙잡고 읽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겐 참으로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고전문학의 안내서로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뽑아 알려준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전과 친해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엄두가 나지 않는 이 작품.. 생각보다 재밌네? 한 번 읽어볼까..?' 간결하고 명료한 설명은 책을 펼칠 용기를 갖게 한다.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15분이 안되는 시간 안에 고전 작품이 손에 쥐어지게 되고 몇백 년을 초월해서 전하고자 했던 거장들의 메시지를 단숨에 손쉽게 얻어 갈 수 있다.
나는 고전을 사랑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우리의 삶에 스며들어와 감명을 줄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전하고자 했던 진리의 언어를 다시금 머금기 위해 그의 책을 펼쳐들었다. 톨스토이의 가르침으로 우리는 삶의 방향을 조언 받기도 하고 그의 눈을 빌려 본 세상으로 삶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Opinion] 당신은 사랑으로 살고 있나요? 中
고전의 힘, 이야기의 힘은 우리 인류를 끊임없이 좋은 곳으로 이끈다.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는 인간의 보편적 특성. 그리고 인간이 갖춰야 할 기본. 그리고 작품 속에서 만나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통해 나를,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문학줍줍은 각기 다른 시대와 작가의 이야기 41편을 이 한 권에 담았다. 그와 함께 신나게 고전들을 독파해나가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