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3분완성' 고전문학 :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 [도서]

문학 감성을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글 입력 2022.05.0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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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좋아하세요?


 

필자는 언어 전공자다. 필자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정보다. 그만큼 나는 내 전공에 은은한 소속감을 느낀다.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문학을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을 상당히 망설이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는 책읽기를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문학'을 공부가 아닌 '즐거움'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필자는 어렸을 적부터 '명작'에 영 젬병이었다. 갖가지 판타지 소설과 현대 소설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아무리 유명하다고 한들 몇 백 년 전 서양 사회를 배경으로 "오, 로미오!" 따위의 말을 주워섬기는 소설에는 도무지 관심이 생기질 않았다. 그렇게 20대 중반에 이르러 나는 나쁘게 말하면 교양이 없는 사람, 좋게 포장해주자면 수많은 명작을 미처 읽지 못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이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다.

 

 

 

'3분완성' 고전문학


 


한 손에 쥐고 한 숨에 보는

유튜버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독서 플레이리스트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은 문학 유튜버 문학줍줍이 선별한 41개 작품 요약집이다. '하루 15분 고전과 친밀해지는 시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한 챕터가 약 6면 정도로 매우 짧게 구성되어 있다.

 

필자가 보기에 사실 이 정도 분량이면 15분컷이 아니라 3분컷도 가능할 성싶은데, 그만큼 이 책은 '짧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바쁜 현대인의 주특기,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 MZ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숏폼 콘텐츠'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즐기는 대중들의 소비 형태를 반영한 트렌드이다; 출처 박문각 시사상식사전가 도서화되면 딱 이런 느낌일 것 같다.

 

뿐만 아니다. 이 책은 독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쓰였는지, 정말이지 모든 지식을 '떠먹여' 준다. 작가는 수록된 41개 작품들의 주제의식을 사랑과 결혼, 가족, 자아정체성, 삶과 죽음, 국가와 사회, 전쟁, 모험 등 9개 그룹으로 분류해 두었다. 그리고 각 작품은 작가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어 당대 사회 분위기, 등장인물 및 플롯을 간추려 설명한 뒤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순으로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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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인물 관계도'였다. 고전 명작에는 어찌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지, 필자는 고전문학 책을 집어들 때마다 대략 난감하던 차였다. 드라마나 영화는 인물별로 배우의 얼굴이라도 외울 수 있다지만 소설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국 고전소설은 학창시절 한 번쯤은 문제집에서 접해본 내용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그럭저럭 읽을 만한데, 이놈의 서양 고전이 문제였다. 인물 이름들이 죄다 3어절 이상으로 이루어져 기억하기가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문학줍줍의 플레이리스트에서는 각 인물들에 대한 관계도를 매우 간단명료하게 시각화한 후 줄거리 설명을 시작한다. 정말 고마운 배려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필자는 문학 작품의 가치란 독자가 줄거리의 의미를 '스스로' 사유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므로, 이 책에서 저자가 떠먹여 주는 '생각해볼 거리' 파트에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리고 저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주제 자체에 대해서는 딱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 편이었다. 필자는 이것 역시 저자의 소중한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요약: 초심자용 서양 고전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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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무래도 이것이 모두에게 흡족한 플레이리스트는 아닐 것이다. 붐뱁 비트 위주의 헤비한 외국 힙합을 좋아하는 리스너에게 트랩 비트 위주의 국내 힙합을 들려 주면 떨떠름해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선 필자가 정정해주고 싶은 것은 이 책의 제목이다. 본 책에 담겨 있는 작품들은 엄연히 '서양'의 고전문학들이므로 제목을 '문학줍줍의 서양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정도로 지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제목이 길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겠지만, 동양에도 고전문학이 많이 있으므로 구분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만약 구분을 해두었다면 추후 '한국', '동양'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도 자연스럽게 발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개별 문학 작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사색을 얻고자 하는 사람 역시 이 책과는 맞지 않는 독자다. 본 책은 어디까지나 '초심자'들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아는 척을 해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한마디로 얕고 넓은 지식이 담겨 있는 문학 백과사전이다. 따라서 필자와 같이 서양 문학을 전공할 일이 없거나 앞으로도 딱히 지대한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위의 사항들만 명심한다면, '문학줍줍의 고전문학 플레이리스트 41'은 단언컨대 당신에게 최고의 초심자용 서양 고전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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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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