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취미생활 실패담

참 어려운 진짜 취미생활 만들기
글 입력 2022.05.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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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취미생활이 없다는 것



나는 취미생활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것보다야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일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의지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괜찮은 취미 한 가지는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추동력이 된다.


이때 누군가는 당연히 취미생활이 어느 정도 '괜찮은지'에 대해, 그 수준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취미생활에도 아주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의욕을 돋구는 취미생활이 있는가 하면, 아주 얕은 깊이의 즐거움만 선사하는 취미생활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지속성에 있어서도 장시간 유지되는 취미가 있는가 하면, 일회성으로 끝나 버리는 취미가 있다. 이중에서도 내게 더 나은 취미란 당연히도 긍정적인 활력을 지속적으로 가져다주는 활동이다. 그 결과물이 건설적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한때 전시 공간을 성실히 찾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저 보는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인사이트를 넓힐 수 있는 활동이었기에 취미로 내세우기에 명목상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시 관람이 나의 직관에 이끌린 진정한 취미까지는 아니었던지, 어느덧 전시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품 자체보다 전시 텍스트에 발이 묶이는 상황에 권태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억지로 전시를 찾다가는 집나간 흥미를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되돌아오기 전까지 무작정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그럴싸한 취미생활이 없다는 점이 요즘의 내게는 꽤나 심각한 고민거리다. 퇴근 시간 이후라던지 간혹 찾아오는 일정 없는 주말이면 그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래서 나름대로 취미생활을 찾으려는 일련의 노력을 했지만 대부분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부분이 중간에 맥없이 끊겨 버렸거나, 미지근하게 겨우내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 경험들, 굳이 따지면 일종의 실패담들을 이 글을 빌려 나열해 보려고 한다. 취미 없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기 위함이다. 또 안정적인 취미생활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다른 글에서도 충분히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 취미생활 실패담도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구차한 생각이다.

 

 

 

작곡 툴 배우기 - 학습 의욕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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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예술작품의 소비자 입장에서 보았을 때 예술 창작의 주체는 언제나 매력적인 존재다. 특히나 높은 음량으로 노래를 들을 때면 전자음악을 구성하는 갖가지 사운드가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내 힘으로 하나의 완성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작곡은 생산적이면서도 내세우기 좋은, 내가 늘 꿈꿔왔던 최적의 취미생활이었다. 거창한 작곡까진 아니더라도, 간단히 비트를 찍을 수 있을 정도만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야심차게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마스터 건반까지 마련했지만, 예상 밖으로 시작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입문 단계에서 값비싼 유료 강좌나 학원 수강까지는 부담스럽다고 여긴 탓에 유튜브 강좌를 켠 게 화근이었다. 처음 접하는 뭔가를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습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악보 읽는 방법마저도 흐릿한 지금으로서는 그 배움의 출발이 결코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만 적당히 익히면 금새 취미의 단계로 넘어갈 줄로만 알았는데, 내 앞에 덩그러니 놓인 전자 건반을 익숙하게 다루려면 화성학부터 이해해야 했다. 프로듀싱에 대한 지식이 백지인 상태에서는 유튜브 강좌로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배움의 단계를 착실히 밟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서 이미 취미가 취미가 아니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작곡을 배우겠다는 의지는 기약 없이 묻힌 채 건반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버렸다.

 

 

 

신발 모으기 - 빈곤한 통장 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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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취미생활은 신발 모으기다. 매니아층이 워낙 두터운 분야라 수집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운동화라는 관심사는 꾸준히 내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신발 수집이 내 취미생활로 정착될 수 없는 단 한 가지의 강력한 이유가 있다.

 

간혹 원하던 신발이 리셀 플랫폼에서 낮은 가격에 올라올 때나 중고장터에서 판매자가 먼저 에누리를 제안할 때면 강렬한 구매욕과 빈곤해질 주머니사정 사이에서 팽팽히 줄타기를 해야 했다. 그러다 간혹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거금을 입금하고 나면 예기치 못한 지출에 속이 쓰렸다. 그럼에도 새 신발을 신는 기쁨과 기꺼이 맞바꿀 수 있었기에, 신발을 사는 주기는 줄어들었고 씀씀이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틀린 소비패턴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이내 체감하기 시작했다. 신발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도 낭비벽의 조짐이 싹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 경제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러한 소비습관에 정착할 수는 없었다. 결국 수입 중 쇼핑에 투자하는 비중을 미리 정하고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신발 모으기는 옷차림새만 생각했을 때는 생산적인 취미지만 통장 잔고의 차원에서는 비생산의 최고봉이었다. 다른 취미와는 비교 불가한 기쁨을 그 어떤 활동보다도 손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었지만, 고정적인 취미생활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신발 모으기 역시도 최대한 제동을 거는 중이다.

 

 


요리: 생존을 위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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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취미는 바로 요리다. 자취 생활을 시작한지는 꽤 됐지만 요리에 발을 들인 건 최근이다. 특별한 맛도 없는 배달음식과 외식으로 나가는 식비가 아깝다고 느껴지면서, 차근차근 기본적인 양념과 식재료를 구비하고 직접 요리해서 끼니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사먹는 음식보다 확연히 적은 비용으로 몸에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내가 취미의 수준을 가름하는 기준인 '기간'과 '영향력'을 따져봤을 때, 요리는 지금껏 시도한 것들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는 좋든 싫든 꾸준히 요리를 했는데다, 건강이나 성취감 측면에서도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리는 생존을 위한 활동이지,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활동이 아니었다. 그래서 요리를 할 때마다 즐거울 수는 없었다. 게다가 취미를 자랑하기 참 좋은 시대에서,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보이는 다른 누군가의 화려한 음식들과 내 요리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기자기한 식기와 가지런한 플레이팅도 어쩌다 한 번이지, 매번 기분을 내는 건 어려웠다. 언제나 인스타그램 속 사진만 같으면 좋으련만 요리를 취미로 즐기기 위해서는 의무감과는 별개의 심적 여유가 있어야만 했다.

 

*

 

올해 들어 시도해본 취미생활을 회고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시도할 때부터 이 취미가 한 눈에 봤을 때 그럴싸한지를 따지고, 시작 단계부터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채근해서 일찌감찌 맥이 빠지거나, 내 취미를 다른 이들과 쉽게 비교하는 등 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 선택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겉보기에 번듯한 취미생활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거나 반성하고 싶지는 않다. 남들 앞에 내세우기에 창피하지 않은 활동이라면 그 자체로 건강한 취미임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내가 취미생활을 적극적으로 탐색한 출발점 역시도, 아무 노력 없이도 가능한 음악 감상이나 유튜브 보기 정도가 유일한 취미생활이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담으로 제목을 붙이기야 했지만, 결국엔 내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취미생활을 찾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 거다. 세 가지 활동의 패인을 파악했으니 다시 도전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활동을 찾아 헤맬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과 노력을 멈추지는 않을 테니 언젠가는 진짜 취미생활을 마주칠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번 글을 맺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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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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