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의 즐거움은 무대로부터 [공연]

'지킬앤하이드'와 '데스노트'를 보며 느낀 무대와 연출의 매력
글 입력 2022.04.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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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뮤지컬을 보는 동안에는 실시간으로 나의 모든 감각이 채워지는 것만 같다. 오케스트라나 밴드의 음악,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는 물론이고, 무대를 보는 것부터 즐겁다. 전공하기는커녕 관련 지식이 얕은데도 문득 무대미술을 보며 경이를 느끼기도 하니... 예술의 힘은 대단하다.

 

이번 달은 두 편의 뮤지컬을 봤다. '지킬앤하이드'와 '데스노트'.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둘 다 같은 제작사의 작품이다. 러닝타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혼자 이래저래 생각해 본 두 뮤지컬의 무대와 연출에 대한 철저히 주관적인 해석과 감상문. 지금부터 적어보려 한다.

 

 

 

'지킬앤하이드', 대비를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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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원작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의사 헨리 지킬이 실험을 통해 그의 또 다른 인격인 하이드를 불러내는 이야기로, 선과 악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이중성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래서 무대 역시 극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이중성'을 다층구조인 무대를 통해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기본적으로는 선과 악을 상징하는 각 존재를, 때로는 엠마와 루시를, 나아가 귀족계급과 시민계급을 무대 내 다른 층이나 위치에 배치하여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무대가 다층구조였던 경우는 많이 봐 왔지만, '지킬앤하이드'처럼 이를 철저히 '응용'하며 러닝타임 내내 대비되는 연출로 사용한 부분이 와닿은 적은 처음이었다.

 

특히 1막에서 앙상블 전체가 부르는 넘버 'Façade'가 연주될 때에는 이 대비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각자 자유롭게 층간을 오고 가는 귀족 계급과, 이동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있지만 한 데 뭉쳐있는 듯한 평민 계급.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대 구조와 조명 덕분에 더 잘 느껴졌다고 생각했다.


 

이미 알고 있어 이미 눈치 챘어

겉만 뻔지르르한 너의 가면 속을

알고 나면 진실이란 허상

밤이 오기까지 감춰놓은 얼굴

행여 들킬까봐 깊이 가둬놓지

알고 나면 보이는건 허상


- 넘버 'Façade'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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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킬의 실험실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구조 자체를 잘 인식하지 못했다. 구조물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실험도구나 자료들이 가득해서 단순히 책장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지킬만이 존재했던 공간에서 하이드가 탄생하는, 즉 선과 악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지킬과 하이드를 동시에 연기하는 배우 자체가 이중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무대는 이를 단순히 돋보이게 하는 역할로 존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지킬앤하이드'는 주제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무대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던 극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나 'Alive'와 같은 반주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넘버들과 선과 악을 순식간에 넘나들고 섬세한 감정선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말이다. 극장을 나서면서 '우리나라 대표작이라고 홍보하는 뮤지컬은 정말 그 이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데스노트', 만화와 뮤지컬 사이를 넘나드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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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인 작품으로, 고등학생 라이토가 데스노트를 주우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자신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결말은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한순간에 그가 죽으며 끝나는데, 이를 반영하는 듯 '데스노트'의 무대에는 최소한의 소품만 있을 뿐 정말 '아무것도' 없다. 그저 바닥과 벽면, 천장에 디지털 스크린이 있을 뿐이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배경을 활용한 연출이 주를 이룬다. 특히 스크린에 선을 그어 활용한 연출이 기억에 남았다. 사신 류크의 손가락이 '데스노트'라는 글자를 적는 장면이 극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러닝타임 동안 삼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선들은 모두 사신이 긋는 것 같았다. 선이 그어지면 순식간에 이리저리 무대의 각도가 바뀌었고 곧 인물들이 새로운 장소에 도착했다. 선 하나만으로 인물들 간에 긴장감이 생겼고, 동시에 여러 상황을 연출했다. 이 '선'을 결국 라이토라는 인간이 아니라 사신이 긋는 것 같다 느끼면서, 그 어떤 인간도 그 자체로 정의가 될 수는 없다는 극의 주제를 떠올렸다.


만화 원작의 뮤지컬이라는 걸 알고 보아서 그런지 매 장면마다 마치 만화 속 '컷'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데스노트'에서는 이제껏 어떤 뮤지컬에서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무대를 경험했다. 전혀 튀지 않으면서도 극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연출이었다. 원래 기대했던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역시 기대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그리고 '데스노트' 모두 러닝타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극의 서사와 관통하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표현해 내는 무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 무대와 연출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보고 즐거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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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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