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과 색으로 그리기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展

글 입력 2022.04.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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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1 ⓒUntitled (desire), 2008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desire), 2008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개념 미술의 1세대 작가로 1970년대 부터 80년대까지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데미안 허스트, 줄리안 오피, 사라 루카스, 게리 흄, 트레이시 에민 등 '영국의 젊은 예술가'(yBa)들을 양성한 스승이자 현대 미술의 대부로 칭송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1년 최신작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들로 채워진다.

 



보통 일상을 보는 낯선 시선



: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사물을 들여다보고 평범한 물건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삶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삶 속의 물건들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궁극적인 행복의 열쇠는 결국 나의 일상 한 모퉁이에 있다.

 

 

[크기변환]2ⓒUntitled (take away cup), 201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take away cup), 201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크기변환]3 ⓒUntitled (x-box control), 2014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x-box control), 2014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크기변환]4ⓒCassette, 200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 Cassette, 2002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크레이그 마틴은 아주 평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을 매력적인 대상으로 본다. 무엇을 그렸는지 바로 알기 원하는 그는, 유명하고 알려진 사물만 그린다. 사물에 색감만을 부여하며 추억을 끄집어낸다. 작품은 검은색 라인으로 물체를 표현하고, 색은 최대한 인공적으로 적용한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전시를 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의도나 해석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강렬하고 인공적인 색감에 눈이 즐거웠던 것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큰 컨버스에 그림이 하나씩만 있는 것 역시 집중되어 좋았다.


작품은 감자 칩, 손전등, 바이올린, 헤드폰, 전동 칫솔, 슬리퍼, 냉장고, 스탠드 조명, 노트북, 커터칼, 메트로놈 등 흔히 볼 수 있는 것에 인공적인 색감만을 부여했다. 특히 눈이 갔던 작품은 청록색 배경에 분홍색 냉장고 그림이었다. 저런 냉장고 색이 있을까 싶으면서도 집에 있는 냉장고와 비슷한 디자인에 우리 집 부엌을 떠올렸다.


작품 자체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관람자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억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과 상호작용하게 만든다. 그림을 보니 하나둘 기억들이 떠올랐다. 테이크아웃 잔을 보면 제주도 해변 바로 앞에 있던 카페에서 리유저블 컵을 받아들고 해안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한 번도 먹지 않았던 말차 프라프치노였다. 초록색 음료에 하얗고 흰 하늘, 파랗고 투명한 바다가 너무 잘 어울려져 있던 게 생생하다.


그리곤 리유저블 컵을 씻어 라벨을 떼고 반납하는 기계에 넣었었다. 천천히 방법을 따라 천 원짜리 지폐를 환불받는 과정은 그때가 처음이어서, 물음표 가득 띄고 어색하게 깨우쳐갔던 것도 차곡히 머릿속을 지난다. 신선한 경험은 미소를 띄운다.


카세트테이프에는 어릴 적 영어학원에서의 듣기 평가를 위해 일시 정지와 플레이 버튼을 눌렀던 추억, 손전등에는 비 오는 날, 정전된 집을 밝히려 천장으로 빛을 쏘아 올렸던 장면이 함께다. 재밌게 감상한 시력검사를 떠올리는 작품‘Eye Test(2018)’와 ‘ Silenced(2020)’ 역시 건강검진과 마스크의 기억을 떠올렸다.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선과 색으로만 이루어진 2D의 투명한 오브제를 풍경 안에 뒀을 땐, 풍경 안의 오브제가 되지만 갤러리에 있을 때는 드로잉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을 더 정확히 느낄 수 있다 말한다. 앞에서는 완벽한 하나의 작품이지만, 조금이라도 각도를 틀거나 옆으로 걸어간다면 하나의 선과 색만이 남는다. 선과 색 만으로 그려내는 그의 의도이다.

 

 


경계 축약으로 확장시키는 상상력



: 그는 일상의 평범한 오브제를 주로 그린다. 그림자나 세부정보를 제거한 후 사물의 부분을 파편처럼 떼어내 표현한다. 일부가 잘려 나간 작품은 관람자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상상하도록 한다. 오브제의 일부만 보고 전체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신발, 바이올린, 의자 등 단편적인 모습에서 사물을 유추하고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모든 작업의 준비와 컬러 선택을 컴퓨터와 협업하는 그는 블랙 테이프와 컴퓨터가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이라고 말한다.

 

 


결합 익숙하지 않은 관계가 주는 연관성



: 연관이 없는 일상의 오브제 여럿을 모아 특유의 작품 속 구도를 만든다. 크기를 키우거나 줄이고 원근법을 적용해 각 사물에 스토리텔링 가능성을 부여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

 

 

[크기변환]5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Untitled (with tennis ball),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크기변환]6 ⓒZoom,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jpg

ⓒZoom, 2020_Michael Craig-Martin. Courtesy of Gagosian

 

 

첫 번째 작품은 오브제를 여러 개 모아놓지만 사실 함께 사용하지는 않는 물건을 그렸다. 최신 작품과 일상용품, 멀리 있는 것과 클로즈업 등 기억과 연상을 자유로이 하며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넓힌다.

 

나의 상상은 학교를 그려냈다. 도서관에서 과제를 하는 사람의 노트북, 헤드셋을 끼고 운동장을 산책하는 사람과 한쪽에서 테니스를 하는 사람. 모습은 다르지만 쉽게 볼 수 있고, 학교라는 곳 안에서 그룹 지을 수 있다.


마지막 작품은 코로나 19를 반영했다. 줌(zoom)의 Z를 떠올리도록 배치한 노트북으로, 우리는 화상회의나 재택근무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대면 소통의 경험과 중요성을 느끼기도 한다.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전>으로 평범한 사물이지만 색깔이 다르다고 한 번 더 눈이 가는구나 느꼈다. 위 작품 말고도 재미있고 신기한 작품이 많았다. 디지털 초상화나 여러 인공적인 색감들 그리고 중간에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아 갈 수 있어서 더 편하고 오래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헤드폰 그림 앞에서도 발길을 재촉하지 않았던 이유는 추억과 색 덕분이었다.

 

 

 

서지유.jpg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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