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좋아하는 옷을 찾기까지 [패션]

글 입력 2022.04.0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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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딸내미 옷장에 검은색 밖에 없노”

“은정씨는 항상 무채색만 입는 것 같아요”

 

전자는 엄마요, 후자는 직장동료이로다. 늘 검정 옷만 입고 다니는 나를 보며 주변 사람이 하는 말.

 

사실 저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내 옷의 약 80%가 검은색인 줄 몰랐다. 그냥 사려던 옷에는 검은색이 기본 옵션으로 항상 들어있었고, 검은색을 입는 게 나의 퍼스널 컬러와 일치하기도 했고, 실제로 대부분의 옷이 검은색이었을 때 예쁜 게 많기도 했다. 뭐, 대충 이런저런 이유로 늘 쇼핑할 때 습관처럼 검은 옷을 장바구니에 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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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조차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쉬운 발견일 때가 있다. 이날처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빨래를 마친 엄마는 수북이 쌓인 옷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딸내미 옷장에 검은색밖에 없다고. 젊은 애가 왜 항상 검은 옷만 입냐고. 이 말을 듣고 나서야 하나둘 옷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데일리로 입는 옷과 특별한 날에 입는 옷, 티셔츠와 아우터, 용도와 종류를 불문하고 죄다 검은색으로 가득 찬 모습이.

 

그렇다면 나는 검은색을 좋아하는가? 사실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내 책상 곳곳에 놓인 핑크색을 더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색만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솔직히 말하면 튀기 싫어서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 시선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튀는 다른 색을 입었을 때 남들이 이상하게 볼까 무서웠고, 큰맘 먹고 도전한 색이 나랑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고, 날씬한 체형이 아니기에 더 살집 있어 보일까 두려웠다. 그러다 보니 점점 검은색만을 찾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무난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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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비니와 베레모를 샀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패션 모자를 쓰는 건 나에게 딴 세상일이었는데, 이상하게 올해로 접어들면서 하나씩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치솟았다. 욕구는 두려움을 삼켰고, 도전을 불러왔다.

 

처음 모자를 썼던 날 들은 생각은 ‘별거 아니네’였다. 내가 두려워했던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오지도 않았고, 내 걱정만큼 안 어울리지도 않았다. (솔직히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자를 벗은 뒤 들었던 생각은 ‘그동안 나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구나’였다. 실은 나도 이런 모자를 자주 쓰고 싶었고, 때론 크기가 큰 액세서리도 여러 개 착용하고 싶었고, 연예인들이 입는 것처럼 입어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욕심 어린 마음보다 남들 시선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커서, 몇 년을 그렇게 무난한 사람으로 지냈던 것이다.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남들 시선 신경 쓰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등의 말들을 이론적으로는 빠삭하게 알면서도 정작 실천은 하지 못했다. 근데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남 시선 신경 쓰면 살다가는 나를 잃어버릴 것 같다는 걸. 더는 후회로 얼룩지며 살지 않고 싶어졌다. 남을 위한 옷을 입고 싶지 않아졌다.

    

나는 패션에 대해 큰 관심도 없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늘 누군가를 모방하며 살아왔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거라 착각하며 말이다. 지금의 나는 패션 새내기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고, 다양한 색을 하나씩 도전하는 중이다. 그동안 억눌려 왔던 것들이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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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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