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개인의 역사, 시대의 역사 - 패러렐 마더스

글 입력 2022.04.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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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에 땀을 쥐게 하는 도발적인 전개


 

사진작가인 야니스는 스페인 내전으로 학살당한 증조부의 유골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된 아르투로와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이어진다. 야니스는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홀로 키우기로 마음을 다진다. 아르투로가 유부남이기도 했고, 야니스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모두 싱글맘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같은 병실에서 어린 나이에 임신하게 된 소녀 아나를 만난다. 야니스는 실수로 생긴 아이임에도 낳기를 소망하고, 반면 아나는 임신과 출산에 큰 공포감을 느끼며 서로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운명처럼 다가온 출산일. 놀랍게도 야니스와 아니는 같은 날 아이를 출산하며 운명처럼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운명이 이렇게 꼬일 줄 누가 알았을까. 아르투로가 아이를 보러 야니스를 찾아왔을 때 아무리 봐도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거리에서 우연히 안나와 재회하는데,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돌연사로 잃고 혼자 지내고 있음을 알고는 보모로서 동거를 제안한다.

 

야니스는 아르투로의 말을 상기하던 중 결국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다. 놀랍게도 불일치.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하고 길러온 이 아이는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존재였다. 동시에 야니스는 아나와 성애적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만 진실을 알게 된 야니스는 아나와의 관계를 더 진전시킬 수가 없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아이가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야니스는 고뇌한다. 지금 사실을 알려도 자신의 진짜 아이는 세상을 떠나 없는 존재다. 아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입을 닫고만 있는 것도 고통스럽다. 영화는 야니스와 아나의 관계성과 내면 묘사를 점차 극적이고 치열하게 묘사하며 관객의 흥미를 끌어올린다. 지켜보고 있는 관객으로서도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손발에 땀이 차오르는 긴장감. 어디엔가 진실을 외치고 싶은 기분을 멈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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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확장


 

결국 사실을 알게 된 아나는 야니스를 떠난다. 야니스는 딸과 아나를 모두 잃고 말았지만 그 대신 '진실'이라는 가치를 얻게 된다. 영화 초 나타났던 스페인 내전 희생자들의 유골 발굴 작업에 다시 착수하며 힘들었던 지난날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진실을 밝히기까지 너무도 힘겨웠으나 이를 알리고 사실을 인정하고 난 후에는 오히려 내면에 평화가 깃들고 주변과의 관계도 개선됐다.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아나와도 친구처럼 지내고, 아르투로와는 다시 만나 아이를 한번 더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밝혀나가는 모습, 역사를 바로 인지하고 진실을 알리는 태도의 중요성을 무게감 있게 다룬다.

 

지극히 작은 한 개인사와 거대한 시대의 역사가 한 스토리에서 맞물리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나 감독은 무척 노련하게 두 이야기를 잇는다. 두 가지 주제는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장면 연출과 맞물리며 관객의 마음에 은근히 다가간다. 아나와 야니스의 아이가 뒤바뀌는 기묘한 상황과, 그리고 그 진실을 밝히기까지의 과정은 스페인 내전의 역사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한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왔던 아나와 야니스가 연대하며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는 모습이나, 야니스 가족사가 대를 이어 내려오는 모습에서도 역사적 맥락이 느껴진다. 불편할지라도 진실을 마주하는 것. 감독은 영화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회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향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전하고 싶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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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라는 의문


 

그러나 왜 꼭 '모성'인가. 영화의 플롯 특성상, 야니스가 할아버지와 자신의 혈연 관계 속에서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모습과, 야니스 자신과 혈연 관계를 형성하게 된 아기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매끄럽게 연결되며 확장된다. '혈연' '세대' '관계' 등의 키워드는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지만, 여성 캐릭터를 '출산'과 '모성'으로 부각한 점에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엄마로서의 여성도 여성의 한 모습이다. 아울러 배우로 성공하고자 하는 아나의 어머니를 비롯해 극중에 다양한 엄마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 역시 좋았다.

 

그러나 집단 강간 피해자인 17세 소녀 아나가 뜻하지 않은 임신에 이어 출산까지 하게 되고, 이후 '모성'이라는 속성 아래 자신의 아이를 돌보려는 모습은 가혹함을 넘어 유해하게 느껴졌다. 반드시 이런 설정을 집어넣어야만 했을까? 아마도 제작진은 어머니와 할머니를 따라 주체적으로 싱글맘을 선택한 야니스와 정 반대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설정을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만약 여성 영화라는 이름으로 <패러렐 마더스>를 논하려면, 아나가 출신과 육아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아니라(물론 내면의 갈등과 비극을 끔찍할 정도로 충분히 겪은 후지만), 자신의 삶을 더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놀랍도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역사적 의식으로 서사를 확장하는 감독의 노련함, 복합적인 인물 묘사는 흥미로웠지만 이 거대한 서사를 위해 한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희생당했다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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