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첫 번째 공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연]

알란, 그게 정말 가능했어!
글 입력 2022.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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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_메인포스터A1.jpg


 
처음 공연을 본 것은 2019년의 여름이었다. 물론 어릴 때 인형극이나 거리 공연을 본 적은 있으나 자세히 기억나지 않기에 나는 가장 뚜렷하게 떠오르는 최초의 기억을 말하고자 한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연극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본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공연을 인상 깊게 보았고 이후 연출가를 꿈꾸게 되면서 사용된 무대나 세트, 음악에 대해 기록해 둔 자료가 있었다. 이를 참고해 다시금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10. 돈 가방을 찾아온 갱단의 2인자. 양동이와 마주하다.jpg


 

극의 내용은 100세 노인 알란이 생일을 맞아 일탈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살아온 과거를 들려주는 것이 중점이 된다. 감동적이고도 코믹한 내용 구성이 돋보이는 와중에, 내가 선택한 극의 주제는 다음의 대사로 함축된다.
 
“알란, 그게 정말 가능했어.”
 
작품에서 주인공 알란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는 운명론적 가치관을 갖는다. 또한  극중 바보 캐릭터를 맡은 아인슈타인이 꿈을 이루게 되면서 가능성을 믿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준다.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내 가치관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포기하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인생의 가치이다.
 
 
 
무대

 

5. 스페인으로 간 알란. 전통춤으로 나라를 알린다.jpg

  
 
무대는 상자형 극장으로 나무 서랍장을 켜켜이 쌓아서 만든 세트가 인상적이었다. 이 세트의 서랍장을 열면 주인공 알란이 기억을 떠올릴 만한 소품이 등장한다. 마치 기억 저장소처럼 과거를 회상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것이다.
 
작품은 100년 사이에 걸쳐 일어난 일들을 다루는 만큼 장면 전환이 아주 빠른데 서랍장에 LED가 들어가 있어 년도와 국가를 관객이 알 수 있게끔 했다. 다른 나라로 바뀔 때 전통 춤과 전통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배경 전환을 효과적으로 드러낸 좋은 방식이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부분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었다. 상자형 극장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길을 헤매는 상황에서 배우가 객석에 난입하고, 심지어 2층의 객석까지 올라와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장의 크기가 큰 프로시니엄 무대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알란이 삶의 의지에 불을 붙인다는 상징적인 장면에서는 성냥이 타는 냄새가 객석에 퍼졌다. 연출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향을 사용하는 방식은 꼭 기억해두고 나중에 시도하고 싶다.
 
 
 
인물

 

4. 돈 가방을 찾아 쫓아온 볼트에게 후라이팬으로 저항하는 알란.jpg


 
인물은 젠더 프리 방식으로 남녀 상관없이 배역을 연기했다.
 
희화화하는 장면 없이 깔끔하게 연기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공연에는 젠더 프리 뿐만 아니라 캐릭터 저글링도 활용되어서 일인 다역으로 이름표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여러 역할을 연기했다. 이름표 자체가 배우 역할을 해서 이름표에 말을 거는 등 유쾌하게 활용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5명의 배우가 무려 60개의 배역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배역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성향,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연기해서 관객 입장에서 이해하기가 쉬웠는데 나중에 한정된 배우로 여러 인물을 표현할 때 활용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또, 배역이 바뀐 것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뻔뻔한 모습을 보여주고 가끔 배우의 진심이 튀어나와 이 배역 안 하면 안되냐고 말하는 모습으로 연극의 중요한 재미 요소로 전환한 것은 나중에 연출 요소로 활용하기에 좋을 것 같다.
 
젠더 프리에 대해 말하자면, 극의 처음부터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시작하기도 하고 프로그램북에서 배우들이 성 평등 교육을 이수했다는 내용을 봤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말이라면 남자이든 여자이든 상관이 없다는 느낌을 받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주인공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인 고양이 몰로코프가 작품 후반부에서 복선 없이 등장해 몰입도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작품 진행 중 고양이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언급됐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3. 다시 삶의 불꽃에 불을 붙이다.jpg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대한 나의 주관적 감상이다. 나는 지금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극 연출을 전공하고 있고, 해당 극에서 사용된 다양한 장치를 기록해둘 만큼 큰 영향을 받았다.
 
관객에게 공연 시간 동안 행복과 감동을 전하는 배우들, 그리고 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연출가라는 직업에 큰 흥미를 느끼고 원하는 전공을 고를 수 있었다. 이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우연, 아니 운명에 감사하며 이상으로 첫 공연에 대한 회상을 마무리하고 싶다.

 


[변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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